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원하는 삶 살 것인가? 끌려가는 삶 살 것인가?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0

원하는 삶 살 것인가? 끌려가는 삶 살 것인가?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0)]

이미지 확대보기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에 따른 행동 삶의 질 바꿔


바나나 얻기 위해 퍼즐푸는 가없은 원숭이 되지 말아야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요즘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 중에 하나는,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화병(火病)이라는 병명이 ‘Hwa-byung’이라는 번역어로 정신의학편람(DSM-IV)에 실리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는 게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꼭 재미가 있어야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데 왜 사는 게 재미가 없을까? 세상에 재미있게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가?

▲서울동교동홍대입구역에서한성수펠릭스파버대표가구직을돕는만화캐릭터'잡헌터'가면을쓰고인간자판기안에서구직활동에지친청년과업무에시달리는직장인을응원하기위해직접커피를타시민에게나누어주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동교동홍대입구역에서한성수펠릭스파버대표가구직을돕는만화캐릭터'잡헌터'가면을쓰고인간자판기안에서구직활동에지친청년과업무에시달리는직장인을응원하기위해직접커피를타시민에게나누어주고있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는 그 행동을 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그 이유를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또한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행동을 하는, 또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이유를 한 마디로 동기(動機)라고 한다. 경험이 많은 수사관이 범인을 찾는 제일 첫 걸음은 그런 범행을 저지를 동기가 있는 사람, 즉 범행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부터 찾아내는 것이다.

“재미있어 한다” 내재적(內在的) 동기


행동의 기저에는 다양한 동기들이 있지만, 크게 나누어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서’, ‘보람이 있어서’, ‘기뻐서’ 등 행동하는 사람에게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어서 저녁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어머니가 찾을 때까지 놀이터에서 논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가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시간만 나면 낚시터로 향한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자체를 즐기는 주부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랫동안 ‘수다’를 떤다. 행동을 하는 이유가 심리적으로 즐겁기 때문일 경우, 이 행동들을 ‘내재적(內在的)’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고 부른다.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의 제일 큰 특징은 ‘자발적(自發的)’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계속 그 행동을 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재미있는 행동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즉 외부의 압력이 없어도 스스로 그 행동을 되풀이한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재미있는 어린이는 매일 놀이터를 찾는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운 주부는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 친구들과 담소를 나눈다. 공부가 재미있는 학생은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한다. 마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게임에 몰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등정에 성공한 후, ‘왜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는가?’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올랐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아무런 외부적인 이유 없이 단지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르는 산악인들의 자세는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의 전형적인 예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언론과 일반인들이 그렇게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즉,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얻기 위해 한다” 외재적(外在的) 동기


행동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행동의 결과로 원하는 것(補償)을 얻을 수 있거나, 원하지 않는 것(處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부하는 이유가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라면 합격이라는 보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이유가 ‘부모의 야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이유가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면 돈이라는 외적인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외부적인 보상을 받거나 혹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고 부른다.

▲부산해운대구벡스코제2전시장3층에서열린'원숭이학교&아프리카대탐험'에서원숭이들이재롱을부리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부산해운대구벡스코제2전시장3층에서열린'원숭이학교&아프리카대탐험'에서원숭이들이재롱을부리고있다.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은 외부적인 ‘보상’이나 ‘처벌’이 더 이상 주어지지 않거나, 필요가 없게 될 경우에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돈’을 주지 않는다거나, 이미 대학교에 입학을 해서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면 노는 것도 다 같은 이치다. 행동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계속 외부에서 보상과 처벌이 주어져야만 한다.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에서는 내적인 긍정적 감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행동의 결과로 얻게 될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공부가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 이들은 이렇게 재미없는 일을 하는 이유를 외적인 보상을 얻는 것으로 정당화하면서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직장에 재미있어 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할 수 없이 가는거지.’라고 생각하며 사람이 붐비는 출근시간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 자신을 달랜다.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다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과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그 행동을 하는 이유에 따라 내재적 혹은 외재적 동기로 나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학생은 내재적 동기에 의해 공부하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은 외재적 동기에 의해 공부하는 것이다. 일하는 것도 역시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 일수도 있고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 일수도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동기가 다르면 그 행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재미’의 여부다. 내재적 동기에 의해 공부하는 학생은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하게 된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낀다. 반면에, 외재적 동기로 공부하는 학생은 원하는 결과를 얻은 때만 일시적으로 재미를 느낀다. 평소에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다.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부나 일은 원래 재미가 있는가? 또는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동기로 하는가?’에 달려있다. 어른들보다 비교적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행동을 하는 어린이에게서 불행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어린이들은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이는 원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종로구공평동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본점에서열린12차한사랑나눔캠페인기금전달식에서참석자들을비롯한어린이들이함께케이크를만들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종로구공평동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본점에서열린12차한사랑나눔캠페인기금전달식에서참석자들을비롯한어린이들이함께케이크를만들고있다.
‘공부’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행동’이라고 간단하게 정의를 해보자. 어린이들이 얼마나 귀찮게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계속 하는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아버지가 일할 때, 어린이들이 자기도 일하겠다고 얼마나 졸라대는 지 부모들은 다 안다. 원래 공부하는 것이나 일하는 것은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다. 그런데 왜 성인이 되어 가면서 공부하는 것이나 일하는 것이 더 이상 그 자체로 즐겁지 않게 되는가?

“원숭이는 원숭이답게”


원숭이를 데리고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원숭이는 사람들처럼 ‘퍼즐’을 푸는 것을 좋아한다. 한 퍼즐을 다 풀면 다른 것을 달라고 조르기까지 한다. 다른 퍼즐을 주면 열심히 퍼즐을 풀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한 후, 이번에는 퍼즐과 동시에 바나나를 함께 준다. 원숭이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퍼즐을 푼다.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한 후, 이번에는 처음처럼 퍼즐만 준다. 그러면 이 원숭이는 계속 퍼즐을 풀 것인가? 아니면 퍼즐 푸는 행동을 중지할 것인가?

정답은 ‘더 이상 퍼즐을 풀지 않는다’이다. 처음에 원숭이는 퍼즐 푸는 행동 자체가 즐거워서 되풀이한다. 즉 내재적 동기에 의해 퍼즐을 푼다. 하지만 바나나가 짝지어 주어지면 원숭이에게 퍼즐을 푸는 행동의 이유가 이제는 바나나를 얻기 위한 것으로 바뀐다. 즉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 외부의 보상이 연합하여 외재적 동기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바나나를 주지 않으면 퍼즐을 푸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으로 변한 것이다.

사는 것이 재미없는 이유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행동을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직장에 갈 수는 없을까? 공부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학교에 갈 수는 없을까?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더 이상 그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을 잃어버리고 바나나를 얻기 위해 퍼즐을 푼다고 여기는 가엾은 원숭이의 신세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한성열고려대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