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한국을 바꾸다' 출간…대안 제시
'잘못된' 정책과 전략, 그 7가지 치명적 '오류'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창조경제다. 박근혜 정부의 선거공약이자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창조경제는 논란만 무성할 뿐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창조경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새롭게 만든 미래창조과학부조차도 창조경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창조경제는 한국경제의 질적 도약과 경제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자 하나의 경제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현재의 산업구조 다시 말해, 추격 모방형 경제로는 지금의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렵고,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에는 한계가 있으며, 고용 창출 없는 성장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 창조경제의 실천 방안과 전략이 없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이 펴낸 《창조경제 한국을 바꾸다》는 이러한 창조경제의 필요성을 정확히 짚어보고,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과학기술과 ICT의 융·복합’만으로는 창조경제를 완성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여 중소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때 진정한 복지사회가 구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① 과학기술과 ICT융‧복합이 핵심이다?
'편협한 시각'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다
정부는 한국의 과학기술과 ICT기술이 다른 산업영역보다 발달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ICT기술은 과학기술에 포함되고,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소프트웨어산업은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국내 주요 기업이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에 출원하는 특허의 숫자가 급증했고, 특허 수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정부 출연연들이 출원하고 등록한 특허의 대부분이 활용가치가 전혀 없거나 경제적 가치보다 관리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발전된 과학기술과 ICT로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창조경제의 핵심동인은 과학기술과 ICT라기 보다는 창의성과 시장수요로 봐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도 인간의 창의성이 구현된 창의산물에 불과하다.
정부가 목적과 수단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제1의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려고 한다면 창조경제의 핵심동인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과 ICT는 창조경제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과학기술과 ICT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빨리 버리고 창의성이 상업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창조산업으로 지정하고, 창의생산품을 위한 창조시장부터 형성해야 한다. ②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도해 완성환다?
생태계 조성 심판ㆍ보조자 역할에 그쳐야
정부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정책을 내 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정책을 내 놓는다고 해도 정부는 창조경제의 주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보조자로서 해야 할 일은 창조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주요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조생산자와 창조소비자를 교육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창조생산자가 공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육성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교사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창조소비자에 대한 교육도 창조생산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조생산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보조금 지급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창조생산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결정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③ 청년창업 활성화로 실업을 해소한다?
실패 확률높은 창업 정부서 권유 '무책임'
청년들에게 실패할 확률이 높은 창업을 무모하게 권유하는 것이 실업을 해소하는 방법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실업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 청년들에게 무모한 창업을 하라고 독려하기 보다는 우선 직장경험을 쌓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이 어렵다면 소규모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야 직장경험도 쌓고, 창업을 하기 위한 노하우도 축적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경험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④경제민주화보다는 창조경제가 우선?
'반칙 경제' 승자독식…출발선부터 잘못
정부의 고용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하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망할 것이 뻔하고, 죽도록 노력한 결과를 대기업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 아무도 창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경제의 불합리한 구조와 약탈적 거래관행이 청장년층의 창업의지를 꺾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경제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창조경제이고, 이를 살리고 싶다면 경제민주화를 버릴 것이 아니라 먼저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로 불공정한 거래와 반칙이 난무한 경제상황을 일소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는 출발도 하지 못한다. 현재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말을 아무리 해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다. 경제민주화가 없으면 창조경제는 없다.
⑤경제거품을 유지한 채 경제활성화?
'투기'로 버블 만들어 승자없는 패자 양산
정부가 정말 한국경제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다양한 영역에 걸쳐 형성된 경제거품을 걷어 내야 한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소득을 통해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거품경제로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도 없지만 창조경제도 없다.
⑥미래부가 창조경제를 전담한다?
국가정책위기관리센터 만들어 총괄해야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실제 전담하기 어려운 부처에 맡겨두기 보다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다른 정책과 더불어 통제‧조정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모든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은 청와대에 신설된 국가안보실이 적당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남북대치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개념의 국가안보에 국한된 국가안보실을 확대‧개편해 가칭 국가정책‧위기관리센터(NPRC)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국가안보에 연관되어 있으며, 국가안보를 협의의 군사적 개념에서 광의의 국가이익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군사적 안보보다 경제적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도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⑦박근혜정부 5년내 창조경제 완성한다?
재임기간 중 성과 내기 급급할 땐 부작용만
정부가 창조경제를 밀어붙이지 말고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 즉 정부는 창조경제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정책이라는 점, 창조경제를 통해 국가경제구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점, 박근혜 정부가 사심없이 국가이익 차원에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 무리하게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기반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점 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과거 정부들이 주요 정책에서 실패한 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정책의 경우 5년 이내에 의도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창조경제는 경제구조의 틀을 바꾸는 정책이라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5년 이내에 완전한 성공모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도 본인이 주장하는 국가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제 1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추진을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