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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보약(補藥)은 결국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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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보약(補藥)은 결국 사랑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6)]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은 많은 잠재력 실현하는 것


'상한' 음식 버리듯 '상한' 사랑도 걸러내야


희생과 열렬한 사랑도 성장 방해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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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계사년 새해가 밝은 지 며칠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설 명절을 맞으면 어른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어른들은 상대방에게 적합한 덕담을 해주시는 것으로 애정을 표한다. 상대가 어리면 거의 대부분의 덕담은 “금년에도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이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잘 자랄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과연 ‘잘 자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자란다’, 즉 발달(發達)한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잘’ 자란다는 것은 잠재력을 ‘많이’ 실현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넓게 보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잠재력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젊고 유능한 정치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더 이상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됐을 때 우리는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표현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잠재력이 더 이상 실현되지 못하게 된다면 이미 정치적인 미래는 ‘죽은’ 것이기 때문이리라. 또 어떤 사람에게 ‘사회적으로 매장(埋葬) 당했다’라고 표현한다면, 그는 죽어서 무덤에 들어갔으므로 더 이상 사회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강서구는최근서울강서구구청지하상황실에서185개소어린이집원아6000여명이난치병환아,저소득다문화가정자녀들에게전달할사랑의저금통을개봉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강서구는최근서울강서구구청지하상황실에서185개소어린이집원아6000여명이난치병환아,저소득다문화가정자녀들에게전달할사랑의저금통을개봉하고있다.
잠재력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잘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여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결국 실현될 수 없다. 심리학에서 행동을 설명할 때 쓰는 핵심적 공식은 “행동은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달려있다” 는 것이다. 즉 개인적 요인인 잠재력이 충분하더라도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을 잘 만나야 된다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잠재력을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실현된다


환경적 요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즉 자양분을 계속 공급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값비싼 선택사항을 많이 갖춘 성능(잠재력)이 우수한 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름(에너지)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움직이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고급차가 아니라 값싼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자녀에게 이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일차적인 원천은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것이고, 부모의 양육 태도가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 음식물을 통한 자양분이 필요하다. 아무리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할지라도 음식물을 통한 자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키가 클 수가 없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부모세대보다 키가 큰 것은 풍부한 음식물을 섭취해 충분한 자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모든 어머니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준비한다.

우리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자녀들의 몸이 성장하는 데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자녀들의 마음이 성장하는 데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늘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몸은 건강하고 크게 성장했지만 마음은 병들고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 즉 죽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마음은 ‘사랑’을 먹으면서 성장한다


몸이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성장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자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마음을 자라게 하는 자양분은 과연 무엇일까?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랑”이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심리적으로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마음의 잠재력이 성장하지 않고 멈추게 된다. 즉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에 머물러있게 된다. 소위 ‘공주병’ 이라든지 ‘성인아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저에는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족최대명절인설날을맞아부모와자녀가함께즐겁게윷놀이를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민족최대명절인설날을맞아부모와자녀가함께즐겁게윷놀이를하고있다.
몸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은 음식물을 통해 공급된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 음식이 신선하고 상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선하고 몸에 이로운 자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만이 몸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해줄 수 있다. 만약에 상하거나 해로운 음식을 먹는다면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다. 상한 음식을 먹을 바에야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음식을 주려고 노력한다.

모든 부모들은 특히 어머니들은 상한 음식과 건강한 음식을 구별해내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 음식이 상하면 ‘냄새가 난다’거나, ‘색깔이 변한다’ 거나, ‘모양이 변한다’ 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또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버섯을 구병하는 방법들을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종종 식중독에 걸려서 아파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들이 주위에서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불량식품’을 먹지 말라고 교육시킨다.

한국의 부모는 자녀들을 사랑하는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자녀들은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심리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면서 살고 있을까? 복잡한 심리학적 교육학적 이론이나 다양한 통계 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슬픔이다. 가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등의 광고 문구나 기사 제목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이 키운’ 이라는 문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모순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는 우리의 자녀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면서 즐겁고 보람있는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겉으로 보기에는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자녀들마저 비행행동을 하고 게임에 중독되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크게는 한국 사회가, 작게는 우리 가정이 그리고 개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도를 구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 즉 건강한 음식과 상한 음식이 있듯이 사랑에도 건강한 사랑과 상한 사랑이 있다.

▲예비학부모들이어떻게자녀를잘키울것인가를주제로한자녀교육에대해경청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예비학부모들이어떻게자녀를잘키울것인가를주제로한자녀교육에대해경청하고있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자녀를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사랑하기만 할 뿐, 자신의 사랑이 마음을 자라게 하는 ‘건강한 사랑’인지 혹은 자녀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하고 해치는 ‘상한’ 사랑인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사랑에도 건강한 사랑과 상한 사랑이 있다


마치 상한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더욱 해가 되듯이, 상한 사랑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성장에 방해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성장을 멈추게까지 된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사랑을 많이 주는 것보다 건강한 사랑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상한 음식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부모가 되기 전에 이 ‘건강한’ 사랑과 ‘상한’ 사랑을 구별하는 방법을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건강한 사랑과 상한 사랑을 구별하는 것이 건강한 음식과 상한 음식을 구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사랑은 음식과 달리 상했다고 해도 눈으로 볼 수 있게 색깔이 변하거나,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신이 지금 건강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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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