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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소재로 시리즈 창작춤 선 뵌 '현대무용의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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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소재로 시리즈 창작춤 선 뵌 '현대무용의 기수'

[춤밭을 일군 사람들(36)-최효진(안무가, 한양대 겸임교수)]

"나는 무대에 서는 순간 자유와 생명력을 얻는다"


강렬하고 간결한 춤 터치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


모던 댄스의 미학적 승화·도회적 이미지 형상화


춤에 대한 영원한 사랑 '맹세'한 무용가·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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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위의꿈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현대 춤의 기수, 무용가 최효진(崔孝眞·Choi Hyo Jin)은 1978년 12월 15일 광주 출생이다. 침잠의 동안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하고 있는 춤 일꾼으로 향(香) 월계수 잎을 닮은 그녀의 약진은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숱한 학생들의 춤을 구성하면서, 자신의 무용학원에서 불멸의 춤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녀는 춤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연(緣)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중등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양대 연구조교, 광명동초등학교 댄스 스포츠 특강 강사, 공중파 방송에서 의미있게 포착한 중학생들 지도, 전주예고 강사,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강사, 순천향대 대학원 강사, 수원대 강사에 걸친 긴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녀의 노력의 일면은 요가 지도자 자격증 취득이다.
유년시절부터 무대에 서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까지 광주 한빛무용학원 장연향 선생으로부터 춤 지도를 받았다. 대학 재학시, 4년 간 장학생이었던 그녀는 ‘한글’ 시리즈 공연의 일원으로서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자유인으로 독립 춤꾼이 된 그녀는 교육과 현장에서 젊은 춤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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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위의꿈
빛의 시원은 어디인가? 먼 곳 이야기가 아니다. 환한 정열의 빛으로 다가오는 최효진은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출신으로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무용수이자 안무가, 교육자인 그녀의 춤 색깔은 ‘단스 루즈’다. 춤 벌레의 열정으로 농밀한 그녀의 춤은 명쾌한 해석과 벗어나기 힘든 마법적 중독성이 있다.

열정이 석류알처럼 들어박힌 그녀는 늘 다리가 되어주는 넉넉한 마음의 조력자이지만 춤 창작에 대한 욕심은 무한이다. 유치원 시절, 교회 발레공연에서 시작된 그녀의 춤은 동아여중과 수피아여고 무용특기생, 한양대 이숙재 선생의 조련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 우직한 연습과정을 견뎌내고 연마한 그녀의 요즘 춤 모습은 밤 벚꽃의 화사함을 닮고 있다.

긴 수련의 기간을 거쳐, 이제 갓 그녀의 봄을 맞은 최효진은 밀물무용단 단원의 일원으로서 절대 고독 속에서 자신이 즐기면서 춤을 쳐야만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실에서 ‘한글’ 춤 등 단체 춤에 몰두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의 창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무대에 서는 순간, 그녀는 자유로움을 얻고,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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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위의꿈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축하공연 『한글밀레니엄』(미국 L.A, 2003), 제2회 일본 동경 댄스비엔날레 초청공연 『움직이는 한글』(일본, 2004)에 출연했을 때, 특히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그녀의 강렬하고, 간결한 춤 터치는 보는 이들에게 늘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의 열정의 굴레에서 지도를 받는 아이들은 행복의 다발을 선물로 받는 셈이다.

그녀는 겸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몸짓 여행을 보여주면서, 동시대적 감각으로 독창적 춤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 도시를 감각적 창작의 조소(鳥巢)로 삼아온 그녀의 안무작 『Who are you?(2002)』,『아스피린, 2002』,『화장하는 여자, 2008』,『길 위에 서다, 2009』,『붉은 의자 위의 꿈, 2010』, 『ㅋㅋ…….? ㅎㅎ...!, 2011』,『묻지마 그대, 2011』등이 이를 입증한다.

동시대적 감각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최효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Who are you?』,『아스피린』,『화장하는 여자』,『길 위에 서다』의 세련된 감각적 도시 이미지는 2010년대에 넘어와서도 동맥 선상에 있다. 그녀의 춤은 언제나 주변의 심각함을 추스르며 이해하며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반드시 오고야말 봄처럼 만개할 최효진 춤의 유쾌한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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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위의꿈
엎드린 자세로 문자를 보내는 소녀에서 출발한 『ㅋㅋ……. ㅎㅎ…….』는 무제(舞題)의 난해성처럼 요즘 청소년들의 언행을 대변한다. 영상으로 투사되는 문자는 원시성과 함께 끝내 난해함으로 채워져 있다. 신문명이 탄생되는 현장이다. 자신감에서 출발한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연기, 반복적 대사로 드라마틱한 극적 구성과 상징성 표출은 동작의 이미지화에서 현실 문제를 강조하는 피나바우쉬의 롤 모델이 차용된다.

