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가 발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백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거나 긴급 승인 절차를 도입하지 않은 WHO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총 1만8737건의 엠폭스 1b형 확진·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CDC는 지난 13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WHO는 14일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해제 1년 3개월 만에 다시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WHO가 엠폭스 백신을 승인하지 않은 까닭에 확산세가 거센 아프리카에 백신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같은 기관이 백신 승인을 결정하지만, 의약품 승인 기관이 없거나 규제 역량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WHO의 긴급 승인 절차에 따라 백신을 도입한다.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를 생산하는 덴마크 제약회사 바바리안노르딕의 폴 채플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가 당장 판매할 수 있는 백신 35만개를 보유하고 있고 내년 말까지 1000만개를 더 생산할 수 있지만 주문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HO는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하며 진네오스의 승인을 위한 전반적인 검토 자료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백신 긴급 승인 절차는 PHEIC이 선포된 이후에만 가능한데 이제 막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플린 CEO는 지난 2022년 8월 WHO와 처음 진네오스 관련 논의를 했고 작년 5월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바바리안노르딕이 WHO에 제출한 서류에는 미국에서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120만명 이상이 엠폭스에 대해 높은 예방률을 보였다는 연구 내용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는 불과 지난주에야 이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현재 WHO는 백신 긴급 승인 절차인 긴급사용목록(EUL)을 도입하기로 하고 각국의 제약사에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EUL은 시급한 상황에서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의약품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WHO 의약품 접근성 담당 책임자인 데우스 무방기지 이사는 WHO의 전문가그룹이 9월 셋째 주에 모여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고 이들이 이를 납득할 경우 이르면 그 주에 바로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