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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 일군 사람(15)]발레 철학자 조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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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 일군 사람(15)]발레 철학자 조기숙

[춤밭을 일군 사람(15)]-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깨달음·진화의 발레 추구 '춤의 철학자'로 우뚝


한국인 최초 英에든버러축제에 초청공연·런던 3개 극장 순회공연


발레 포맷에 한국 전통춤 가미 '뉴 발레' 탄생시켜 주목

발레리나·장애우·춤 애호가 동시 안무로 춤 고정관념 타파


'백조의 호수' 연작엔 一針같은 가시 내포…사회에 지침 제시



▲ 백조의 호수I-사랑에 반하다

▲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조기숙은 1959년 5월 24일(음력)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태어났다. 용강 초등학교, 홍익여중, 창덕여고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홍정희 선생으로부터 발레 테크닉과 춤 창작 정신을 배운 그녀는 해마다 발레 신작을 내는 국내 유일의 발레 안무가다.

창가에 빨간 제라늄 화분이 놓여있고, 지붕에는 하얀 비둘기, 빨간 벽돌집의 여인이 연상되는 그녀가 조기숙이다. 늘 주변에 즐거운 웃음을 가져다주는 그녀는 눈물도 많고 정에도 약하다. 감정이 풍부하고 자신의 가치를 기준으로 호, 불호를 구별하는 단호함이 있다.

흔쾌히 하나가 되어 깨우치는 발레를 즐기는 그녀는 런던 서쪽, 약 48㎞ 떨어진 길포드의 서리(Surrey)대학 무용학과에서 철학박사(Ph.D)를 받았다. 이화여대 공연문화연구센터 소장에 걸맞게 한국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경영학 박사(Ph.D)를 하나 더 취득하여 더불 디그리(박사 2개) 소유자가 되었다.

1996년 영국이란 섬으로 유배되다 시피 홀연히 떠난 조기숙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발레연구에 매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한국 해외홍보원 기금으로 1999년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 에든버러 축제에 초청받은 한국 최초의 안무가로 『움직임의 체험, 여행……. 물소리』(Movement experience, Travelling……. Watersound)를 발표했다.

▲ 백조의 호수II-사랑에 취하다
영국 예술원 지원금으로 2000년 10월 10일, 17일, 19일, 런던의 3개 극장(The Studio, Waterman, The Bull theatre)에서 순회공연을 갖기도 하였다. 발레의 기본 포맷에 한국의 전통 무용을 차용한 형식이었다. 그 느낌 그대로 그녀의 ‘뉴 발레’가 태동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느낀 것, ‘춤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Dance)’을 실탄처럼 알고 깨달은 채, 그녀는 히드로 공항의 트랩을 오르고 있었다. 이화여대는 메시아처럼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4년 귀국하자마자 2학기부터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로 부름을 받았다.

이듬 해, 2005년 4월 8일(금), 9일(토) 조기숙은 『뉴 발레 몸놀이(New Ballet-The Body Play)』를 이화여대 연구비로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였다. 민족주의자들에게 비판받는 발레의 틀을 깨며 한국에서의 애증의 세월을 삭히고, 깨달은 뉴발레를 한국에서 11년 만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뉴 발레 『몸놀이』는 스토리 라인을 배격하고 몸짓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구성을 취한다. 형식적 틀을 깨며 무용수들이 즉흥적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배려하는 ‘상생안무’를 택한다. 낯선 방식에서 관객들은 회화에서 ‘무제’가 주는 해석의 자유를 얻게 된다.


▲ 백조의 호수III-사랑에 반하다
조기숙은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과감한 크로스 오버로 발레의 영역 확장에 앞장 서 왔다. 2005년 6월 19일, 경희궁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학 대회 전야제에서 『그녀가 온다』를 안무, 발레리나, 장애우, 춤 애호가들이 함께 춤을 추게 하면서 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며칠 뒤인, 6월 28일 창무 포스트 극장에서 조기숙 작은 춤판 『센스 1』을 공연하면서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8월에는 독일 퀸스틀러 하우스(Künstler Haus) 스튜디오와 캄프나겔(Kampnagel) 극장에서 『소리, 공간 움직임 프로젝트 화이트 룸』을 공연하는 등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기독교 학교 특성상,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그녀의 예배무용 안무작 『사랑은』(2005년 10월 ), 『내 영혼 깊은 데서』(2007년 5월), 『아가』(2010년 11월), 그리고 금년 5월 8일 부터 11일까지 『저 빛 속에 찬란한 생명이』가 2,3년 간격으로 공연되었다.

