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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8)]도전정신으로 ‘발레峰’ 등정한 김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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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8)]도전정신으로 ‘발레峰’ 등정한 김순정

[춤밭을 일군 사람(8)]김순정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늘 푸른 마음과 도전정신으로 ‘발레峰’ 등정



발레리나로 한국 발레의 새 틀을 제시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등 두루 섭렵


국악을 발레에 차용하고 뮤지컬 배우를 발레에 불러들이는 파격 실험

발레의 본고장 영국·러시아서 전통 교수법 배워 후학 양성




▲ 시간의 꽃, 오늘(2008)

▲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평론가] 김순정(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은 1960년 12월3일 서울 출생으로 춤의 외곽에서 중심지로의 이동에 이를 때까지 양반가의 전통인 순종을 배웠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숭례초등학교 4학년인 열한 살에 남산 어린이회관 무용교실에서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동시에 배우게 되었다. 목멱산의 정기를 타고 그녀에게 불어온 춤바람은 솔 향을 실은 미풍이었다.

예원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 무용가로서의 삶을 위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한국발레의 대부인 임성남 문하에서 발레를 사사받았고, 최현, 문일지 선생에게서 한국무용 수업을 받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당대 제일의 스승들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은 그녀는 그들의 지도 의도를 빨리 파악했고, 커서 다른 춤 방식으로 창작하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늘 겸손을 생각했다.

서울예고 재학시절 이화대학 콩쿠르에서 최우수 특기상을 수상하였고, 졸업 시에 최우수 무용상을 수상하였다. 고교 최고의 발레리나의 등극, 이미 발레계에서는 그녀의 존재와 진학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하여 재학 시, 임성남, 진수인, 박해련을 사사했으며 신인 콩쿠르 특상 및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 신화의 끝(1996)졸업 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고 이듬해 주역으로 발돋움하였다. 데뷔작은 『백조의 호수』(1984) 전 4막으로 오데뜨. 오딜 1인 2역의 성공적인 공연으로 프리마 발레리나로서 입지를 굳혔다. 영혼까지 편안해지는 하늘빛으로 늘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녀에게 발레의 황금 계절기가 찾아온 것이다. 자연의 오묘한 신비를 풀어내듯 그녀의 발레는 세기(細技)가 뛰어났다.

『호두까기인형』의 클라라, 별사탕 요정역, 『카르멘 조곡』의 카르멘 역, 『레실피드』의 마주르카 역 등의 클래식 작품과 『처용』, 『춘향의 사랑』, 『고려애가』 등의 한국창작발레에서도 개성 있는 극중 인물 표현에 전력투구했다. 그 사이 대학원에 진학, ‘발레교수법에 관한 연구’를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현장과 학교에서의 정열은 오늘의 그녀를 담금질한 원동력이 되었다.

1987년 국립발레단 창단 25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려진 『노틀담의 꼽추』 초연에서 집시 에스메랄다 역을 맡아 뛰어난 기량과 표현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하여 2년간 R. A. D와 라반센터에서 연수한 뒤 귀국하여 국립발레단에 재입단 하였다. 그녀의 시야를 넓혀준 유학으로 좀 더 여유로운 감각으로 발레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페널로페(2006)1990년 <고려애가>와 1991년 한. 러 수교 기념으로 마련된 『돈키호테』에서 주역 키트리 역을 맡아 열연하였다. 음감이 다른 국악 선율과 한국적 빛깔의 발레와의 조우는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김순정 발레의 새로운 탄생을 예견하고 있었다. 국립극장의 가을은 새 공기와 순환에 대한 열망으로 그녀를 일렁이게 했고, 별 헤는 저녁은 가을을 타게 했다.

결국, 1992년부터는 청주대학교의 교수로 부임하여 3년간 재직하였다. 김순정은 안무 데뷰작 바탕춤展의 『빛깔』(1993년)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이듬 해, 개인공연으로 『몽유』를 안무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발레리나와 안무가의 길을 병행하게 된다. 서울로의 귀환, 그녀는 1995년부터 동덕여대의 교수가 된다.

