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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미학·한국 춤 진정성 찾는 영원한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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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미학·한국 춤 진정성 찾는 영원한 춤꾼

[춤밭 일군 사람(19)]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

창작·전통 조화 통해 무용계 이끄는 빛줄기 우뚝


日·카자흐共 등 세계 곳곳 1천여회 순회공연 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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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검무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활동적이고 성실함으로 무용계를 지켜온 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보유자이자 회장인 김근희(金槿姬)는 경희대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하고 미국스포츠 아카데미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작품들은 존중받는 자긍심을 뒷받침 해준다. 알차게 무용탑을 쌓아 온 그녀는 아직도 현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며 공연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경희대, 서울여대, 동국대, 성신여대 강사를 거쳐,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자 보존회 회장, 이정범류 설장고 보존회 회장, 한국무용협회 이사, 경기도 도립무용단 예술감독, 운정무용원 이사장, 포천 국악협회 고문, 대진대 무용예술학부 교수로서 정년까지 곁눈질하지 않고 춤 연구에만 매진해온 춤 안무가이자 교육자다.

김근희는 광복 직후인 1946년 4월 3일 서울 신당동에서 태어났다. 1956년부터 65년까지 서울 종로5가 수도국악원에서 10여 년간 김여란, 이소애 선생에게 전통무용을 사사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춤 교습은 2005년까지 5년 터울로 김백봉, 강선영 선생에게로 이어진다. 도제 수업의 정석을 밟아 온 그녀의 춤 인생은 혹독하고 힘들고 긴 회한이 담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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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입춤
1961년 무용콩쿠르에서 공보부장관상 수상, 1963년 서울특별시장상 수상, 교육무용협회 작품지도상(출연)에 빛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대학 재학시절인 1974년 교육무용협회 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춤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87년 제9회 대한민국무용제에서 ‘0의 세계’로 대상 및 연기상을 수상해 그녀의 춤 연기와 잠재력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자상한 누님의 전형으로 그녀는 들뜨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면서 1985년 김근희 무용단을 창단한다.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로 이론과 실제를 오가며 무용계의 한 빛이 되기를 각오했던 그녀는 마침내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1990년 12월 31일 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로 지정된다. 이와 같은 작은 결실들은 그녀가 춤을 평생 직업으로 갖게 해주는 데 커다란 힘이 되었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카자흐공화국 국립조선극장 자문위원 겸 객원 안무자와 국립오페라 극장 ‘발레트’의 자문위원을 역임, 1991년에는 소련 알마아타 시 국립조선극장 감사장과 소련 카자흐공화국 문화부장관상 공로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 해 그녀의 작품은 이탈리아 세계민속무용 경연대회 최고상을 받는 기염을 토한다. 춤과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녀는 1971년 일본NHK 초청공연 안무를 시작으로 1978년 건국 30주년기념 무용대제전 안무, 1985년 광복 40주년기념 무용대공연 ‘혼성’ 안무, 1992년 카자흐공화국 국립조선극장 초청공연 ‘외길’ 안무, 1987~95년 까지 유럽 순회공연 50회, 1995년 초, 경기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피선되면서 그녀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고 2000년까지 예술감독으로 봉직하면서 대작의 꿈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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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놀부
1999년 밀레니엄 축하공연 ‘새천년 통일 기원제’ 총안무, 2000년 광주비엔날레 초청공연 ‘농촌의 한나절’ 등 안무를 포함, 지금 까지 국내외 순회공연 약 1000회에 이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 해에 걸친 전국 유명 춤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그녀는 참가자들의 세기(細技)와 수련 정도, 장래성과 지구력을 헤아리는 혜안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1시간30분 이상의 대작창작 무용극은 1985년 ‘혼성’, 1987년 ‘0의 세계’, 1995년 ‘제암리의 아침’, 1995년 ‘바람 멎는 날 풍경소리’, 1996년 ‘수트라’, 1996년 ‘성애꽃’, 1997년 ‘어제·오늘·내일’, 1998년 ‘일어서는 빛’, 1999년 ‘아방리 하늘을 여는 소리’, 2001년 ‘천상천하’, 2003년 ‘찬란한 빛’이 있다. 이들 작품들은 민족사와 민족혼, 대서사와 희망, 낭만을 일깨우는 작품들이었다.

