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창의적 공연에 주력
상처·고뇌통한 인내와 순응, 극기와 창조 발산
詩題와 동화‧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
무대구성‧연출에 해박한 식견 갖춘 안무가 평가
그는 잠실고,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한양대 대학원 석사, 중앙대학교 문학박사로 1988년부터 지금까지 25여 년간 밀물현대무용단 수석무용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직책으로 현재를 살아오고 있는 그는 교수라는 직책을 얻으면서 무용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와 창의적 예술적인 공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1992년 대구무용협회 주최 신인 콩쿠르 ‘최우수상’, 92년 무용한국사 주최 신인 콩쿠르 ‘금상’, 93년 제23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금상, 94년 한양대학교 총장 ‘공로상’, 95년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인상, 2000년에는 한국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 선정, 2001년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3년 일본 사이타마 국제안무대회 위너스 프라이즈상, 2004년 밀물현대무용단 최우수 안무가상을 수상하여 귀염을 독차지해왔다.
2005년 문화관광부 장관표창, 2006년 최고무용가상(한국현대무용진흥회), 2007년 최우수학술상수상(한국무용학회), 2008, 2009년 PAF'S EYE 베스트 레퍼토리상과 최우수 안무가상수상, 2008년 밀물무용예술원 ‘최우수 무용가상’, 2009년 한국문화예술상(밀물무용예술원), 2009년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10년 키르키즈스탄 정부 문화표창을 수상하여 그의 무용연보는 계속 채워질 것이다.
이해준은 1991년 뉴욕 데뷔 공연 이후, 일본 쇼게즈극장 ‘멀리있는 섬’(1996), 일본 단다바하 컴퍼니 ‘무시’ (1997), 한일 댄스 페스티벌(1998), 미키와카마스 컴퍼니(2002), 사이다마 국제 안무자 대회(2003), 동경 댄스비엔날레 ‘움직이는 한글’ (2004), 프랑스 바뇰레 국제안무가대회(1999), LA한국문화원(2002), 미국(LA)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2003), 칠레 산티아고 페스티벌, Nevada Las Vegas 주립대학과 한인회 초청 한국예술축제(우즈베키스탄)의 『sun & moon』(2009) 등에 출연, 해외공연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주요안무작은 『마부요나의 꿈(1997)』, 『무연탄(1999)』,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2000)』, 『to Run(2003)』, 『인텔리겐치아(2002)』, 『의식(2007)』,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2006)』 『바오밥 나무가 있는 풍경(2005)』, 『평균율(2006)』, 『트라우마(2008)』, 『파르티잔-말들의 시간(2010)』, 『달의 사나이(2011)』,『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2009)』,『월인천강지곡(2012)』 등으로 시적 서사와 낭만적 서정, 미학적 상위 개념의 어두움과 목마름, 방황하는 인간 군상들을 주로 묘사해 왔다.
그의 안무작 베스트 3는 『트라우마』,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월인천강지곡』이다. 2009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 선정작 『트라우마』는 인간의 심리적 제 현상들을 오늘의 공간에서 냉철하게 분석한 작품이다. 안무가는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은 느슨하게 ‘어린 왕자’적 상상으로 따스한 세상을 느끼고 싶은 우회로를 찾았다.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은 시인 이건청의 시에 연유한다. 푸른 말들이 달릴 수 있는 초원은 없다. 유토피아, 그 피안의 공간은 죽어야만 가능하다. 어지럽게 흩어진 오선지처럼 우리 사회는 인간들이라 이름할 수 없는 ‘잡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동물의 왕국에서의 ‘run and chase’를 비유한 작품이다.
『월인천강지곡』은 이숙재 한글시리즈 후계자가 이해준임을 밝히는 작품이다. 안무작 『뿌리 깊은 나무』로 한글 춤의 새로운 도약, 서사의 서(序)를 쓴 이해준이 자신감을 갖고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인체의 과학미가 영상과 만나 언로를 트고 하나가 되어 이타행의 공유 정신을 보여준다.
춤꾼 이해준은 ‘한글 춤’에서 유정재 이해준 커플의 2인무로 지칭되는 음양, 자음 모음의 완벽한 조화를 표현, 고난도 연기의 충격적 매력을 선사했으며, 춤꾼에서 안무가 이해준으로의 변신과 더불어 다양한 현대 무용의 이념적 핵심들과 테크닉을 공유, 토론하고 표현하는 과학적 안무의 기본 포맷을 소지하고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압축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리워하면서도 도약할 수 없는 현실속의 젊은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몽타주적 구성과 스틸 사진의 정지성을 이용하여 깔끔하게 마무리한 작품이다. 가볍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그의 또 다른 안무작 『일각수가 있는 풍경(1996)』,『S베케트의 겨울나무 셋(1996)』,『물을 찾는 사막(1997)』,『수상한 날(1998)』,『쓸쓸한 폭풍(1999)』,『흔들릴 때마다 한잔(1999)』,『흔들릴 때마다 한잔 두 번째 이야기(2001)』,『개는 지금 어디 있는가(2001)』,『어린왕자(2003)』,『홀소라 닿소라 놀러가자(2004)』,『망초꽃 하나(2004)』,『도망자(2005)』, 『누가 작살 잡기를 두려워하나?(2005)』,『흰 고래를 찾아서(2005)』,『여우야(2006)』,『어린왕자와 함께하는 여행(2006)』, 『헐렁한 옷을 입고(2006)』,『트라우마(2008)』,『드림홀-트라우마(2009)』, 『뿌리깊은 나무(2012)』 등의 무제(舞題)에서 보듯 그는 시제(詩題), 동화, 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해준은 구성과 무대 연출에 해박한 식견을 갖고 있는 만능 춤꾼이다. 그는 보통 상위 춤철학의 실체를 간결하게 구성해낸다. 난해한 제목을 춤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면 구성과 조명의 분할화를 통해 네오탄쯔 메서드를 활용한다. 그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서로에게 섬처럼 우뚝 선 소통단절에서 아울렛을 찾는 방식과 방법론을 추구하고 있다. 강박관념과 스트레스를 풀어헤치는 독특한 양식과 정신분석학을 원용한다.
