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물 임상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대체시험법이 발의되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차질이 생길까 봐 난감해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이란 첨단 기술 등을 이용해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 또는 시험에 사용되는 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법이다.
이 같은 의견이 다시 대두된 이유는 미국 정부의 연방식품약품화장품법 개정 때문이다. 이 법안은 동물 임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비임상 시험의 예시로 △세포 기반 평가법 △조직 칩 및 미세생리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기타 바이오프린팅 등 비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법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에도 동물 임상 대체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으며 적용 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한 해 동안 5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임상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된 동물의 숫자다. 이와 같은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동물 임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취지에는 제약바이오기업들뿐만 아니라 비임상 임상시험수탁기관(CRO)도 동의하지만,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론이다. 의약품은 화장품과 다르게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약의 효과와 별개로 다른 장기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염 때문에 약을 섭취할 경우 위에서 약이 녹아 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기를 거치면서 영향을 끼치는데 해당 장기에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 지금의 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칩이나 인공지능(AI)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동물 임상으로 확보한 빅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 국내 오가노이드 기술이 발달해 동물 임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다양한 장기가 필요하다 보니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지속 시간도 동물에 비해서 짧다는 단점이 있다.
CRO기업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국소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얻기 위해 개발되지만 해당 독성이 다른 장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동물 임상이 필요하다"며 "대체제로 언급되는 오가노이드나 AI, 장기칩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실현되기에는 데이터나 완성도, 지속성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체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물 임상을 대체할 명확한 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거나 약을 출시했다가 추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돌아간다. 이 같은 부담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도 윤리적인 문제로 동물 임상을 그만하고 싶지만 지금 대체할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임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체할 기술 없이 법이 생긴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1990년대로 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약바이오기업뿐만 아니라 비임상 CRO기업들도 임상에 사용된 동물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위령제를 지내고 있으며, 또한 연구소마다 수의사를 두고 동물들의 건강을 점검하며 최대한 아프지 않게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