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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은 흙 물 열 바람(風)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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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은 흙 물 열 바람(風)의 집합체"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37)]

생명의 열쇠(37)


6. 참 의도를 찾다


"육신은 흙 물 열 바람(風)의 집합체"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거기다가 동양학은 물론 심지어는 양명학과 불교철학, 종교학까지 음양오행설에 끌어들여서 의학을 설파한다는 말을 듣고는 새로운 철학세계를 만난 듯 흥분하였다. 그리고 그 흥분은 그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내내 계속되었다. 그 기간만 해도 2년이어서 자연스럽게 그와 사제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다른 대학의 학생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주어서 한태균이 은근히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과거를 회상하던 소산은 섬광처럼 눈앞을 환히 밝히는 그의 강의내용 한 토막을 기억해냈다. 무심코 은행나무와 사철나무와 소나무를 바라보고 생각했던 자연의 체질, 그는 그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사람의 영혼은 신에 버금갈 만큼 위대하다. 그러나 그 육신은 자연의 하나일 뿐이다. 육신은 흙(地) 물(水) 열(火) 풍(風‧숨 쉬는 氣), 이 네 가지 물질원소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길가의 작은 풀에 이르기 까지 자연의 모든 생명체의 물질원소 역시 지수화풍(地水火風)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섭리에 의해 발생하는 여섯 가지 기후 즉 한기(寒氣), 습기(濕氣), 풍기(風氣), 온기(溫氣), 열기(熱氣), 건기(乾氣)에 의해 체질이 정해지고 오장육부의 강약성쇠도 정해진다. 뿐만 아니라 그 여섯 가지 기후변화에 초목도 육신도 상응하므로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초목이 봄에 싹을 내고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시들고 겨울에 죽듯, 인간 역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아 생을 유지하고 자라고 늙고 죽는 순차를 밟는다 하였다.

소산은 그 당시 강의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리는 열강으로 숨을 죽이게 했던 그 목소리까지 기억났다. 그리고 뒤이어 스스로를 깜짝 놀라게 하는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이야 말로 사람의 체질을 꿰뚫고 있을 것이란 확신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혹이 뒤따랐다. 꼭 알아야 할 것은 묻지 않아도 말해주던 그였다.

그런데 그는 섭리와 체질의 관계를 말하면서도 정작 체질진단법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을 테지만 어쨌거나 그는 남다른 세계관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그 사물의 변화규율을 판단해내는 안목이 있었다. 그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사람의 체질을 분명하게 규명해냈을 성싶었다. 그리고 생로병사의 원인과 진행과정까지 분석해두었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그리 생각하니 하늘이 더 푸르고 앙상한 나뭇가지도 싱싱한 생명력이 느껴지며 찌푸려졌던 마음도 활짝 개였다. 그래 두 팔을 쭉 뻗어 힘껏 기지개를 켜서 잦아든 기운을 되살리는데 수민의 목소리가 깜짝 들려왔다.

“오빠, 기분 좋은 일 있어?”

“얘는! 놀랐잖아!”

“놀랐어? 아닌 거 같은데 표정이? 좋은 일이 있지? 그치?”

“좌우지간 네 눈은 못 속이겠다.”

“그러면 그렇지! 무슨 일인데? 내가 알면 안 돼?”

“나중에……. 대학교 때 은사님 한 분 만나보고 나서 말해줄게. 근데 지금 어디에 계신지 몰라서 좀 걱정이긴 하지만 태균이가 알고 있을 것 같아”

“아, 한태균 오빠! 그 오빠 서울에서 한의원 하고 있지?”

“응, 서울 와서 여태 못 가봐서 미안하기도 하고 오늘 만나 봐야지.”

“그래, 어서 가봐. 나도 같이 갈까?”

“아니 넌 다음에 가보고 오늘은 혼자 다녀올게.”

“태균이 오빠가 암튼 오빠가 찾는 그 은사님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수민은 저어기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꼬박 하루밤낮을 고심한 끝에 생각해낸 오빠의 희망이 헛되지 않기만을 소원하였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