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형제가 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취소됐다.
형제는 주총이 끝나고난 뒤 한미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그룹의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한미약품 순이익의 약 9배 이상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한미약품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165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600억원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순이익도 가파른 성장이지만 이같은 기조가 이어져도 1조원 달성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해 큰 성과를 거둔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836억 덴마크 크로네(약 16조2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한 것이다. 이같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을 출시해야 순이익 성장률이 겨우 50%에 도달하는 것이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순이익 성장 방향으로 북경한미의 경험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호실적도 북경한미의 여파라고 설명했는데 문제는 이같은 방식으로는 1조원 달성은 어렵다.
다만 순이익의 경우 뻥튀기 할 수 있는 편법이 존재한다. 자회사 일부를 매각하면서 거둔 수익을 형제 집권 5년차에 기재하면 순간적으로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 임종윤 전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편법이기에 주주들의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시총 50조원과 200조원 달성도 매우 어려운 숙제다. 지난 29일 기준 한미약품의 시총은 4조2084억원으로 약 9배 가량 성장시켜야 한다.
시총 성장 방안으로 두 형제는 비만 치료제를 언급했다. 한미약품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플랜에 따라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품을 내놓고 시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두 형제는 "일라이 릴리는 최근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면 시총 981조원에 달하고 노보 노디스크도 비만 치료제로 시총이 올랐지만 777조원 수준"이라며 "이를 비춰보면 시총 200조원은 완전히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임상3상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출시해도 노보 노디스크나 일라이 릴리처럼 글로벌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아 시총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평가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일단은 두 형제가 경영권을 잡으면서 통합을 막았지만 내걸어둔 공약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한미약품의 향후 성장 방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