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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문제는 자문받고 마음 문제는 상담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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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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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문제는 자문받고 마음 문제는 상담 받아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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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은 전문가에게 조언듣거나 도움 주는 것


상담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노력


영어 Understand?한자 易地思之와 같은 개념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여러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그 중에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도 많이 있지만, 때로는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훈련이나 식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또 주위에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혹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는 경우 자진해서 충고를 하거나 권면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담을 받는다’ 또는 ‘상담을 해 준다’라고 일컫는다. 예를 들면, 몸이 아플 때 우리는 의사나 약사에게 ‘의료상담’을 받는다. 법률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는 변호사에게 ‘법률상담’을 받는다. 자신이나 자녀의 진학에 관해 알고 싶으면 교사에게 ‘진학상담’을 받고, 종교적인 해답이 필요할 경우에는 종교지도자에게 ‘신앙상담’을 받는다. 이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수없이 많은 ‘상담’이 있다. 급변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그 만큼 문제도 많고 다양한 영역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도 많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거나 해결책을 묻는 것, 또는 다른 사람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거나 옳다고 여겨지는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모든 활동이 상담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상담과 자주 혼동되는 활동이 ‘자문(諮問, consulting)’이다. 상담과 자문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서로 다른 활동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MC노홍철이살림노하우를알려주는리빙테라피프로그램노홍철의올댓리빙.크리에이티브디렉터와인테리어디자이너가나와시청자들에게인테리어,가구,소품등에대해자문해준다.이미지 확대보기
▲MC노홍철이살림노하우를알려주는리빙테라피프로그램노홍철의올댓리빙.크리에이티브디렉터와인테리어디자이너가나와시청자들에게인테리어,가구,소품등에대해자문해준다.
우선, 두 활동은 구조적인 면에서는 서로 유사하다. 어떤 활동이 ‘상담’이나 ‘자문’이 되려면 문제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상담이나 자문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가지고 있어도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스스로 알거나 해결할 수 있다면 구태여 상담이나 자문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담이나 자문 활동은 어떤 사람이 문제를 가지고 있는 데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 일어나게 된다.

지식의 문제는 자문으로


하지만 두 활동은 해결하려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문제의 종류와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많은 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몸이 아픈 경우, 대개의 사람들은 왜 몸이 아픈지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당연히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는지 그 해결책을 모른다. 즉, 건강이나 병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의사에게 가서 그 원인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찾게 된다. 또 법률적인 해결을 보아야 할 경우,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 분야에 전문가인 변호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각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하고 훈련하고 자격증을 가진 후에야 해당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의사는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병원에서 오랫동안 수련을 거쳐야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가인 교사는 교육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생 실습을 한 후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교단에 설 수 있게 된다. 종교지도자도 각 종교에서 요구하는 공부를 한 후 실습 과정을 거친 후 자격을 얻은 후 전문적인 종교 활동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문가를 만나 전문적인 지식을 얻거나 도움을 받는 경우, 우리는 이를 일반적으로 상담을 받는다고 하지만, 보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런 활동은 자문을 받는 것이다. 즉, 우리는 건강 문제에 대해 의사에게 ‘자문’을 받는 것이고, 종교지도자에게는 신앙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에게는 진학에 대한 ‘자문’을, 변호사에게는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또한 반대의 경우에는 자문을 해주는 것이다. 자문을 하는 경우, 한 쪽은 전문가이고 다른 쪽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므로 당연히 전문가가 주도권을 가지고 문제 해결책을 찾아나가게 된다.

감정의 문제는 상담으로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두 번째 원인은 지식의 부족이라기보다 “감정”의 문제다. 이 경우, 이미 머리로는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자문이나 충고는 별로 효과적이 못하다. 예를 들면,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너 이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라” 라고 자문해 주어도 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학생 자신도 그 성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즉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부가 안 되는 것이다.’ 해야 하는 것을 알고,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감정’ 즉 마음의 문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왜” 공부가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서울행당동성동구청에서열린'성동평생건강누림센터개소식'에서한구민이혈압측정을하며건강상담을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행당동성동구청에서열린'성동평생건강누림센터개소식'에서한구민이혈압측정을하며건강상담을하고있다.
대부분의 부부간의 갈등도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상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부부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지식이 알려주는 대로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덜 다투게 되고, 더 즐거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것이 문제다. 다른 남자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이해가 되고 너그러워지지만, 내 남편이 그런 행동을 하면 ‘화’부터 난다. 심하게 다투고 난 후, ‘왜 참지 못했나?’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지만 또다시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공부하다 힘드니까 게임을 하겠지’ 하고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막상 게임하는 자녀를 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소리를 지르게 된다.

이처럼 감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상담(相談, counseling)이 필요하다. 상담은 말 그대로 ‘상대방의 마음 속에 있는 화를 말로 풀어주는’ 활동이다. 마음 속에 부정적 감정(화)이 쌓여 있으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지식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니 행동으로 나타나기가 어렵다. 아무리 다짐을 하고 각서를 쓴다한 들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감정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은 말로 타이르고 훈계하고 설득하고 자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자리에서 그 사람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해하다’ 라는 뜻의 영어 단어는 ‘understand’이다. 이 단어는 “…밑에”를 뜻하는 ‘under’와 “서다”를 뜻하는 ‘stand’의 합성어다. 즉, 이해하려면 그 사람 ‘밑에 서야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 조상님들도 똑같은 교훈을 전해주신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감정을 먼저 풀고 싶으면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라고.

어느 누구도 살아가는 동안에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성공한 삶은 어려움이 없는 삶이 아니라 그 어려움에 성공적으로 대처해가는 삶이다. 어려움은 지식이나 정보를 통해 해결될 수도 있고, 감정을 풀어야 해결될 수도 있다. 즉 자문으로 해결될 수도 있고 상담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우리의 어려움이나 우리가 도와주려는 사람의 어려움은 과연 자문이 필요한지 상담이 필요한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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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