그녀의 자유혼이 번뜩인 공연은 2006년 4월 15일, KBS홀에서 공연된 『꼼뽀지숑(Composition)』이다. 늘 고급예술에 대해 편한 마음을 갖지 못했던 그녀가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무용형식과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 춤에 집중하도록 구성한 발레작품이다.

·타 분야와의 상생적 만남을 추구하는 그녀는 구도적·아가페적·수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백조의 호수IV-사랑에 통하다
그녀는 늘 안무자와 무용수간의 자유로운 동작 탐구와 상호보완이 이루어지는 상생안무법을 추구한다. 공간으로서의 몸과 몸으로서의 공간의 간극과 상호작용을 조망하며, 타 장르

조기숙의 발레는 분주하고 일상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도발성을 지니고 있다. 구성의 차별성과 무용수의 조합이 산출하는 양상들에 대한 거부반응이 존재하는 것은 한국 토양에서의 이질적 발레의 실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낯설게 하기와 의미 있는 발레 작업이 한국인들의 길들여진 입맛에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무용수들은 토슈즈도 거의 신지 않으며, 발레복 대신 자연스러운 치마를 입는다. 새로운 발레에 대한 이해도,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호감도는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편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기숙의 뉴발레는 2008년부터 『백조의 호수』를 가지고 안무되고 있다. 『백조의 호수-사랑에 반하다』(2008년 5월 17일, 서강대 메리홀), 『백조의 호수II-사랑에 취하다』(2009년 5월 22~23일, 서강대 메리홀), 포킨의 밤을 기리는 『빈사의 백조, 불새』(2009년 11월 20일, M 극장), 『백조의 호수III-사랑에 반하다』(2010년 5월 13~14일, 이화여대 삼성홀), 『백조의 호수VI-사랑에 통하다』(2011년 5월 12~13일, 이화여대 삼성홀), 『Practice as Research』(연구공연, 2012년 11월 5일, 창무 포스트 극장)로 도도한 예술창작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 백조의 호수IV-사랑에 통하다
그녀의 『백조의 호수』변주에는 늘 일침(一針)같은 가시, 즉 중의적 의미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반하다는 반(反)하다가 들어있다. 그렇지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춤 여행’으로 몸에 대한 억압과 편견을 깨고 자신의 몸이 말하는 소리에 따라 움직이며 즐기는 그녀는 탐욕과 이기심을 덜어내고 사랑을 더하는 한 끼 절식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한국무용기록학회 회장인 조기숙은 한국무용기록학회지와 한국무용연구회 논문집, 대한무용학회 논문집 등에서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에서의 몰입체험에 관한 몸학적 연구, ‘춤추는 몸’의 인식에 관한 탐구, 무용공연에 관한 관객감동의 개념 정립에 관한 연구, 경영과 공연의 상호관계에 관한 고찰-몸학(Somatics)을 중심으로 등 심도 있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이전의 논문들은 향상되는 창의성-무용체험이 경영인의 창의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무용창작에서 ‘새로움’에 대한 철학적 고찰―미셀 포킨의 발레개혁을 중심으로, <춤과 젠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관한 연구, 주체적인 몸 살아있는 몸-소메틱에 기반한 안무에 관한 탐구, 춤의 새로운 비전을 위한 고찰, 무용사 연구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에 관한 고찰 같은 주제의 것들이었다.


▲ 백조의 호수1-사랑에 반하다에 특별출연한 CEO 마왕들과 경영학자
역사적 관점에서 본 한국 문화읽기, ‘서구의 무용학 현황과 한국의 무용학 발전을 위한 일 제언’, 이애주의 『바람맞이』분석, 후기 식민지 민족춤의 시회역사적 발전, 남한에서 동시대 안무와 연관된 유럽중심주의, 현대 한국의 춤 작품 연구에 있어서 포스트-여성주의적 접근, 한상근의 『꽃신』연구(다문화적 전략과 성 담론), 이애주의 『살풀이』춤 분석도 춤의 학문적 접근을 기능케 하는 기록이었다.

조기숙, 쉰을 넘기고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알고 춤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시작한다. 그녀는 발레가 서구에서 시작되기는 했으나 인간의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발레처럼 잘 표현하는 예술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것’은 성장과 진화의 메타포, 날고 싶어서 발레를 하는 조기숙! 날고 싶어 하는 혁명가의 밝은 정신이 우리사회를 맑게 해 주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