그녀의 공로를 인정하여 1990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는 그녀에게 최우수공로상, 1997년에는 무용부문 ‘97 최우수 예술인’으로 선정했다. ‘어제·오늘·내일’은 이성과 감성의 갈등을 불협화음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갈등, 신기루, 독백, 풍요로운 결실, 과학의 침식, 광란의 도시로 짜여진 이 작품은 문명으로 파괴되어가는 현대 인간들의 메마른 정서를 미학적으로 보여주었다.

전통 무용극(1시간40분 이상의 대작)은 1997년 ‘효녀심청’, 1998년 ‘콩쥐팥쥐’, 1999년 ‘흥부와 놀부’가 있다. 그녀의 전통 무용극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테크닉은 상부에 맞추어져 있지만 저절로 흥을 불러일으키는 가독하기 쉬운 작품들이었다. 창작 무용과 전통 무용의 적절한 조화는 그녀의 곧은 심성과 바른 춤 철학을 엿보게 하는 이타적 춤 작업의 큰 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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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희경기검무보유자
그녀의 대표작은 ‘새천년 통일 기원제’, ‘제암리의 아침’, ‘바람 멎는 날 풍경소리’, ‘수트라’, ‘성애꽃’, ‘어제·오늘·내일’, ‘일어서는 빛’, ‘천상천하’, ‘콩쥐팥쥐’, ‘무궁화’, ‘운정 한량무’가 될 것 같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그녀는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2008년 대한민국 한국무용계 예술가 대상인 선정, 2009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2기 무용교육위원 공로상을 받는 등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소품 공연으로는 ‘철새’, ‘교방입춤’, ‘잊으려고’, ‘외길’, ‘무상’, ‘사천왕’, ‘무궁화’, ‘즉흥시나위’, ‘빨래터’, ‘섭정’, ‘비파와 여인들’, ‘금강역사’, ‘촛불 춤’, ‘천년의 소리’, ‘엿가락’, ‘운정 한량무’, ‘풍물놀이’ 등이 있다. 이들 작품들은 그녀의 현실에 대한 시대적 감각, 심리적 흐름,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그녀의 ‘한국 춤 향연’은 우리의 멋을 담아 곡선의 미학으로 형상화시킨 선의 유동, 학과 신선, 무당춤, 강강술래, 승무, 기생춤, 사랑가, 밀레니엄 북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궁화’는 ‘백의민족’으로 맑고 순수한 우리의 민족정서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전통 춤사위로 표출시킨 작품이다. 아리랑 환상곡, 운정 쌍 살풀이, 알쏭 달쏭의 3부로 이루어진 춤이다.

▲일어서는빛이미지 확대보기
▲일어서는빛
‘운정 한량무’는 남사당패의 공연에서 연희되었던 극 형식의 춤인데, 운정 김근희의 안무로 벼슬에 미련을 두지 않고 여흥과 문학 속에서 여유와 풍류를 찾는 선비들의 삶을 표현한 작품으로 김근희식 여흥과 해석이 흥미롭게 배가된다. 그녀의 ‘태평무’ 구성은 왕십리 당속에서 비롯한 장고가락에 바탕을 둔 춤이며, 화관무, 부채춤, 달맞이, 노들강변, 장고춤, 삼고무, 사물놀이, 풍물놀이, 혼을 부르는 소리와 같이 어울려 신명을 불러일으킨다.

‘제암리의 아침’은 주인공 전동례 할머니의 회상 속에서 시작된다. 꿈속의 이인무, 키 춤, 봉춤, 길쌈춤, 불꽃춤, 승자의 춤, 비애춤, 반항춤, 만세춤, 진혼무와 새 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민들과 유족들이 29명 선열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는 추모제를 지내면서 전동례 할머니의 진혼무가 이루어진다.