『의식(Consciousness)』은 자기 정체성을 지키며 품격을 업그레이드한 춤 철학, 세기로 연마된 몸, 촘촘히 짜여진 구성, 공간에 적합한 무브먼트, 창조적 조명, 효율적 소품 활용,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의 편집과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 등 가시적 성과물을 낳았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타르코프스키의 영상철학을 쫓아가다보면 의식의 저편, 깨어있는 정신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일상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수한 반란과 반동, 혁명의 기운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고, 썩은 사회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 넣는 창조적 동인이 된다.
『의식』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관념적 행위들이 만들어 내는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의식과 자기의지로의 삶을 향하고 이것들을 밝혀내는 공간탐험기다. 이해준 안무는 자유성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향하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여유롭다. 허허롭다가 코믹성이 발동되며 인간 가치의 평등성을 주장한다. 그는 인내와 연마를 바탕으로 타자에게 끝없는 설득을 한다. 그의 낭만성은 극단의 단초적 삶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도망자』가 관통하는 도시의 풍경들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 나로부터의 도피가 『도망자』의 핵심어다. 이 작품에는 소시민들의 애환과 갇힌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을 희구하는 모습들이 경건하게 채워져 있다. 퍼포먼스적 요소를 배제하고 춤의 진지함을 역설하며 춤의 진정성을 찾아간다. 오늘도 우리 주변의 소시민들은 누구의 찬사도 없지만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며 나로부터의 도망을 꿈꾼다.
이해준 안무의 『뿌리 깊은 나무(2012)』 ‘한글의 꿈, 춤으로 노래하다’는 세종탄신 615돌을 심축(沈祝)하는 소통의 메시지다. 이 의욕적 실험작은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약간 낯선 창조적 발상을 한다. 음악극처럼 공연은 시작된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철골조 세트위에서 앙각으로 잡히는 가수가 노래를 시작한다. 2부작의 이 작품은 1부. “뿌리 깊은 나무-한글 날아오르다”, 2부. “움직이는 한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충격적 사건으로 실어증의 한 인간의 진실한 자아 찾기, 내면의 여행을 통해 우리글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영감을 획득하고 홀소리와 닿소리를 조합하여 춤으로 노래하는 자신을 발견, 세상을 향해 다시금 소통을 시도한다. 2부는 23년 동안 한글을 소재로 한 ‘한글춤’을 개발하여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 창조성, 과학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한글의 글자 형태의 아름다움을 조형화하여 한글의 탄생 원리인 음양오행설의 재해석과 우리글의 자음과 모음인 홀소리 닿소리의 살아 숨 쉬는 모습을 아름다운 몸짓언어로 형상화한다.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그 두 번째 이야기(2013)』는 트라우마(심리적 상흔)가 모티브가 된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계급, 자본에 보태진 지적‧사회적 박탈감, 얼룩처럼 빼내어져야하는 벌목 같은 소외감, 자신을 잡초처럼 여기는 자기비하 등과 같은 모든 엉클어진 문제들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 내재한 폭력과 갈등으로 설정하고 춤을 전개시키고 있다. 이해준은 심리학의 다양한 범주에서 ‘가학’과 ‘피학’을 구체적으로 들추어내기도 하고, 아바타적 권력의 폐해를 은유적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이 행위적 풍경은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사용한다. 이해준이 선택한 일련의 심리적 춤의 카테고리는 억압된 욕망을 풀어내는 주술적 코믹성이 항존한다. 자신의 편견을 희생자에게 투영하지는 않는다. 이런 춤 작업은 독자적 테크닉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존재가치가 있다. 아직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책무가 있다.
이해준, 강인한 투쟁력으로 현대무용의 변화무쌍한 전투에서 살아남을 장수다. 휘몰아치는 강풍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의리의 소중함과 배려의 미덕을 생각해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 고수, 장인의 기질은 지극히 단순하다. 엄청난 분량의 연습으로 쉽게 보이는 고난이도 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대무용가 이해준의 뜰에 피는 고사리 다발이 비법의 육개장을 만드는 재료임을 이해준은 깨우치고 있다. 무운(舞運)을 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이해준(한양대교수, 현대무용가, 안무가) 약력
한양대학교 생활무용예술학과 교수
남성춤작가회 회장
한국무용학회 이사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
한국무용진흥회 이사
춤전용 M극장 디렉터
밀물현대무용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