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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몸짓' 우보(牛步) 거사의 거침없는 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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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몸짓' 우보(牛步) 거사의 거침없는 춤사랑

[춤밭을 일군사람(29)]김평호(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겸 상임안무자)

삶속에 녹아있는 흥과 신명의 춤 지향하는 춤일꾼


유년시설 사사·전수 과정 없이 자연 스승 삼아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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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김평호(金坪鎬·Kim Pyung Ho)는 1964년 3월 25일 전남 고흥에서 출생했다. 전남고흥 농고 농과에 재학하면서 사물놀이를 배웠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예술계와 연을 맺은 그는 도제 수업을 쌓으면서 춤에 진입, 남성 무용의 한 축을 담당, 현재적 삶을 살아오고 있다. 자신의 춤을 ‘소통을 통한 광대의 몸짓’이라 명명하면서 춤의 기단을 쌓는데 조력하고 있다.
청주대 무용과, 중앙대 교육대학원에서 무용교육을 전공한 그는 유년의 사사나 전수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자신을 연마시킨 그가 변방의 영주로써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한계와 경계에 대한 도전의식, 내려놓음과 느긋하게 바라보기, 사랑이 가미된 춤에 대한 몰입과 다르게 바라보기를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김평호류소고춤이미지 확대보기
▲김평호류소고춤
김평호는 성장하면서 피할 수 없는 사사를 거치면서 숱한 스승과 만나게 된다. 춘앵전, 처용무는 김기수, 범패바라는 송암, 소리는 안숙선, 박병천, 안비취, 풍물은 방승환, 정인삼, 무용은 박금슬, 서희주, 강혜숙, 정재만, 이매방, 국수호 선생으로부터 다 방면에 걸친 조련을 받게 된다. 늦은 공부에 자신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결과는 인정받는 예인으로 탄생된다.
그는 1989년부터 3년간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단체 활동을 시작, 부산롯데 엘그린무용단 감독(96~97), 대전시립무용단 훈련장(99~03), 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04~08)를 거쳐 2011년 5월부터 현재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태생적 역마살은 그를 중앙대, 청주대, 대전대, 목원대, 창원대 강의로 지방을 순회하게 만들었다.

옅은 녹색의 그의 삶은 변화무쌍한 춤판의 기상도에서 가변의 춤과 적응의 미학을 찾아내며, 에메랄드보다 크고 깨끗한 결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토해내고 있다. 깊고 신비한 춤을 찾아 팝콘 같은 탄성력을 갖춘 그의 춤들은 자작나무 숲을 산책하기도 하고 뜨거운 남방의 부처 염원이나 마다가스카르의 동물 같은 낭만적 유희들을 여유롭게 보여준다.

▲북의대합주이미지 확대보기
▲북의대합주
김평호의 친화력은 어느 곳에나 아름다운 줄기를 뻗어가는 덩굴을 닮아있다. 뜨거운 여름의 기운으로 내면의 재능을 보여주는 그는 일상에서도 춤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내는 탐구심과 호기심을 발휘한다. 그에게 있어 춤은 인생이며 수행의 과정이다. ‘삶과 괴리된 춤은 소통할 수 없고, 수행자처럼 정진하는 것이 진정한 춤꾼’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지향하는 춤의 그린 필드는 세월의 무게를 보태면서 그랑 블루의 서정으로 변한다. 짧은 삶에서 삶의 심연을 알아버린 그는 닫힌 현실에서 거칠게 부딪기며 감체투지(減體鬪志)의 투혼을 발휘한다. 김평호, 우연히 접한 풍물이 그의 도반이 되어 동체였던 악가무(樂歌舞)의 합일을 꾀하며 일 년 같은 하루를 값지게 살아간다.

무용가 김평호는 연희성이 두드러지며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속에 표현되는 음악적 이해와 감수성, 장단과 선율을 해석하는 능력이 특출하다. 그의 전통춤과 한국창작춤은 타악을 접목한 독창적 춤사위를 구축한다. 그를 중견무용수로 우뚝 서게 하는 이런 작업은 그만의 광대 기질과 한량의 멋을 두드러지게 한다.

▲오고무이미지 확대보기
▲오고무
김평호는 전주대사습놀이(농악부문) 장원-국무총리상(1984년), 전국농악경연대회 대통령상(1985년), 전국민속경연대회(강화용두질노래) 대통령상-지도(1987년), 전국무용제 연기상(1997년), WCO(세계문화오픈) 대상(2004년), 경남무용제 대상(2007년)을 수상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 안무작은 『검결』, 『축원』, 『적멸의 짓』, 『잃어버린 영혼들의 초상』, 『무욕의 땅, 신명의 땅, 빛나는 땅』,『꿈-천국과 지옥』, 『황후의 길』, 『예풍정감』을 들 수 있으며, 뮤지컬-『가락국기』, 『무럭이네』 『가족이야기』, 『미롱』, 오페라 -『논개』, 『팔만대장경』, 창극-『예풍정감』, 『백범김구』가 공연일지에 걸쳐진다.