『묻지마 그대』는 ‘사랑의 표현방식’이란 테마로 희극적 로봇 몸짓으로 시작, 춤의 희극성, 크로스오버의 묘미를 보여줌과 동시에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 춤 내러티브 속에 테크닉과 채색을 보태고 젊은이들의 춤으로 기성과 청소년과 차별되는 춤을 보여준다. 복잡한 현대문명 속을 전쟁처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사랑에 대한 전망을 진단한다. 춤연기자들의 완벽한 호흡과 알찬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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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위의꿈
『붉은 의자 위의 꿈』은 욕망의 분출이라는 최효진의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형이상학적 춤의 순도 낮추기를 실험하면서 그녀는 자아를 찾아가는 프로이트적 발상을 한다. 현실로 설정된 벤치 위로 생각이 다른 타인들이 다투고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 정열의 오렌지 파편들이 흩어지고 오렌지 볼 유희가 벌어진다.

사람의 마음처럼 의자는 위치가 바뀌며, 변신을 거듭하지만 마음의 떼처럼 핏빛 정열과 지고지순을 부모처럼 의지한 채, 내면의 양면과 싸워가는 여인의 길 위에는 일탈의 유혹과 낭만적 서사가 붉은 숲 너머에 존치되어 있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위로 빗줄기가 떨어지고 냉정을 찾은 그녀는 자신을 찾는다.

몸으로 생각하는 만춘의 최효진, 무브먼트를 통한 이미지화와 도시 서사화를 위한 그녀의 춤 이야기는 가시적 비주얼을 사용, 늘 전위적 긴장감과 주제의식에 대한 밀착감을 불러왔다. 좌절을 통한 깊은 내적 성찰, 자신이 찾아낸 감각적 오브제에 ‘형상 입히기’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깔끔하고 희망적 몸짓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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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ㅎㅎㅎㅎ....
모던 댄스의 미학적 승화, 감각적 도시 이미지 창출, 빛나는 휴머니티를 소지한 최효진은 순교적 자기희생과 이타행에 빛난다. 최효진의 춤 길에는 잿빛 같은 암울함이 장밋빛으로 변하고, 베네통 톤의 자의적 화려함 속에 역설적 희망이 꿈틀대고 있다. 그녀의 춤 철학의 기본은 현실적응형의 인간이며,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해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그녀는 시적 감수성을 춤에 대입하고 현대를 전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의 춤은 표현이 간결하고, 사회 현상을 환기시키며, 연상적이다. 그녀는 지금 이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들을 다 포집하고 싶은 욕망으로 격정적 공간을 창출하고 관습적 가치들을 재고찰하며 몸 칸 원고지를 매일 채워나가고 있다.

의미전달 매체로서 춤을 인식한 그녀의 춤 미학의 현대성 속에 구성, 템포, 현대 도시 감각 살리기, 비주얼 등은 몸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춤 즐기기’ 운동을 본격 시도하고 있다. 무관심, 우연, 복잡한 일상, 유혹, 동행, 욕망, 소통, 사랑에 걸친 그녀의 독창적 춤 접근방식에서 관객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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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ㅎㅎㅎㅎ....
그녀의 최근 수상은 주목할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11),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학술대상(2011),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최고무용가상(2010), 한국무용학회 최우수학위논문상(2010), 한국청소년진흥원주최 안무가상(2009), IDCA무용교류협회 현대무용부문 안무상(2009), 대한민국무용제 지도자상(국회의장상, 2009), 제38회 세종대 무용경연대회 현대무용초등부부문 지도자상(2009), 제25회 한양대 무용경연대회 현대무용부문 안무상(2009), 일본 국제나가노콩클 특별상(2008), 한국무용지도자협회 현대무용부문 안무상(2008), 제37회 세종대무용경연대회 현대무용부문 지도자상(2008), 제25회 대한민국무용경연대회 교육공로상(2008), 제36회 세종대무용경연대회 공로상(2007), 제23회 대한민국무용경연대회 교육지도자상(2006), 한국무용지도자협회 현대무용부문 안무상(2006), 제68회 중앙문화연구원주최 전국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2004), 제3회 한국현대무용진흥회주최 전국창작무용경연대회 일반부 은상(『Who´s, 2001』)에서 보듯 화려하다.

그녀의 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퇴비이며, 과일의 맛과 향을 침화(沈化)시키는 빛과 같다. 리듬감을 살려 미학적인 원리들을 찾아가는 그녀의 안무작들은 말없는 대사와 침묵만으로도 지속적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효진의 캔버스에 담긴 역동적 춤 형식과 수사학은 보이는 것 자체 너머의 담론을 창출하고 가변의 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역설한다.

그녀는 유아의 창의성 개발을 위한 무용 학습, 초등학생의 무용 즐거움 개발과 타당화, 여고생의 유능감 지각이 무용흥미에 미치는 영향, 대학생의 무용 즐거움 자원과 저해자원 탐색, 무용수업의 과정과 결과로서 즐거움 자원의 탐색, 무용수업 만족 개념구조 검증, 무용교사의 피드백과 학습환경 및 수업흥미간 관계 등 무용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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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열원(熱源)을 가진 최효진이 거칠지만 생생한 관습에서의 일탈과 야만적 야수성을 가진 원시적 춤 언어들을 만들어 낼 때를 기대해본다. 완성의 단계에서 첫 번째 단계를 구축한 그녀가 자신의 성취에서 하나씩 그 경계를 허물고 그것을 초월해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그녀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영역에서 춤밭을 일구고 있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최효진(안무가, 한양대 겸임교수) 약력

고려대 연구교수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이사

한국무용연합회 이사

최효진 무용학원 대표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이사

밀물예술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