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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춤 사랑 '내공의 춤'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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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춤 사랑 '내공의 춤' 고수

[춤밭을 일군 사람들(26)]임현선(대전대 무용학과 교수)

가슴에 품은 열정, 진주알로 승화시킨 정통 안무가


강선영-한영숙-김매자의 한국 전통 춤맥 이어


대전춤작가협회 회장 역임하는 등 충청도 춤밭 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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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금풍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임현선(林顯璇·Lim Hyun Sun)은 1954년 5월 29일(음력) 건축가 임상환(林想煥)과 어머니 김순분(金順分)의 2녀 중 차녀로 부산 송도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윤택한 삶과 자유로움 속에서 서울 북성초등학교, 상명여중·고, 이화여대 무용과와 교육대학원(교육학석사), 한양대 대학원(체육학박사)을 거쳐 대전대 무용학과 교수로 춤 연구를 시봉하고 있다.

1958년 만 네 살 때부터 무용학원 교습에서 시작된 그녀의 춤 인생은 긴 보리수 터널의 떼르말로 진입하고 있다. 여린 감성으로 터득해낸 예리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춤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은 미풍처럼 부드러운 촉수로 춤 세상을 꽃 피우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해 왔다. 일편단심으로 춤을 사랑하면서, 감정절제로 행운을 불러오는 황새, 그녀의 일관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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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소리를만나면I-팔풍과팔음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한국춤협회 부회장, 무용문화포럼 부회장, 전통춤협회 상임이사, 대전 시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무용교육위원회 지역위원장으로서 그녀의 스프링보드는 금세 튀어 오를 듯하다. 제7회 대전광역시무용제 대상 수상(2001), 대전예술인 시장표창(2004), 미래춤 대상(2005), 최우수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08)으로 뜨거운 여름과 빛을 좋아하는 그녀가 추위와 통 바람을 뚫고 산형무제(傘形舞祭)를 올릴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아픔 없이 성장하는 보석은 없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 수 없다. 임현선이 해온 작업은 한국 무용사의 값진 보석, 반투명성의 미묘한 변채(變彩), 그녀는 점점 완전한 진주 방울이 되어가고 있으며, 광택은 더욱 짙어간다. 강선영, 한영숙, 김매자의 춤정신을 존중, ‘현재에 충실하자’는 그녀의 춤 사랑 실천으로 우리 춤은 의미 있는 석축을 하나 더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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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소리를만나면I
1977년 대학 졸업 후, 1978년 12월, 제1회 창무회 정기공연으로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그녀의 첫 출연작이자 안무 데뷔작 ‘거미줄’을 춤계에 상재한다. 이 때의 주축은 임학선, 최은희, 이노연과 함께였다. 춤계의 역사적 회오리바람, 그 자랑스러운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임현선은 궁중무 ‘춘앵전’, 불교의식무 ‘천수바라’에 출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립국악원 연주원(1977.06~1978.12)에서 시작된 그녀의 사회생활은 인천간호전문대, 서강대, 수원대, 청주대, 서원대, 한양대, 수원여자전문대, 선화예고 강사로 까지 이어진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폐회식 무용지도위원, 2001년 대전 시립 연정국악연구원 상임안무자, 춤전용 소극장 ‘두리춤터’ 대표(1990~1996)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

1980년대에 그녀는 ‘도르레’, ‘소리·사위’ 공동안무 및 출연, ‘불꽃일 줄도 몰라라’ 출연으로 존재감을 보이다가 1985년 2월 임현선무용단을 창단한다. 5월 ‘돌기’ 안무 및 출연으로 제1회 한국무용제전(문예회관 대극장)에 참가하였으며, 이 작품은 5월 7일, 춤전용 소극장 「창무춤터」 개관 초청공연으로 연결된다.

1986년아시아 댄스페스티발-창무춤터 기획공연 ‘춘앵전’ 출연, 제7회 창무회 정기공연 ‘돌기’ 안무·출연, ‘도르레’ 안무, ‘소리·사위’ 공동안무·출연, 12월에는 임학선·임현선 무용발표회(문예회관 대극장) ‘우리, 둘’ 안무 및 출연, ‘인다리’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춤 전선의 최전방에서 임현선은 늘 자신의 역할 이상의 몫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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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소리를만나면II-팔풍팔음
1987년 창무춤터 기획 ‘임현선의 춤’ 시와 무용의 만남-시인 박희진과 임현선의 만남 ‘메아리 애가’ 안무 및 출연으로 크로스오버의 한 유형을 보여주었다. 1988년 현대춤작가 12인전에 참가 ‘우리, 둘’ 안무 및 출연, 제4회 한국무용제전 참가 ‘오월의 초대’ 안무 및 출연, 1988 올림픽대회 폐회식행사 ‘떠나가는 배’ 안무 및 지도로 자신의 역량을 쌓고 있었다.

