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라 마리아의 관능적 몸짓과 참회의 춤으로 유명
美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혼'으로 인상적 무대 연출
한국정서인 '고구려 신화' 선택해 서사적 무용 전개
과거·현재 관통하며 역사와 현실, 여성과 삶 집중 탐구
춤으로의 출가로 마음의 안식을 얻은 그녀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처럼 자유분방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원색의 아름다움으로 치장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긴장감이 이는 보름달 뜬 봄밤의 배꽃을 벗으로 두었다. 세일러복의 꿈은 행운이라는 포물선을 그렸다. 꿈이 이루어지도록 시간과 경쟁을 벌였다. 달빛 고요함 속의 열공이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일희일비가 아닌 묵묵한 우보(牛步), 두뇌 회전은 빠르고 착실한 전진은 봉우리를 타고 넘어 작은 산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되돌아갈 틈이 없는 일정을 소화해내고, 작은 신이 되어야했다. 육완순 사단의 글래디에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주어진 역을 충실히 하면서 그 역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며 잠들어야 했다.
박명숙은 1978년 자신의 예술적 이상과 꿈이 담겨져 있는 ‘박명숙댄스씨어터’를 창단, 『마음은 가고』(78)를 선보였고, 이후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혼, 招魂』(81) 을 인상적인 성공작으로 등재한다. 페미니스트적 용모의 이면, 그녀는 ‘정, 情’이 정제된 태생적 도시인의 굴레를 운명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 틀은 그녀의 작품을 정제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울타리에서 벗어난다는 것, 낯선 길을 떠난다는 것,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달빛을 잠자리로 하고, 꿈으로 식사를 하는 것과 같다. 그녀는 늘 청정수와 같은 작품을 꿈꾸고 있었다. 내가 죽어야 사는 삶은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두려움을 잊어갔다. 현실과 몽환의 경계에서 접합점을 찾아 작품에 실행했다.
70,80년대 박명숙의 대표 안무작은 『모든 것은 춤』(78), 『종이꽃』(80), 『초혼』(81), 『몇 개의 정적』(82), 『잠자며 걷는 사람, 잠자며 걷는 나무』(84), 『에덴의 인간 』(85), 『아홉개의 구름과 꿈』(85), 『결혼식과 장례식』(86), 『풀잎환상』(86), 『시간기행』(87),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장미』(88), 『그날 새벽』(89) 등이다. 춤으로 여는 아침 같은 작품들이다.
『몇 개의 정적』(82), 『잠자며 걷는 사람, 잠자며 걷는 나무』(84), 『결혼식과 장례식』(86)에 이어, 박명숙의 무용은 1989년에 시작된 『그날 새벽』(89)을 통해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후 그녀는 고구려 신화라는 굵직한 한국적 정서를 주제로 선택하면서 서사적 무용을 전개한다. 대표작으로, 『고구려의 불꽃』(90), 『황조가,黃鳥歌』(91) (제13회 서울무용제 대상, 안무상, 연기상, 음악상) 등이 있다.
90년대와 21세기 작품으로 『고구려의 불꽃』(90), 『황조가』(91), 『혼자 눈뜨는 아침』(93), 『에미』(96), 『유랑,流浪』(99), 『보자기 춤』(2000), 『춤추는 돌-거시기한 삶』(2005) 『바람의 정원』(2008), 『윤무』(2011), 『윤무』(2012) 외 다수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그녀는 역사와 현실, 여성과 삶, 그 외로움에 대하여 집중적 탐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녀에게 불어온 ‘바람의 전설’은 붉은 사막에서 온 전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감히 접하기 어려운 ‘나무위의 집’을 그녀는 지으려고 한다.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걷는 심정으로 그녀는 정갈한 아침을 꿈꾼다. 눈꽃은 아름답지만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소나무달리 그녀는 세월의 무게를 감내한다. 인내보다 더 소중한 자산은 없다.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중년의 나이에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혼자 눈뜨는 아침』(93), 한국의 어머니상을 모티브로 여성의 문제를 공시적·통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은 『에미 母』(96)에 이어, 『유랑』(99), 『이브』(2003), 『바람의 정원 (2008) 등이 있다. 페미니즘에 걸린 여성성과 한국의 여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재조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명숙의 예술적 경향은 98년 미국 게일 리서치에서 발간한 세계현대무용사전(IDMD)에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EBS “Art&Culture-창작 노트를 열다”(2003), YTN, 동아TV “우리시대의 예술혼”(2004), 한국정책방송KTV “문화다큐 특별한 만남”(2009)외 다수 방영을 통하여 소개되고 있다. 그녀는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창작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삶과 여성, 예술에 관한 박명숙의 삶이 투영된 2011년 작 『윤무』는 과거 소극장 운동의 주역이었던 박명숙이 한국 최초로 10일간의 무용 장기공연을 시도한 획기적인 공연으로써 소극장 르네상스라는 평가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창작 춤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을 인정받아 ‘제17회 한국춤평론가상 특별상(2012)’을 수상하였다.
그녀의 화려한 국내외 수상경력을 보면 그녀의 위상과 작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President Marcel Hebbelinck ICHPER 24th World Congress “감사패”(1981), 제3회 대한민국 무용제 “개인상”(81), 한국현대무용협회 제3회 “코파나스상”(86),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표창장”(88)을 받음으로써 그녀의 입지는 확고해졌다.
한국예총미주지회수여 “93 올해의 예술인상”(93), 한국예총미주지회 “95 올해의 예술인상”(95), LA County 감독위원회 수여 “명예시민증”(95),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수여 “이사도라 무용예술상”(95), 문화관광부장관 신낙균 수여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98)으로 그녀는 없어서는 안 될 무용계의 인재로 부상하게 된다.
21세기 들어 그녀는 『평화나누기, 세계 188개국의 평화 고풀이』 새천년맞이 국가자정행사 “감사장”(2000), 국립민속박물관 전통문화보급 및 발전 공헌 “감사장”(2001), 문화관광부장관 김성재 수여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전야제공연 ‘공존, 평화꿈꾸기’, 『깃발춤』 “표창장”(2002), “자랑스러운 진명인상 ”(2002)으로 외연을 넓혔다.
비교적 상복이 많은 그녀는 한국무용학회 “무용대상”(2004),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수여 “이사도라 무용예술상”(2005), 한국현대무용협회 수여 제2회 “Dance Spirit상”(2006), (사)댄스포럼 수여 “김영태무용가상”(2007), 안토니오 알 빌라레이고사 L. A. 시장 “감사장”(2007)으로 불후의 무용가임을 입증하였다.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수여 2010 댄스비전 “무용교육자상”(2010), 한국현대무용협회 수여 “무용예술상”(2010), 한국현대무용협회 수여 “한국현대무용특별공로상”(2010),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수여 “아름다운 시선상”(2011), 밀물예술진흥원 수여 “M공헌상 ”(2011), 제17회 2011 한국춤평론가회 수여 “특별상 ”(2012)을 수상, 여전히 생동감 있는 무용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박명숙은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 국립현대무용단 이사, 한국현대무용협회 운영이사(전, 회장), 무용문화포럼 부회장, 한국무용학회 회장으로서 무용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펼치고 있는 국제여름현대무용페스티벌과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서 무용학도들의 사회 진출과 국제교류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바람의 여인’ 박명숙은 정제된 침잔의 아침고요를 맞이하고 있다. 깊은 사고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현대무용의 왕가에서 던져질 장엄한 아침 메시지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야생에서 빛나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빛살에 빛나는 바다의 장엄한 우림에 귀 기울여야 한다. 래핑보아는 그녀의 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