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과 역동적인 다양한 창작무 선봬
우리 춤과 현대와의 슬기로운 조화 모색
'순수의 상징 찾아내기' 심리묘사에 집중
'團員' 배려가 몸에 밴 마음 넓은 무용수
김수정(金秀庭·Kim Su Jung)은 김민수(부)와 김소영(모) 사이에서 1982년 6월 13일(양) 서울 용두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춤에 관심이 많아 그녀의 천변일상(川邊日常)은 버드나무의 유연성을 닮은 춤이 되고, 자연과 더불어 소시민들의 기다림과 잔 정(情)을 읽어낼 줄 아는 내면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수정이 값지게 느껴지는 대목은 넉넉지 않지만 춤을 향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드컵 스타들의 뒷이야기들이 ‘고진감래’를 실감시켜주었듯 수정의 후일담도 관심거리다. 순수로 빚은 그녀의 아궁이에 타는 장작불이 무엇을 요리해 낼까는 늘 그녀를 지켜보게끔 만든다.
그녀의 고3은 동일 목표를 가진 춤 친구들과 한곳을 향해 질주하는 것, 동기부여, 의지할 힘, 서로의 장점을 배울 기회를 갖게 된다. 공부만을 위한 학업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공부는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더없이 좋았던 때였다. 덕원예고 출신들은 이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춤꾼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춤꾼들의 춤을 따라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행위가 재미있고 즐거워서 시작한 춤이 직업으로 되어버린 지금, 그녀는 늘 춤 연기를 위한 상징 찾아내기, 심리묘사에 대한 집중으로 고민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녀의 서정은 몸을 던져 혼신의 연기를 다해 현대를 탐색하면서 완성된다.
성균관대 무용과에 진학한 수정은 춤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음악에 맞추어 호흡을 하며 무대 위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치유할 ‘여우 장갑’의 지혜를 빌려오게 된다.
수정은 자신의 상처로 보석을 잉태하는 진주처럼 드러내기 보다는 ‘단’(團)의 일원으로 꼭 있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마음 너른 무용수로서 지녀야할 덕목을 지켜왔다. 그녀는 무용수로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안무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는 무용수, 안무가로서도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새 작품 창작에 몰두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어 닥칠 ‘만춘’을 생각하며 다양한 창작무를 구상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 변화하는 모든 것을 연상, 동작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에 골몰하였던 것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추구한다.
심장의 심층에서 끌어올린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나게 될 그녀의 작품들은 방황하던 그녀에게 관심과 배려로 자신의 작업들이 축복이라 여기게 만든 스승들의 역할이 크다. 많은 배려와 관심으로 대학에서 지금까지 그녀를 남다른 재능과 성향을 존중해주고 지켜봐 준 임학선 교수다.
그녀의 안무작 네 편을 텍스트로 삼는다. 임학선댄스위 창작무대 크리에이티브 스테이지『내안의 돛』(2008), PAF’S EYE가 추천한 우리 시대 신진 안무가전 NEXT 『꽃자리』(2009), 무용문화포럼이 선정한 안무가시리즈 『두 번은 없다』(2011), M극장 기획 떠오르는 안무가전 『봄이 오면』 (2011)이다.
『내안의 돛』은 바다에서 항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가’가 아니라 돛의 방향이다. 바람이라는 눈앞의 현상 때문에 궁극적인 것을 못 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시점의 시점을 반복하고 끊임없는 질문으로 그 답을 자신의 시점으로 바로세우며 자신에게 고정시킨 작품이다.
『꽃자리』는 자족과 속박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갈증과 집착으로 자신의 현재가 꽃자리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속박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친 작품이다. 구상의 시를 형상화하기 위해 단순하며 강한 신체선으로 무대공간을 조이며, 춤에 상징적인 표현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은 없다』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찬(讚)한 작품이다. 같은 눈빛, 한결같은 입맞춤이 없듯 지나간 것들 또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두 번은 없다. 청춘의 아름다움처럼 지금의 행복이 영원하다는 것, 스쳐가면 고통으로 채워질지도 모를 연습이 없는 삶의 세계에서는 반복이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지금 웃는다.
『봄이 오면』은 시간의 윤회 속에 ‘사물의 운동’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에 대해 동작선과 구조를 통해 표현한다. 이 세상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으며 형체를 가진 것은 변화하게 된다. 봄이 다시 오고 꽃이 피듯 세 명의 무용수가 시간의 흐름과 변화와 연속성을 표현한다.
수정은 자신의 안무작들에서 자신의 중심축, 자족과 분수, 일상의 아름다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여고동적이지만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흐트러진 오선지를 추스르는 마음으로 세상을 어루만지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달을 마음에 품은 그녀는 머지않아 빛나는 광채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김수정, 그녀의 겨울정원엔 아직 만춘의 나비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격정의 아픔이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훑어 내리고 봄이 오면 그녀의 봄은 올 것이다. 야생의 추위에서 이겨낸 혹독한 시련들이 그녀의 보약이 될 것이다. 그녀는 튼실한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입증되었다.
어두운 처마선을 안고, 고고한 품위를 지키는 한옥처럼, 나무와 한지의 조화로운 배합과 같이 김수정은 우리 춤의 아름다움과 현대와의 슬기로운 조화를 모색한다. 산이 높고 험할수록 계곡의 물은 차고 청정하고, 바람은 더 시원하고, 별은 더 빛나고 있음을 그녀는 헤아리고 있다.
대장정의 서(序)에 걸린 그녀가 선택한 ‘춤을 사랑한 원죄’는 그녀에게는 ‘밤으로의 긴 여로’에 해당되는 고통일지도 모르지만 성숙으로 가는 통과의례다. 무지개빛 향연과 파랑새의 꿈, 종달새의 지저귐은 본인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늘 그래왔듯 두려움을 털고, 당당하게 일어나는 그대가 아름답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경력사항
2001년 3월~2005년 2월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교 졸업
2005년 3월~2010년 2월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
2007년 2월~2008년 3월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교육조교
2009년 3월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2010 6월 ~ 현재 국립국악고등학교 무용과 강사
출연작품
2004년 5월 21,22일 임학선 교수와 함께하는 우리춤 『공자』
2004년 10월 5,6일 제7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초청공연 『공자』
2005년 10월 14일 제20회 한국무용제전 『태극구조의 기본춤』
2005년 10월 17일 임학선 교수와 함께하는 우리춤속으로 『붉은부적, 설장고의 변주』
2006년 10월 24일 한불수교120주년 기념 『공자 The Great Teacher』
2007년 5월 18,19일 PAF'S EYE 신진안무가 『절벽아래 집』
2008년 5월 28,29일 춤 전용 M극장 개관 2주년 기념 『가시를 삼키다』
2009년 5월 15일 베스트 레파토리 선정 『허공살이』
2009년 9월 28일 『공자 The Great Teacher』 출연
2010년 9월 12일 북경대 성균관대 문화교류공연『공자 The Great Teacher』
2010년 10월 23일 무용문화포럼이 선정한 안무가시리즈 『고도를 기다리며』
2011년 6월 4일 스페인 빌바오 Act festival 『Thank you』
2011년 7월 10,11일 평론가가 뽑은 제 14회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고맙습니다』
2012년 2월 4,5일 『The Great Teacher 공자』
2012년 5월 21일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고맙습니다』
2012년 6월 28,29일 강낙현, 정보경 융 복합공연 프로젝트 『 Drive Thru』
2012년 7월 16,17일 평론가가 뽑은 제 15회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 On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