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시대' 헛된 꿈과 허황된 꿈으로 좌절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성숙한 꿈'을 꾸어라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요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는 ‘꿈’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눈앞에 보이는 취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소리도 들리고, 한편에서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층과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들까지도 꿈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고 크게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아만 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꿈’을 주제로 대중매체를 통해 강의하는 소위 ‘스타강사’도 탄생하였다.
‘꿈’이라고 표현되는 현상은 ‘이상(理想)’ 또는 ‘비전(vision)’으로도 바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이란 아직은 이루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이루고 싶은 목표 또는 상태’라고 쉽게 풀어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직은 현실이 되지 못했지만 미래에는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나 상태일 것이다.
꿈은 비현실에 존재하는 목표이고,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현실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꿈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꿈이 지나치게 허황되어 도저히 현실화될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이다. 이토록 꿈에 대해 상반된 면이 있는 것은 ‘성숙한’ 꿈과 ‘미성숙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공상(空想)'과 '몽상(夢想)'
미성숙한 꿈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쉽게 ‘공상(空想)’이라고 부르는 ‘헛된 꿈’이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불행을 반대로 비현실의 세계에서 만족하는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실에서 몸이 약하거나 싸움을 잘 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자신이 싸움을 잘 해 자신을 못살게 구는 친구들을 때려주는 상상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또는 이성친구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이성친구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부러운 젊은이가 자신이 멋있고 잘 생겨서 여러 이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상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하는 어른이 백만장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꿈이 미성숙한 이유는 공상을 사용하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비현실 세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싸움을 못해서 시달리는 청소년은 친구들을 혼내주는 꿈을 이루려면 오늘이라도 당장 태권도 도장에 등록하여 무술을 연마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는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된다. 이성 친구를 가지고 싶은 청년은 거절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사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야만 한다. 하지만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계속 비현실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서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다.
두 번째 미성숙한 꿈은 소위 ‘몽상(夢想)’이라고 불리는 ‘허황된 꿈’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워놓고 계속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상상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미성숙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고상한 이상과 목표를 세웠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면 허황된 것에 불과하다.
이런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일반적 특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자존심’이 낮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경우, 실패를 할 경우에도 크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된다. 성공할 확률이 적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실패할 경우, 비록 실패했다고 할지라도 자존심이 크게 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는 지나치게 과시욕이 커서, 남들에게 자신을 크게 내세울 수 있는 목표를 정하다보니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계속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소위 ‘한탕주의’가 스며들어 크게 대박을 터트릴 목표를 설정한다. 지나친 과시욕의 밑바탕에는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다. 현실적이고 평범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한다면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정 즐기는 성숙한 삶
성숙한 꿈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꿈이다. 그리고 성숙한 사람은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성숙한 꿈을 가지려면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꿈이라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리고 그 방면에 적성이 없다면 그것은 허황한 꿈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중학교 과정의 수학 실력밖에 없고, 문학적 재능이 없는 사람이 불후의 명저를 저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아무리 노력한들 성공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목표의 난이도’이다. 어떤 목표이든지 그것을 달성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의 정도가 다르다. 마치 동네의 뒷산을 오르는 어려움과 지리산을 오르는 어려움이 다르고 당연히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어려움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는 것이 가장 영광스럽고 결과에 따른 보상도 클 것이다. 하지만 과제의 난이도롤 고려하지 않고 성공한 후에 주어지는 결과에만 집착하면 허황된 꿈을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 꿈은 성취했을 때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취해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도 매우 중요하다. 과정이 즐거워야 난관을 극복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한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목표의 난이도가 서로 맞아야 한다. 예를 들면, 능력이 5인 사람이 8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게 되고, 결국 목표 달성을 쉽게 포기하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반대로 2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목표를 이루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당연히 목표를 이루었다고 해도 크게 즐겁거나 자랑스럽지 않을 것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이 목표는 이미 꿈이 아니다. 비록 능력이 3인 사람일지라도 3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목표를 세운다면,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현실의 세계에서 비현실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꿈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허황된 꿈을 가지고 사는 삶은 허무하고 좌절만 안겨줄 뿐이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는 삶이 성숙한 삶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즐거워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구성원 각 사람이 성숙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또 달성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