그의 청주시립무용단에서의 최신 작업을 살펴보며 이전 작업을 가늠해낸다. 2011년 작업, 중앙아시아 “한민족, 영혼의 감동” 총 예술감독 및 출연(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7월), 53회 목요정기공연 “춤․鄕 신명과 환희” 총 예술감독 및 안무 및 출연(8월), 유네스코 직지시상식 공연 『고향의 봄』 안무(9월), 27회 정기공연 『국향』 총 예술감독 및 출연(10월), 83회 정기연주회 『明日-그리움이 깊어서』 안무(12월), 17회 테마기획공연 크리스마스환타지 『호두까기인형』 총 예술감독(12월)으로 작업했다.

▲장한가이미지 확대보기
▲장한가
2012년 그의 작업라인에는 청주시립국악단 84회 정기연주회 신춘음악회 『청풍-만월』 안무(3월), 61회 목요정기공연 『별의 전설, 아! 송범』 총 예술감독(4월), 18회 테마기획공연 동화 속으로의 여행 『콩쥐팥쥐』총 예술감독(5월), 풍운을 여는 춤의 여드레 팔일 “김평호류 소고춤”(한국문화의집, 6월), 64회 목요정기공연 “춤․鄕, 『별꽃의 書』” 총 예술감독 및 안무(7월), “일본 히타치 민족예술제” 총 예술감독 및 출연(10월), 『청춘예찬』(10월), 19회 테마기획공연 크리스마스판타지 “산타구출 대소동” 총 예술감독(12월)이 걸려 있다.

김평호는 ‘소고춤-김평호 류’를 재구성하였고, ‘장고춤’은 그만의 구성과 안무로 신명을 불러내는 레퍼토리다. ‘오고무’는 끊임없이 갈고 닦아 온 대지적 삶으로부터 울려오는 어머니와 같은 땅의 소리, 大母地音. 견고한 북소리가 깊고 무거운 강퍅한 내면을 울려오고, 무희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춤사위는 대지로부터 축복과 환희를 불러오는 춤이다.

▲소고춤이미지 확대보기
▲소고춤
그리움, 설레임, 마음의 평화, 안식, 정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자 근원인 고향을 그린『고향의 봄(鄕)』은 김평호가 고향의 서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과 이강석 시인의 ‘산촌 환상곡’을 홍난파, 조두남 작곡, 김기영 편곡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지역주민의 정서를 자극하며 혼돈과 갈등을 치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내었다.

김평호는 안무가 국수호 선생에 의해 1985년에 초연되어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공연된 당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 『북의 대합주』를 청주에 이식하였다. 각 지역의 맥박의 소리로 탄생된 북가락 장단과 우리나라 고유의 크고 작은 북들을 한자리에 모아, 각각의 북들이 장단과 소리의 높낮이 및 크기의 차이에 따라 나름의 빛깔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구성하였다.

▲별꽃의서이미지 확대보기
▲별꽃의서
『땅의 혼』은 대지에 파문을 일으키고, 봇물처럼 터지는 땅의 울부짖음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생성의 기운으로 신명을 넘어 카오스의 전율로 달구어 낸다. 장구와 북의 조화가 인간들의 맥박과 기원으로 땅의 기운을 하늘에 전하고 천지인의 울림으로 대지를 깨운다. 특히 액풀이로 바라춤은 일 년 열두달의 액과 살을 바라춤으로 풀어내고 평안을 기원한다.

『별꽃의 書』는 프롤로그, 1장 별꽃, 2장 만월(달의 여신), 3장 만남,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어린아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꿈을 향한 무한 질주에 지쳐가는 아이, 절망의 끝에서 별의 정령의 도움으로 태초의 어둠속에서 음양이 생겨나고 그 사이 잉태된 뭇 생명들이 꿈틀대는 창조의 시원(始原)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신무이미지 확대보기
▲신무
음(陰)의 상징 달과 별 그리고 양(陽)의 상징 태양이 서로 극을 이루며 순리에 따라 순환하는 우주의 엄격한 질서 속에서도 별의 정령 “별꽃”과 태양의 정령 “화광”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여 만나고,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별빛처럼 영롱하고 태양처럼 뜨겁게 사랑했던 별꽃과 화광은 사랑을 받아들였듯 예정된 이별을 애틋하게 그려낸다.

김평호, 우직하게 춤밭을 일구고 있는 토종 춤꾼이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만큼 춤에 중독되어 있다. 춤판에 관한 한,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안무가다. 세련되게 자신의 댄스로지를 써내지 못할 만큼 춤을 사랑한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봄비 끝자락에 환한 미소로 얼굴을 드러낼 것 같다. 그의 춤도 과장되지 않고, 예술로 포장하지 않고, 관객들과 늘 푸른 호흡을 해오고 있다. 식지 않을 사랑으로 가는 미롱은 낙관처럼 우리 주변에 남아, ‘미적 정제’와 ‘유쾌한 춤’의 완성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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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독수천문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