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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그 때'…성공적인 중년의 移職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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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그 때'…성공적인 중년의 移職을 위하여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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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뭘하고 있는가?' 내면의 회의에 진정으로 답할 시기


철저한 준비속 남이 가는 '넓은 길' 아닌 나만의 '좁은 길' 가야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혼과 더불어 중년에는 이직(離職)이 많이 일어난다. 프로이트의 말대로 우리의 삶에는 ‘Lieben(사랑)’ 뿐만 아니라 ‘Arbeiten(일)’이 필요하다. 그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두 가지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데, 하나는 성욕(性慾)과 또 하나는 공격욕(攻擊慾)이다. 이 두 가지 본능을 양심에 거슬리지 않고 사회가 인정하는 방식대로 최대한 많이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이 두 욕구가 사회가 인정한 방식으로 ‘승화’된 형태도 제도화된 것이 하나는 결혼이고 또 하나는 직업이다. 결혼은 통해 사회가 인정한 방식으로 부부간에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게 되고, 직업을 통해 공격욕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직업을 통해 돈을 벌어 그 돈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을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통해 일을 하는 그 자체가 삶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중년남성들이악기연주를통해자아실현과취미라는두마리의토끼를쫓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년남성들이악기연주를통해자아실현과취미라는두마리의토끼를쫓고있다.
그렇지만 일을 한다는 것이 다 즐겁지는 않다. 같은 일을 해도 즐기면서 자발적으로 하면 ‘놀이’가 되지만, 할 수 없이 타율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노동’이 된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노동자’로 분류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즐기면서 하는 ‘놀이’가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마지못해 하는 ‘노동’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삶은 ‘놀이꾼’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려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거의 대부분 ‘해야만 하는’ 일을 선택하며 그것이 우리가 당연히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나 ‘도리’라고 정당화하며 살아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냐?”, “네가 하고 싶은대로 살면 네 가족은 누가 먹여살리냐?”, “여자가 집에서 살림 안 하고 밖에 나가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네 새끼들은 누가 키우냐?”…. 이런 질문은 직업 선택을 앞에 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수없이 들어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은 ‘이기적(利己的)’인 것이고 따라서 나쁜 것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결과 대부분은 남을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이타적(利他的)’인 삶을 선택한다.

이타적 선택의 결과는 ‘사는 것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도리를 다 한다는 자부심이나 외부의 인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재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재미’와 ‘도리’를 맞바꾸어 사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정당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등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이것들을 잘하기 위해, 즉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가족이 ‘번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는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다. 그것이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여생 40년은 너무 길다


중년은 ‘평가(評價)’의 시기다. 더 이상 젊지 않고, 삶의 절정에서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계속 이렇게 살거야?” 하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야 하는 시기다. 이때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조용히 그러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일은 원래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잖아?” “원하는 일을 하려면 지금 해야지 앞으로 더 늙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어.” 모든 심리적 자원을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쏟아붓던 청년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중년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이건 내가 원한 삶이 아니야.”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서울강남구압구정동의한발레아카데미에서중년주부들이발레수업을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강남구압구정동의한발레아카데미에서중년주부들이발레수업을하고있다.
그래서 중년은 자신의 삶에 대해 ‘타협(妥協)’하는 시기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한번 살아볼 수 있게 ‘한번만 더(one more time)’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간절한 기원(祈願)을 하는 시기다. 기원의 대상이 ‘하나님’인지 ‘부처님’인지 또는 ‘하늘의 뜻(天命)’인지는 각자의 종교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과 기원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이 때 많이 나타나는 것이 이직(移職)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해오던 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느낀다거나, 또는 가정도 뒷전으로 미루고 열심히 일한 직장에서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직위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도 직면하게 되는 중년은 한편으로는 회사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남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낸다.

중년의 이직은 양날의 칼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자신이 꿈꾸어왔던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삶이 이것을 잘 말해준다. 숙명여고에 다닐 때부터 문학에 뜻을 두고 1950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진학을 하지만 전쟁으로 중퇴한다. 그 후 문학의 뜻을 접고 1953년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살림과 육아에 묻혀 지내다가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장편소설《나목》으로 등단하였다.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가장 존경받는 문인의 한 분이 되었다.

마침 지금 서울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화가 고갱의 삶도 좋은 예다.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이 그를 모델로 쓴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은 중년기가 과연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명작이다. 소설 속에서 고갱의 역을 대신하는 스트릭랜드는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는 40대의 평범한 증권거래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아내와 직장에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는 파리의 외곽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를 만난 지인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자 그는 진실한 열정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베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물론 안정된 가정과 직장을 버리고 나온 주인공의 삶이 그 후 행복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중년은 바로 지금까지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마치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살아왔던 진정한 자기(自己, self)가 정면에 등장하는 시기이라는 점이다. 이런 면을 중시한 정신의학자 융(Carl Jung)은 그래서 중년기가 우리 삶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시기, 이 시기가 바로 중년기다.

두 번째 직업 가질 마지막 기회


중년의 이직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인지?’, ‘그 일을 하기 위한 자원을 마련할 방안은 있는지?’, 그리고 ‘그 일에 얼마만큼 헌신할 수 있는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한 후 하는 이직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서울종로구세종로일민미술관앞에서바이엘헬스케어가심혈관질환예방약'아스피린프로텍트커플팩'을출시하고중년부부의심혈관질관예방퍼포먼스를진행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종로구세종로일민미술관앞에서바이엘헬스케어가심혈관질환예방약'아스피린프로텍트커플팩'을출시하고중년부부의심혈관질관예방퍼포먼스를진행하고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오늘날, 건강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앞으로 거의 90세까지는 살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50대 중반을 전후해서 젊었을 때부터 일하던 직장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퇴직을 하게 된다. 그 후 우리는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살기에는 40여년의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 결국 21세기에는 누구나 ‘두 번째 직업(second career)’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중년은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하지만 준비없이 타율적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하는 이직은 더욱 힘든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쉽게 하는 사업을 시작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넓은 길’은 결국 어느 누구도 성공하고 보람을 찾기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좁은 길’로 가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생기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중년은 평가하고 선택하는 시기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중년은 섣불리 선택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시기다. 그래서 오늘도 중년은 “소리없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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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고려대심리학과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