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장르와 크로스오버 통한 이미지 극대화
초상화 미인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몸짓
뮤지컬·오페라·음악제 연출 '춤의 나침반' 역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홍선미(洪仙美‧Hong Sun Mi)는 1967년 9월 22일(음) 인천 송림동에서 출생, 서울예고, 이화여대 무용과와 동 대학원, 세종대에서 연극과 무용의 접목에 관한 논문으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열의 은둔무사(隱遁舞士)다. 피나바우쉬와 지리킬리안을 선호하는 안무가 홍선미는 여고시절 스승 전미숙과 김현남으로부터 현대무용의 많은 부분을 사사 받았다.
동방에 뜬 작은 무지개, 투시력을 지닌 사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춤을 직조하는 춤꾼이자 안무가다. 중년의 그녀가 빚어내고 의미하는 고급 팝 댄스는 늘 그 오묘한 빛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몸짓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찬란한 춤들은 유엔의 외교관들을 감동시켰고, 조계종 심장부에서 스님들을 경탄케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대학입학 후, 현대무용가 육완순에게서 내러티브가 있는 춤과 무브먼트가 만들어내는 의미 만들기 등을 통해 자신의 춤의 향방을 정하게 된다. 앞으로 전개될 자신의 춤의 개성과 방법론 구축을 위한 묵언수행은 오늘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 이후, 그녀는 듀크 대학의 ADF 수료와 연극에서 배우는 춤의 극적 구조 쌓기 테크닉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숨어있는 실력자, 발굴되지 않은 홍선미의 창작력을 일깨운 시발은 박인숙(한성대 교수)의 『마리아 콤플렉스』다. 심리적 표현 방식과 작품을 전개하는 양식의 독특함이 그녀에게 순수의 영혼을 이끌어 내는 동인(動因)이 된 셈이다. 그녀는 다른 무용가들의 신작을 연구 분석하며,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한 이미지 극대화도 염두에 두는 편이다.
그녀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심사위원선정 특별예술가상(2011), 공연과 리뷰 올해의 작가상(2012), 삼육대학교 총장배 전국무용경연대회 안무상(2010), 밀물예술진흥원 베스트작가상(2010), 공연과 리뷰 안무상(2010)을 수상하면서 춤밭에서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드러내며 잊히지 않을 명작들을 만들며 장인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렸다.
유색효과를 내는 그녀의 춤들은 귀한 생명의 춤들로 평화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떠오른 그녀의 춤은 혼탁한 시대에서 희망과 평안을 희구하는 자들만이 접할 수 있는 춤들이다. 세월의 무상함에 그녀의 춤이 빛을 잃으면 우리의 인간사도 불투명해질듯이, 발광(發光)은 줄어들고 때로 세상은 백색지대로 변할지도 모른다.
홍선미의 주요 안무작은 『바다에서 온 여자』(2012년), 『푸른 계곡의 꿈』(2011년) 『Centaur』(2010년), 『세 여자의 접시 쌓기』(2010), 『로카리아』(2009), 『늑대는 하이힐을 좋아해』(2007), 『화려한 동양화 속으로』(2007), 『멋, 풍류 그리고 혼』(2006), 『아! 아프리카』 (2002), 『피노키오』(2001), 『어떤 사랑-노처녀히스테리』(1999)등 이다.
『바다에서 온 여자』는 입센 원작에서 하나의 모티브인 ‘굴레’를 상징화 시킨 작품이다. 결혼이라는 굴레일 수도 있고, 여자의 일상이라는 틀이 굴레일 수도 있다. 굴레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훌라후프를 사용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펼쳐나간다. ‘굴레’ 의 이미지와 바다로의 외도(욕정), 그리고 결국 다시 바다에서 굴레로 돌아옴을 표현한 작품이다.
『푸른 계곡의 꿈』은 옹달샘의 물을 자궁 속에서 잉태되어 나오는 생명에 비유한다. 물이 흘러흘러 계곡을 이루듯이 아기는 태어나 여자의 몸으로 자연스럽게 형상을 이뤄간다. 계곡의 물은 하염없이 바다로 흘러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폭포수의 강한 힘을 받아 거세게 신비롭게 흘러가기를 꿈꾼다. 여자들의 원초적 욕망과 사랑에 걸친 탐미적 작품이다.
『Centaur』는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달리고 싶은데 달릴 수 없는 상반신과 뜨겁게 사랑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다리를 통해 심리적 심도를 높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안무가의 미적 감각과 춤의 차별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무용수들의 본능적 몸짓과 에너지, 호흡 등이 강조되고 있다.
『세 여자의 접시 쌓기』는 상이한 직업의 현대 여성 갈등, 고됨, 현실에 대한 탈피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가정주부, 화가 식당 종업원의 현실을 접시로 설정, 구토를 현실에 대한 짜증으로 표현하는 등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 이들의 꿈을 추상적‧환상적 무용으로 보여준다. 코믹터치, 드라마틱, 새의 상징성, 현대무용의 특성 등을 조화롭게 안무해낸 작품이다.
『늑대는 하이힐을 좋아해』는 여성들만 보면 좋아하는 남자들을 늑대로 설정하고, 모든 여자들을 하이힐로 설정해 극 안에는 신데렐라를 찾는 왕자,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헤롯, 여성들의 피를 먹고사는 드라큘라가 등장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펼치면서 관객들과 묘미를 공유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동양화 속으로』는 신윤복의 동양화 느낌을 살려 한국적 이미지를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클래식 곡의 변주와 접목시켜, 그 안에 해학과 드라마를 가미한 한편의 색다른 동양화를 그려 보여준다.
