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한 셀리드는 자사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며 임상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25~26시즌에 백신을 정부에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제조 또는 수입업체가 중앙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셀리드 측의 주장이다.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질병관리청에 요청해 긴급사용승인을 식약처에 신청한다는 것이 셀리드의 계획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질병청과 논의 시점은 조건부 품목허가가 완료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질병청에 백신을 얼마나 개발했는지 어필할 수 있지만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질병청 관계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오는 11월에 조건부 허가 데이터 확보 예정…지연 가능성 높아
조건부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도 기간내에 될지 미지수다. 셀리드는 내년 10월까지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고 4주 데이터를 가지고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등재된 셀리드의 임상 계획을 살펴보면 1차 임상 결과 확보 예정일은 오는 11월이다. 임상일정은 변경될 수 있지만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개월 내에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문제는 투약을 시작했다고 알려진 필리핀의 경우 4곳 중 1곳만 환자 모집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베트남은 아직 병원등록도 안됐다. 이에 셀리드는 베트남에서 임상을 진행할 병원은 확정됐지만 업데이트가 안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베트남 수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진행하는 임상 디자인은 투약 후 4주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투약 완료 후 데이터 분석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기에 두달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같이 시간이 지연되면 식약처가 검토하는 것도 늦어지고 중간에 추가자료가 필요해지면 사실상 셀리드가 목표로 잡은 25~26시즌 백신 납품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셀리드는 내년 10월까지 모든 임상을 종료할 계획이다.
"불완전한 백신으로 긴급사용승인 할 필요 없어"
가장 큰 문제는 긴급사용승인할 정도의 백신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최근에 코로나19가 유행하지만 백신보다는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셀리드는 자사 백신이 긴급사용승인을 해야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사와 대한백신학회가 NIP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긴급사용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냐는 것이다.
정부에서 감염병과 관련해 자문하는 감염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승인을 할 정도의 상황도 아닌데 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셀리드 백신 임상 결과는 괜찮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무리수를 던지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위성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정부가 굳이 임상도 완료되지 않은 백신을 긴급사용승인하고 NIP까지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임상이 완료되지 않은 백신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의 리스크를 정부가 질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셀리드의 이같은 행보에 바이오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부양을 위한 공수표는 산업의 신뢰도를 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데이터가 어떻게 확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겠지만 마치 승인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주가를 띄우면 기업은 좋겠지만 업계 신뢰도를 깎는 행위"라고 하소연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