1990년에 들어 임현선은춤전용소극장「두리춤터」개관기념공연(1990.06.16.~23)에서 ‘우리, 둘’ 안무 및 출연, ’90두리춤 페스티발 기획(주제: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90소극장춤 베스트5 기획, 1991년 ‘흰 새의 검은 노래’ 출연,「두리춤터 개관」1주년 기념-임현선의 춤 ‘메아리 애가’ 안무 및 출연, ’91두리 신인 안무전을 기획하는 의욕을 보였다.

이후 그녀는 1992년 제14회 서울무용제 참가 ‘마음꽃’ 출연으로 개인 연기상을 수상한다. 1993년 강선영 선생 무용 55년 기념공연에서 ‘태평무’, ‘즉흥무’ 출연, ‘우리, 둘’ 안무 및 출연, ‘태평무’, ‘민들레 왕국’, ‘인다리’ 출연, ’93한국무용제전 참가 ‘꼬리 문 삶과 죽음의 노래’ 안무 및 출연, 1994년 제11회 신춘 국악대제전 참가 ’94국악의 해 기념 ‘태평무’ 출연, ‘우리, 둘’, ‘진혼무’ 안무 및 출연, ‘태평무’ 출연, 임현선의 춤-솔로 작품전에서 전통춤-‘춘앵전’, ‘즉흥무’, ‘태평무’와 창작춤-‘춤, 다스름’, ‘진혼무’를 선보이고, 1995년 ’95한국무용제전 순회공연에서 ‘태평무’에 출연하는 등 부지런한 계절을 피워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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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소리를만나면II-팔풍팔음
1996년 10월30일 ’96국립국악원 예악당 개관 기념공연에서 임현선은 ‘마음 꽃’에 출연한다. ‘꼬리 문 삶과 죽음의 노래’ 안무, ‘태평무’, ‘즉흥무’, ‘춘앵전’, ‘강강술래’, ‘한량무’ 등 그녀의 전통 춤들과 인기 안무작들은 지속적으로 앵콜을 받았다. 1998년 언니인 임학선 작가데뷔 20주년 기념공연에서 ‘우리, 둘’의 안무와 ‘마음 꽃’에 출연한다. 1999년 ‘춤, 다스름’ 안무, ‘진혼무’ 안무, ‘새다림’ 재안무로 20세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1977년 제2회 홍콩 아시아 예술제에서 2010년 동아시아 학술심포지엄 기념 한·중 무용공연에 이르는 다양한 해외공연과 국내공연에서 즐겨 사용하는 음악은 창작음악이며, 안무에 중점을 두는 사항은 춤의 간결성, 극적 표현력, 연극적 요소다. 새 밀레니엄에 그녀는 가무악극 ‘오주악’ 안무에서 ‘메아리 애가’(2012)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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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꿈꾸는 영혼’ 안무, ‘꼬리 문 삶과 죽음의 노래’ 안무, 창무회와 ‘도르래’ 공동 안무(2001), ‘민들레 왕국’, ‘강강술래’, ‘미얄할멈 이야기’ 안무, ‘산조 춤’ 출연, ‘인연과 정감-연감’ 안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Ⅰ’ 안무, ‘닭은 꼬꾸요’ 연출(2002, 제12회 신인 안무가전 참가, 포스트극장, 서경희-‘안무상’ 수상), ‘하늘구멍’(2003) 연출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발 2004’ 및 ‘제34회 안동 민속축제’에 참가, 2005Tainan Chishi Int'lal Festival(臺灣臺南七夕國際藝術祭) 초청공연, 인간문화재 강선영 선생 ‘불멸의 춤 70년’ 뉴욕공연(뉴욕 링컨센터), ‘태평무’, ‘즉흥무’ 출연(2006), 제21회 한국무용제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Ⅱ-팔풍과 팔음’(2007) 안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Ⅲ-체로금풍(體露金風) 금빛바람에 드러난 몸’(2008) 안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Ⅳ-연감’ 안무 및 출연(2008), ‘닭은 꼬꾸요’ ‘미얄 할멈 이야기’-예술감독(2009), ‘걸어보지 못한 길’(2010)-예술감독, ‘비함 秘函’ 안무 및 출연, ‘꿈을 찾는 아이들’ 안무, ‘그들의 시선’ 연출(2011), 안무가로 보는 한국 창작춤의 흐름-임현선의 춤 ‘메아리 애가’와 지역중심 류파별로 보는 한국민속춤의 흐름-임현선의 춤(두리춤터)에서 ‘춘앵전’ ‘태평무’ ‘즉흥무’ ‘산조춤-연감’(2012)을 독무로 공연하면서 현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대표작은 1. 메아리 애가 2. 진혼무 3. 돌기 4. 꼬리 문 삶과 죽음의 노래 5. 우리, 둘 6. 거미줄 7.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Ⅰ 8.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Ⅱ - 팔풍과 팔음 9.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Ⅲ-체로금풍(體露金風) : 금빛바람에 드러난 몸 10. 그들의 시선 11. Secret Box-비함 秘函 12. 오월의 초대 13. 춤·다스름 14. 꿈꾸는 영혼 15. 도르래(창무회 6인 공동안무) 16. 소리·사위 (창무회 공동안무)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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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소리를만나면II-팔풍팔음