『피노키오』는 제펫토에 의해 만들어진 나무인형의 내면은 ‘나도 저들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피노키오의 내면과 한 여자의 내면을 대입시켜 그림자극을 펼친다. 여성의 내면에 있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신비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멋, 풍류 그리고 혼』, 『로카리아』, 『아! 아프리카』, 『어떤 사랑-노처녀히스테리』는 제목 속에 주제가 담겨있는 홍선미의 춤에 대한 그녀만의 해석, 여성적 안무의식, 안타까움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담론의 장으로 이끈 작품들이다.
그녀의 망원동 연습실, 긴 겨울의 연습 기간이 지나면 그녀의 춤들은 짧은 삼년을 대비하는 꽃들을 피운다. 영원히 각인될 불후의 명작을 위해 분투하는 삶을 택한 그녀는 늦은 봄의 나른한 춤의 몽환에서 뜨거운 여름의 춤을 만들어 낸다. 전통의 오방색에서 현대에 걸치는 춤들은 사계의 미와 인생의 사륜을 조율해낸다. 밤이 아침인 그녀의 조련 풍경이다.
인도 스리 아우로빈도 아쉬람 델리 지부 요가아카데미 요가 지도자 연수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의 대한요가협회로부터 운동처방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그녀는 2009년부터 한국체육대학교 생활무용학과 요가지도자 자격증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원대, 충남대, 중부대, 인천전문대에서 현대무용, 재즈, 요가를 가르치면서 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천후, 전 방위 장르에 관계없이 무서움을 모르는 그녀의 춤의 전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춤을 추는 젊은이들의 희망의 언덕이 되었다. 가능성의 춤은 인정받는 춤으로 변하였고, 테크닉만 강조하는 춤 정신이 사라진 춤판의 바람직한 춤 전형으로서 지지 않을 꽃을 피워내고 있다. 작지만 내실 있는 꽃을 피워내는 그녀의 춤은 이제 ‘춤의 나침반’이 되었다.
홍선미는 현재 삼육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과학부 공연예술학전공 실용무용 신체자세와 동작요법(요가)움직임, 동작프로그램평가(요가, 필라테스) 안무 및 연출론, 공연예술학 연구겸임교수다. 전업 무용가로서 그녀는 세종대, 한체대 등에 출강하면서 후학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녀의 꿈, 안무와 출연만으로 자신의 예술혼을 쏟을 그날이 오는 것이다.
홍선미의 최근 국내외 무용작품 안무, 연출 경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2년:UN초청 6‧25전쟁 발발 60주년 패션무용퍼포먼스, 『단청, 춤추다』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대한불교조계종 주관 『천년의 문화, 천년의 평화』, 나무 갤러리, M극장기획 ‘춤과 의식 전’ 『바다에서 온 여자』, 2010년: 한국패션문화협회G-20 패션아트비엔날레 『전쟁과 평화』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M극장기획 베스트 춤 레퍼토리 전 『푸른 계곡의 꿈』, 고양문화재단 고양예술인선정 기획공연 『세 여자의 접시쌓기』, 새라새극장, M극장기획 ‘춤과 의식 전’ 『푸른 계곡의 꿈』으로 예술성 높은 탄탄한 구성과 연기력을 보여준 땀의 추출물이었다.
홍선미는 1997년 제1회 홍선미무용극단 NU창단공연 『아내의 선언, 사랑쌓기』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발표한 이래, 1998년 제2회 『바닷속으로』, 1999년 제3회 『어떤 사랑-노처녀히스테리』, 2000년 제4회 『정말 재미있는 동화3개』, 2000년 제5회 『귀신놀이1, 깨어나는 사람들아!』, 2000년 제6회 『START!』, 2001년 제7회 『귀신놀이, 탈』, 2002년 제8회 『아! 아프리카』, 2004년 제9회 『멋』, 2005년 제10회 넌버벌 퍼포먼스 『귀신놀이3』, 2006년 제11회 『멋, 풍류 그리고 혼』, 2007년 제12회 『화려한 동양화 속으로』, 2009년 제13회 『세 여자의 접시쌓기』, 2011년 제14회 『푸른 계곡의 꿈』 『Centaur』, 2012년 제15회 『바다에서 온 여자』를 다양한 장소와 방법으로 공연하고 있다.
홍선미는 JB오페라단, 이복남 작곡발표회, 명지국제현대음악제, 하이서울페스티발 패션아트축제, ‘별밤 축제’, 소외지역 활성화 지원 사업, 미술관 목요음악회, 성남국제무용제, 중앙박물관 가족 음악회, 조지현 피아노 독주회, 한일 댄스페스티발, 여성 합창단 정기연주회, 수원월드컵경축 축하공연, 무의탁 청소년 돕기 기금마련공연, 중국 호로도시와의 조인식 공연 등 장르를 초월한 협연을 하고 있다. 1997년 경기도립극단 『고향의 봄』에서 2012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개막공연 『다산의 하늘』에 이르는 수많은 뮤지컬, 연극, 오페라, 음악제 연출 및 안무는 그녀의 실력과 개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활동무대다.
홍선미, 흔적 없이 사라질지도 모를 것 같은 초상화 속 미인도의 신비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여인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상호간의 사랑으로 아름다운 그림과 몸짓으로 조화로운 작품과 ‘우리’를 만들어 내는 춤꾼이다. 그녀의 춤이 만개한 그 꽃길을 따라가면 우리도 행복해 질것 같다. 세월이 만들어 내는 풍파를 잠재우는 부적, 그 흔적의 춤을 추는 그녀의 춤이 무용사에 의미로운 춤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