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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파워와 심오함을 겸비한 '춤판의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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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파워와 심오함을 겸비한 '춤판의 박지성'

[춤밭을 일굴 사람들(49)]권용상(춤연기자, 안무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두루 능한 ‘연습벌레’


댄스컬 ‘키스 더 춘향’ 종합예술 진수 선봬


한국춤의 돌파구 열고 무용사 새 이정표 제시


“지루하다” 우리 춤 편견 극복 대중화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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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권용상(權容祥·Kwon Yong Sang)은 심지 굳은 일관된 자세로 ‘춤’에 매진하는 한국 춤 연기자이며 안무가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그는 한국무용뿐 아니라 현대무용에 가까운 컨템포러리 댄스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다. 춤으로 생각하는 펄펄 튀어오르는 꽁치의 경쾌함과 호미곶의 낭만을 생각하게 하는 시원한 해학을 소지하고 있다.

그는 1979년 12월 26일 부산 출생이다. 그랑블루를 침화시킨 거친 겨울바다를 잠재울 성공과 승리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 권용상은 ‘성탄화’의 상징으로 어린 시절부터 바람의 이치를 터득하며 성장했다. 바다 건너편 세상을 내다보며 대해초등학교, 포항중학교, 세명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연기자를 꿈꾸며 ‘순수의 시절’을 보낸다.
▲꽃무덤이미지 확대보기
▲꽃무덤
말수를 줄이고 정진하며,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예술가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달으면서 주변 춤꾼들의 애환을 자기의 것인 양 공감하고 도우면서 지금까지를 보냈다. ‘바른길에서 물러서지 않는 선 굵은 춤꾼’은 많은 수상 실적에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두드러진 실력만이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박지성 전법을 구사한다.

연극영화과 진학을 꿈꾸지만 그에게는 이렇다 할 변변한 정보는 부재했고, 특기가 필요하다는 것만 알고 도전한 것은 무용학원에 등록하여 춤을 배우는 것이었다. 태권도로 몸을 단련해왔던 혈기왕성한 그에게는 모든 예술의 기초가 그러할진데 지루할 정도로 ‘기본기’를 강조하는 한국무용은 벗어나고 싶은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울부짖음과 같은 그의 신들린 연기, 희화적 상황에도 그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자신을 희생한다. 그는 늘 희망을 꿈꾼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기억으로 정제된 콜라겐으로 남는다. 광나루의 진객, 권용상은 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춤꾼이다. 그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춤 프레임에서 결별하고자 했던 날이 있었다.

▲꾼이미지 확대보기
▲꾼
그렇게 마음먹은 어느 날, 우연히 접한 비디오 전국대학생무용경연대회(청주콩쿠르), 환상적인 세종대 듀엣은 그를 매료시켰고, 세종대 메쏘드로 인해 그는 그 때부터 ‘난 무조건 세종대 무용과에 진학한다’로 좌표를 설정하고 무용에 매진한다. 고교시절, 그를 지도한 무용 선생은 늘 자상하고 자식처럼 대해주던 수원 예인무용학원 신혜경이다.

무용 입문시의 고1, 선친은 너무 엄해 그는 비밀리에 학원을 다녀야했고, 몰래 새벽 신문배달과 우유배달로 기본기를 배우며 학원비를 충당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비가 필요했고, 어머니 배기문 여사는 아들의 무용교습 사실을 선친께 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선친은 그해 겨울, 당장 집을 나가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권용상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있듯 세종대 무용과에 합격하여 무용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포항 사나이가 서울로 오게 되었고, 이후 그의 스승, 양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의 배려와 관심으로 능력있는 춤꾼, 안무가로 성장하며 입학 이후 ‘세종이 낳은 춤 연기자’로 지금까지 모교 근처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이제 그는 숱한 수상과 기대로 벗어날 수 없는 ‘춤의 굴레’를 기꺼이 숙명으로 여기고 춤을 즐기고 있다. 안개 속에 나타난 그는 테크닉이 알려진 춤꾼들과 달리 그의 역동적 춤 파워의 신비감에 늘 휩싸여 있다. 어두운 시절에 격려는커녕 핀잔과 반대로 마음 고생했던 그는 이제 당당하게 젊은 ‘춤밭을 일굴 사람들’ 리스트에 올라있다.

▲벙어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벙어리아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 그의 열렬한 후원자 된 선친 권성기 씨는 권용상이 2000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출연한 양선희 창작춤 『갈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람하고, 타계한다. 거친 세월의 조련기를 거치면서 불효의 흔적과 부모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남긴 그는 못다한 효도를 춤 예술에 쏟아 붓고 있다.

