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사들의 산업 동향과 이슈를 뽑아보자면 △전통제약사들의 경영권 갈등 △미국 생물보안법 발의와 통과 실패 △국산 자체 신약 2종 출시 △비만치료제 개발 등 4가지다.
이례적인 전통 제약사의 경영권 갈등…장기화도 처음
29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다른 산업군에서는 흔히 경영권 갈등이 발생하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제약바이오 쪽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편이었다. 특히 전통제약사들은 오너들이 오랫동안 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을 이어오고 후계자도 빠르게 지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그룹에서 경영권 갈등이 발생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타계한 후 회장직을 공석에 두고 사장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올해 초 회장직을 다시 만들자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올렸다. 이에 일부 전문경영인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왔다.
당시 유한양행 측은 렉라자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유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이사까지 등판했다.
그는 "핵심은 유한양행의 경영철학인 '청렴'이고 이에 맞춰 모든 가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지속됐지만 정기 주총 결과 회장직이 신설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장직은 공석인 상황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올해 초 OCI그룹과 통합되는 과정에서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인 두 형제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초에는 두 형제가 캐스팅보트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원을 받아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등 두 형제와 등을 돌리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3자 연합을 이루고 다시 경영권 갈등이 발발했다.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측의 일방적인 비난이 이어졌고 고소와 고발이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3자 연합에 라데팡스파트너스까지 합세하면서 4자 연합이됐고 두 형제의 지분구조가 불리해졌다.
또한 두 형제는 지난 11월과 이달 19일 진행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연달아 패배했고 임 사내이사가 신 회장과 라데팡스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4자 연합 의견에 동의하기로 합의하면서 1년간의 경영권 갈등이 종지부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란한 빈수레 같았던 美 생물보안법
지난 3월 미국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국 등 적대국가 제약바이오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해당 기업으로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택, 베놈유전학연구소(BGI)와 자회사인 컴플릭트 지노믹스 등이 있다.
해당 기업들은 위탁개발생산(CDMO)과 임상시험수탁(CRO),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속전속결로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내에서 CDMO를 하는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의 계열사인 에스티팜이 블록버스터 의약품 원료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까지 거두면서 관련된 기업들이 다수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당시 미국 내에서도 올해 꼭 통과시키기 위해 국방수권법에 포함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중국을 대체할 곳으로는 국내 CDMO기업들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지 못하고 예산지속결의안에 포함해 통과시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되면서 연내 통과는 불가능해졌고 내년을 기약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큰 관심을 받은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언급됐던 CDMO기업들은 원래 하던 사업이 생물보안법으로 관심받았을 뿐 기존에 하던 사업을 이어하는 것이기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위약부터 진통제까지…국산 신약 2종 출시
올해에는 국산 신약 2종이 출시됐다. 먼저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지난 10월 국산 37호 신약으로 출시됐다. 이 약은 HK이노엔이 출시한 케이캡과 대웅제약이 출시한 펙수클루와 같은 계열의 의약품으로 동아에스티와 함께 코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뒤이어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가 국산 38호 신약으로 출시됐다. 이 약은 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 급성통증을 위한 단기요법 의약품으로 기존 마약성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진통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다.
특히 이 진통제는 비마약성이기 때문에 중독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의 미국 출시를 위한 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자체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 대원제약, 대웅제약 등이 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인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 치료제 'DA-1726'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글로벌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다수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그중에서도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다. 임상3상 환자 모집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는 2026년 출시를 목표 잡았다.
대원제약은 라피스와 니들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을 승인받았으며 최근 임상이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티온랩 테라퓨틱스, 대한뉴팜, 다림바이오텍과 월 1회 비만 치료 주사제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치열한 비만 치료제 개발 시장에 참전을 알렸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