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임 이사를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또한 임 이사 측 제안으로 올라온 북경한미약품(이하 북경한미) 동사장 교체 및 동사 선임 안건도 부결되면서 사실상 임 이사를 필두로 두 형제가 진행하려던 조치가 모두 막혔다.
이번 한미약품 이사회의 결과물은 예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7명이 두 형제와 경영권 갈등 중인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사회 표 대결에서는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중국의 법상 의약품 제조사가 유통을 함께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 이에 북경한미는 코리그룹을 통해 의약품을 유통했는데 해당 거리를 단절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임 이사 측은 코리그룹과 북경한미가 의약품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임 이사는 북경한미에서 자신이 개발한 제품 20개 중 4개가 한미약품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이 넘는다며 코리그룹과 북경한미가 계약을 끊으면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경한미의 매출 감소는 한미사이언스의 실적 악화로도 직결되기 때문에 실제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발언에 대해 임 이사 측은 "당시 불공정한 이사회 진행 방식에 격앙된 상태에서 임 이사가 했던 말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시 주총과 북경한미 및 코리그룹 거래 종료 등 모든 상황을 검토 중이고 구체적인 것이 확정되면 다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 주총을 진행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는 동생인 임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두 형제가 의견이 일치한다면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이사를 해임하려면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필요하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의 41.4%를 보유하고 있어 요건은 충족한 상황이다. 또한 한미약품 소액주주들은 한미사이언스처럼 대표를 두고 결집하지 않은 상황이라 소수의 의결권만 확보해도 50%를 쉽게 넘길 수 있다.
한편 한미그룹은 3자 연합과 두 형제가 최근 다시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두 형제는 박 대표이사가 한미약품과 연관없는 외부인물을 인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박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박 대표이사는 강등조치 다음날 단독 경영체제를 선포하면서 강대강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이사는 친 3자 연합측의 인물이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