늘 대나무의 싹이 트는 이치와 삼나무가 너른 마당에 뿌리를 내리는 연유를 생각하며 오늘도 바오밥 나무가 되는 그는 춤 제자와 스승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학문에 정진하고 있다. 이 세상 선한 사람들의 뜻과 마음을 흡수하며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벗삼아 푸른 미래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우얏꼬이미지 확대보기
▲우얏꼬
그가 꼽은 대표작 세 편은 『우얏꼬』, 『타향살이』, 『휘, 휘』이다. 『우얏꼬』는 우리나라 고전소설 ‘흥부전’을 바탕에 두고,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타향살이』는 대중적, 해학적으로 춤을 전개, 웃음 속에서 진정한 눈물을 끌어낸 창작 무용극이다. 암흑이 천지사방을 삼킨 듯 소리 없는 울분만 가득했던 일제강점기가 모티브가 된다.

『휘, 휘』에서 ‘휘, 휘’는 ‘지휘하다’라는 ‘揮, 麾’, 닭장수가 닭 몰이를 할 때 쓰는 의성어 ‘휘이- 휘이-’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같은 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어느 한쪽은 잘 차려입은 지휘자의 세련된 모습이, 다른 한쪽은 닭장수의 고단한 하루가 연상되는 말이다.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재해석, 구성한 작품이다.

작년 사월의 『키스 더 춘향』은 ‘춘향전’을 댄스컬로 만든 대작이다. 대작 구성과 패턴을 총체적으로 짜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한 이 작품은 16회 장기공연으로 한국무용사에 기록되는 업적을 남겼다. 방대한 스케일의 이 작품은 종합예술의 진미를 보여준 새로운 브랜드로서 춤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으뜸으로 꼽힌다.

▲타향살이이미지 확대보기
▲타향살이
권용상, ‘한국무용’하면 ‘지루하다, 어렵다’라는 일반적 편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춤의 대중화’가 그의 소박한 목표이자 꿈이다. 관객 모두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중적 작품들을 재해석, 관객과 소통하며 우리 춤이 ‘재밌다’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이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연기력은 일상과는 구별된다. 늘 차분하며 속정이 깊은 권용상은 무대에 서기만하면 신들린 춤 연기자로 변한다. 이런 파격적 변신은 바람직한 춤 연기자의 수범이다. 늘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으며 춤이 희망인 그를 보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어쨌건 그가 춤 아티스트로 우리곁에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행운이다. 하나밖에 없는 이 세상에 그가 큰 빛으로 우뚝 설 날을 기다려본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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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상 약력
►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 세종대학교 무용과 강사

► 충남예술고등학교 실기강사

► (사)춤다솜 무용단 이사, 수석단원 겸 안무자

► 무대공연기획전문 「Sunny n」 엔터테인먼트 상임안무자


[수상경력]


► 제41회 한국무용협회주최 전국 신인무용경연대회신인무용콩쿠르 수석상(유니버셜 아트센터)

► 제42회 신인무용콩쿠르 차석상

► 제43회 신인무용콩쿠르 차석상

► 제28회 서울무용제 남자연기상(아르코극장)

► 제13, 14회 충남무용제 우수상 및 연기상

► 제15회 충남무용제 대상 및 연기상

► 제3회 신인작가전 대상(국회 문화관광위원장상, 예술의전당)

► 제20회 전국무용제 은상, 안무상 및 연기상(부산 문화회관)

►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12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

▲타향살이이미지 확대보기
▲타향살이


[안무경력]


►2005. 한국무용협회 주최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꾼> 안무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06. 제27회 서울무용제 경연 안무상 부문 <아-啞> 안무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07. 2007 권용상의 춤 <벙어리뻐꾸기> 안무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2007. 제11회 춤대공연 <화려한 휴가> 안무 (고양어울림누리)

►2009. 제13회 충남무용제 <우얏꼬> 안무 (충남학생회관)

▲휘휘이미지 확대보기
▲휘휘
►2010. 2010 떠오르는 안무가전 안무 (M극장)

►2010. 제14회 충남무용제 <아득한 별빛> 안무 (충남학생회관)

►2011. 제3회 신인작가전 <타향살이> 안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11. 제15회 충남무용제 <휘, 휘Ⅰ> 안무 (충남학생회관)

►2011. 제20회 전국무용제 <휘, 휘Ⅱ> 안무 (부산문화회관)

►2012. 이데일리 창작공연 지원 프로젝트 창작 댄스 뮤지컬 안무 (16회공연) (광진나루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