‘바람 멎는 날 풍경소리’는 엿가락 춤, 낙엽춤 ,우리 소리 대 합주, 빨래터, 바라춤, 물동이와 도마춤, 상여춤, 신랑 신부의 첫날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물고기 춤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성애꽃’은 순조 때의 대비와 어린 순조를 두고 벌이는 신하들의 정쟁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섭정, 촛불춤, 농촌의 한나절, 풍요와 성의 축제, 훈령무, 반항의 춤, 미사춤, 성모마리아의 춤, 민초의 애환, 이벽과 이성례의 춤, 아름다운 전원으로 천주교의 도래와 박해가 주가 된다.

‘수트라’는 석공 온석이 석굴암의 불상들 중 십대제자를 조각할 때를 배경으로 십대제자의 춤, 석공과 아낙들의 춤, 풍경춤, 달밤의 만남, 사대보살의 춤, 금강역사의 춤, 사천왕, 가무보살 춤, 팔부신장무, 질타의 춤(바라춤), 거미 춤과 천상녀의 춤, 사리자의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석굴암의 완성을 축복하며 법열의 상징인 사리 꽃이 가슴속 깊이 피어나고 그 아름다운 광채와 신비스러움은 경건하고 웅장한 음악 속에 귀한 자태를 몸짓으로 표현된다.

고전에 근거를 그녀의 춤은 구성만으로도 그 흐름을 감지해 낼 수 있다. ‘효녀심청’은 인삼 춤, 마을풍경, 선녀춤(아이점지), 꼬마 심청의 밥동냥, 꿈속의 사랑, 동네 처녀, 총각 춤, 남경상인의 춤, 풍어의 기원무, 용궁속의 춤, 태평성대, 뺑덕어멈 바람났네, 맹인잔치 춤으로 김근희식 효녀심청을 그린 작품이다. ‘콩쥐 팥쥐’는 꽃과 새싹들의 춤, 잔치 춤, 술래잡기춤, 까치 춤, 다람쥐 춤, 김감사와 행렬꾼들의 춤, 김감사와 콩쥐의 이인무, 별배들의 꽃신 찾기 춤, 대결무, 질책과 사형의 춤, 꽃무덤의 춤으로 이루어져 있다.

‘흥부놀부’는 놀부의 심술보 춤, 지게 춤, 흥부네 쫓겨 가는 춤, 놀부처 주걱춤, 감영 매 춤, 볼기짝 춤, 제비 춤, 구렁이와의 결투 춤, 제비나라 춤, 박꽃 춤, 흥부의 박타기 춤, 이차 저차 그차 춤, 놀부의 박타기 춤, 잔치 춤으로 모두가 즐거워 질 수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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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의아침
‘일어서는 빛’은 우리 근대사를 조명하며 다시일어서는 한민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시대, 건국의 남녀, 대지의 춤과 남북의 대립, 6·25동란의 춤, 조국 근대화 운동, 건설의 역군, 번영의 80년대, 의지의 역군, 인신매매 춤, 신문 춤, 꽃마차의 춤, 새 희망의 고동으로 희망의 대한민국을 그린다. ‘아방리의 하늘을 여는 소리’는 여유로운 농춘의 한나절을 그림 작품이다. 깃발 춤, 줄놀이 춤, 일 춤, 고사춤, 풍년제로 구성, 민속적 춤사위를 선보인다.

‘천상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취한 벽화사를 그린 작품이다. 자연의 풍광, 영혼과의 듀엣, 태수의 등장, 태수의 분노, 벽화사의 시련, 빛의 인도자-기도춤, 청룡과 백호의 춤, 생의 찬미, 비천상, 연꽃의 향연, 비파와 피리의 여인-3인무, 사냥춤, 제천의식, 무용총의 여신, 찬란한 빛으로 영혼과 현실 사이의 상상력을 극대화, 신비감을 불어 일으킨 작품이다.

김근희 자신이 추는 독무는 경기검무, 교방입춤, 즉흥 시나위 춤, 인생의 무상감을 촉매로 한 생의 회상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무상’이다. 지난해 10월 24일 용산아트홀에서 ‘한국춤의 얼, 명인명무전’에서 경기검무를 추면서 건재를 과시하였다. 그 내공의 춤은 많은 후학들에게 진정한 춤꾼의 전범(典範)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허(Her) 스토리는 진행형이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