‘메아리 애가’(1987)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를 처절하게 짝사랑했던 에코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쓴 박희진의 시를 무용화 한 작품이다. 희랍신화를 한국전통무용인 살풀이 기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진혼무’(1984)는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함은 곧 산자를 죽음의 절망으로부터 새로운 삶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돌기’(1985)는 ‘나’를 어둠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미의 상태에 놓고 빛을 향하여 매달리고 기어가면서 끊임없이 현실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 ‘꼬리 문 삶과 죽음의 노래’(1993)는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에너지로 보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 승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 둘’(1986)은 두 자매가 성장하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인간적인 신뢰와 사랑, 그리고 같은 예술가의 길을 가는데서 오는 번민과 갈등, 고뇌를 그린 자서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험한 이 세상에 제 살점을 나눠 줄 수도 있을 자매의 춤으로 일정한 줄거리를 갖기보다는 서로 의지하는 동반자로서의 삶을 추상적 무용형식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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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박스
‘거미줄’(1978)은 그들의 삶 속에 작은 나비들이 거미줄에 걸려 운명적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바람과 소리 시리즈,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Ⅰ’(2002),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Ⅱ-팔풍과 팔음’(2007),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Ⅲ-체로금풍(體露金風) : 금빛바람에 드러난 몸’(2008)은 자연현상과 인간의 견오본성, 춤 사이의 조화와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Secret Box-비함 秘函’(2011)은 판도라 상자의 이명이다. 그리스신화의 판도라가 제우스의 경고를 무시한 채 개함(開函)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오월의 초대’(1988)는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의식을 소재로 하여 결혼하는 절차와 한 가정을 통하여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춤·다스름’(1994)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고도 무의미한 생활에서 오는 허무의식과 패배감, 절망으로부터 자유와 해방감을 꿈꾸며 누리고 싶어 하는 중년의 심리적 갈등을 묘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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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박스
‘도르래’(1981, 창무회 6인 공동안무)는 무수한 생명의 탄생을 통하여 우연과 필연의 만남, 이별, 죽음, 삶을 보여주며 새 생명으로 계속되는 인간의 숙명적인 멍에조차 받아들였을 때의 자유의 상태를 나타낸 작품이다. ‘소리; 사위’(1981)는 생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여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결코 헤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몸부림과 좌절, 그리고 그 속에서의 안주를 이야기하고자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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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무
서울올림픽 폐회식 무용지도와 같은 행사 연출, 제15회 전국대학무용경연대회 금상 및 지도자상 수상 같은 교육자의 면모, 오늘의 춤꾼, 내공의 안무가로서의 임현선은 내림굿 춤사위, 현대 한국 춤의 표현기법, 민속무용의 분류, 호흡구조 분석을 통한 호흡표기법 연구, 지역 춤의 현주소와 미래가 연구영역이다. 이제 그녀가 더 큰 무대를 장악하기를 기대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