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무용 형식의 실험과 타 장르와의 통섭에 가교 역할
한국 무용의 독보적 존재 황무봉‧이매방 선생에게 사사
무용과 他예술장르와의 결합으로 색다른 공연형식 시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정선혜(鄭善惠‧JUNG SEON-HYE)는 1965년 6월 27일생 부산에서 출생했다. 건강한 몸매에서 뿜어내는 그녀의 춤사위는 늘 여유와 낭만의 상징으로 다가오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지원군들은 거북껍질처럼 단단하게 그녀를 늘 둘러싸고 있다. 은은하고 신비스러운 빛으로 사랑을 받아온 그녀의 춤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내며 완성해온 과정의 춤이다.
그녀가 열정으로 피워낸 시계꽃 화원에는 디자인을 전공한 남편과 예술대학에 다니는 딸과 아들이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일그러짐 보다는 둥금으로 청순한 매력을 분출하였던 그녀가 연기해낸 아픔과 눈물은 이제 그녀를 존귀 속에서 숨 쉬며 춤추게 한다. 낯선 곳에서 망설이지 않고, 연마한 춤들을 분주히 피워내는 난초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6세 때,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였던 고(故) 황무봉 선생의 ‘황무봉 무용연구소’에서 무용을 교습한 이래, 정선혜는 부산 영도여고,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 중앙대 교육대학원에서 무용교육, 명지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학위 취득으로 상명대 교수를 거쳐 지금의 교수직을 부여받았지만 지난 40년간의 무용학습과정을 통해 여러분의 큰 스승을 사사하는 행운이 있었다.
한국 무용계의 독보적 무용교육자인 ‘황무봉’ 선생의 문하에서 어린 시절 한국무용 기본춤사위를 익혔다. 한국전통춤 명인인 ‘우봉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살풀이춤과 승무, 무당춤 등 전통춤 전 종목을 전수했다. 황무봉, 이매방 두 스승의 가르침은 현재 정선혜 춤의 토양이며 뼈대다. 지도연, 김매자 선생을 거쳐 1988년 대학 졸업 후, ‘김현자 춤 아카데미’ 2기생됨으로써 그녀의 세기를 습득한다.
스승 김현자는 창작무용의 새로운 안무법과 무용가가 지녀야 할 소중한 지적 자산들을 일깨워주었다. 김현자의 ‘생춤’ 시리즈 등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와, 한예종 반주강사를 통해 김현자의 독창적 춤미학과 교육자로서 갖추어야할 면모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된다. 무용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김현자는 그녀를 지탱시키는 또 다른 춤 혼의 소중한 한 축이 되었다.
1989년부터 2003년까지 그녀의 안무작들은 자연의 섭리와 이에 순응하는 생명을 주제로 서정성과 간결한 형식미에 담고 있다. 데뷔작 ’89 새남무용제전 ‘에너지-1’을 시작으로 ‘풀잎하나’ ‘안개강’ ‘봄비’ ‘가을풀’ ‘죽아’ ‘죽림개화’ ‘나비’ 등은 자연현상과 생명의 움직임을 이미지화한 작품들로 그녀는 무대장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오직 춤의 순수성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정선혜는 2004년 상명대 연극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무용과 타 예술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색다른 공연형식 만들기를 시도한다. 무용전공 교수가 연극전공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조금 낯선 환경과 입장, 이들에게 대사 위주의 연극공연이 아닌 무대를 경험시켜주었다. 무용인이 주체적으로 새 형식을 실험하고, 변신의 공간을 발견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총체예술단 ‘퍼포밍아트그룹 칼미아’의 탄생은 무용에 무지한 학생들에게 신체움직임과 감정표현법을 가르쳤고, 그녀 또한 대사를 위한 발성법과 연출 등 연극 메소드 학습 과정을 거쳐 ‘코드명 19450815’가 창단공연 된다. 이후 2009년까지 연극과 마임, 전통연희와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홀로그램 영상 등 각 예술장르가 무용과 만나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굿모닝 바그다드’ ‘붉은 눈물’ ‘이스마일 액스’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 ‘무용극 능소’ ‘마당극 능소의 사랑’ ‘뮤지컬 능소’ ‘마이너 키’ 등이 발표되었다. 이와 같은 복합장르 작품들에 대한 의미 부여는 그녀만의 몫이 아니었다. 작품 제작과정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장르의 예술가와 스태프들의 다양한 감성과 지식은 그녀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그녀는 2010년, 창작무용 ‘블랙로즈’와 ‘검은 변주곡’을 공연하였다. 이 작품은 지난 6여 년간 새로움을 향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했던 지난 작품들에 대한 반추인 동시에 회귀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여성이 잊고 있었던 자신의 순수성을 찾아가는 모습처럼 두 작품은 춤의 본질과 품격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녀의 미래를 향해 던진 화두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20회 서울국제무용제 ‘연기상’(‘바람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