이후 활발한 창작 발표회, 한일 댄스페스티벌 등의 국내외 초청공연, 국립발레단의 객원무용수 등으로 안무하고 출연하였다. 1997년 ‘민족 춤 제전’에 출품한 모던발레 『머물며』로 무용예술상 안무가상을 수상했고, 안무가상은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 국립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서 보낸 세월(1983년~1991년)은 신작 안무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2003)러시아 발레 교수법 심층연구의 필요성은 1999년 여름, 대학 사직과 모스크바행을 택하게 한다. 유서 깊은 스타니슬라프스키 발레단에서의 수학, 러시아 최고고등예술교육기관인 기치스(GITIS) 예대의 발레교사 양성과정(전 4년)을 예브게니 발류킨 학장과 볼쇼이발레단의 마리나 칸드라체바 교수의 배려로 3년 만에 졸업한다.(라이사 스투르치코바, 투치니나, 세흐 사사)

귀국한 2002년 가을, 예원학교에서 이은원, 채지영 등을 가르치기 시작하였고 이듬해부터 서울예고에서 실기교사로 근무하며 박세은, 김기완, 고혜주, 이예은, 박예은, 강효형, 신승원, 이다혜 등을 지도했다. 이 외에도 서울대, 국민대, 경희대, 세종대, 한예종, 한성대 등에 출강하였다. 숨 가쁜 일정 속에서, 세상의 모든 순리를 익힌 그녀는 숙성의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4회의 개인공연과 한·일댄스페스티벌, 한국 현대 춤 작가 12인 전, 우리시대의 무용가, 서울무용제 개막공연, 체코 프라하 국제 관광회의 개막공연, 부산 국제무용축제, 조택원 탄생100주년 기념공연, 김영태 추모공연, 창무 국제 페스티벌, 한·중·일 여성 안무가전 등에 꾸준히 작품을 안무하여 발표하고 직접 출연하는 젊음을 과시하고 있다.

▲ 깃을 치다(2011)김순정은 창작발레에 힘을 기울이면서 동양 및 한국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순발력과 주변 장르와의 어울림에도 익숙하여,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 홍승엽, 허용순과의 작업으로 발레의 외연을 넓히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국악음악을 발레에 차용하기도 하고, 뮤지컬 배우를 발레에 불러들이는 등 기존 발레의 전범(典範)을 벗어난다.

2007년, 10회에 걸친 아르코자료관의 발레 예술강좌의 해설을 맡아 발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참여를 도왔으며, 2008년 7월에는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수 초청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2월 로잔콩쿠르에 서울예고 2학년 임수정을 조련시켜 만하임대학 장학생으로 만들었으며 현재 임수정은 ‘칼스 루에’ 발레단의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 3월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9월에는 성신여대에 특채되어 무용예술학과 창설을 준비하였다. 성신여대의 교양강좌 <발레와 체형교정>과 <무대매너의 기술> 은 학생들에게 인기강좌로 여겨지며 한 때 12개 반이 개설되어 진행되기도 하였다. 2011년에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무용예술학과가 창설되어 현재 우수한 발레전공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30대 현역무용수들과 함께 참여, 평단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 신비(2012) /사진=최시내2011년, 제1회 2인무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무용전문 소극장 부흥 운동에 앞장섰으며, 12월에 대한민국무용대상 솔로&듀엣부문 최우수 안무작 수상을 했다. 2012년 8월에는 발레협회 주관 서울국제발레페스티벌 2050 프로젝트에 20

김순정의 발레 사십년 삶은 오직 ‘생각하는 성실’ 과 ‘결단 있는 자신감’에 있었다. 노자와 장자의 해탈 같은 사유로 안무한 금년 9월15일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작 힐링국악발레 『신비』가 2회에 걸쳐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 대극장에 공연되었다. 그녀가 써온 자존의 발레 빛깔이 드러나며, 장르를 개척한 안무가의 교육적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김순정은 교수와 무용가, 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그녀의 길에 동참한 모든 이는 긍정의 동인자(動因子)를 갖게 된다. 한국발레협회 상임이사, 한국 무용 과학회 부회장, 한국발레연구학회 부이사장, 한국예술교육학회, 무용기록학회 이사, 전문무용수 지원센터이사로도 활동하면서, 발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강북 발레, 강북 스타일의 발레의 신화창조를 시작한 김순정은 성신여대 발레, 나아가 한국발레를 두드러지게 키워나갈 스승이 될 것임을 입증해낼 것이다.


/글=장석용 댄스 칼럼니스트(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최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