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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영토' 지키는 영남지역의 '숨은 舞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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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영토' 지키는 영남지역의 '숨은 舞士'

[춤밭을 일굴 사람들(59)]정태진(전통춤 춤연기자, 안무가)

‘선비춤’ 한량무와 학춤에서 실력 발휘


‘禪僧’의 여유와 여린 감성 함께 지녀


강‧온의 연기력으로 잇단 연기상 수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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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정태진(鄭泰鎭‧Jung Tae Jin)은 1974년 7월 12일 대구 두류동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부터 버드나무처럼 유연한 그의 너른 마음은 그가 선비들의 대표춤 한량무나 학춤을 잘 추게 하는 기본이 되었다. 마흔이 넘어가는 길목에 신랑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며 새로운 춤판에서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짙어가는 가을단풍을 안고 전통 선율을 음미하며 맞이하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태진의 결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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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진안무가
정태진에게 춤의 지혜를 가르쳐준 스승은 경북예고의 권정숙, 한체대의 백현순, 계명대의 장유경, 임혜자, 테크닉을 전수한 김용철을 들 수 있다. 타고난 건강과 검약은 왕의 창에 버금가는 그의 자산이다. 그는 주변과 어울려 있을 때 더욱 우정을 느낀다. 늘 타인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미덕을 지니고 어려움을 나누고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춤꾼이다. 이른 아침, 편백나무 숲을 거닐며 춤밭을 일굴 그의 꿈과 인생을 논하고 싶다.
그는 경북예고를 거쳐 2000년 계명대학교 체육대학 무용학과를 갓 졸업하고 예총 대구광역시 주최의 제9회 전국 신인 무용제에서 ‘은상’(2001)을 수상함으로써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역 춤일꾼으로 창원시립무용단 단원으로 수석‧부수석을 거쳐 현재 무용단 총무를 맡고 있다. 맡은 일에 충실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는 jtj정태진무용단 대표로서 그는 한미 문화 재단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한 공연’으로 미국명예시민권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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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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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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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강‧온의 연기력을 가진 그는 ‘러시아 유즈노 사할린스크시 사할린한인회초청공연’(에트노스예술학교)에서 감사패(2002)를 받았고, 이후 미국, 독일, 중국, 대만, 시리아, 싱가포르, 일본 등의 해외 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 주최의 제12회 대구 무용제에서 『광야 에서』로 연기상(2002), 한국무용협회 경상남도 주최의 경남 무용제에서 『He, He』로 연기상(2006)을 수상함으로써 무사(舞士)의 진면목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2006년 출범한 정태진 무용단은 제16회 대구 무용제에 『노을이 지나가는 자리』(2006), 『춤으로 통하라』(2007), 제17회 대구 무용제(우수상‧연기상 대상작)『애. 멸. 생』(2007),『여모(女母)-그들의 구원』(2007),『회전(흐르는 시간처럼…….)』(2008), 제18회 대구 무용제(대상‧연기상 대상작)『삶의 공전(空轉)』(2008), 한국무용협회 주최 제17회 전국 무용제『삶의 공전』(2008), 대구문화재단 우수예술작품 사후지원 사업『삶의 공전』(2009)을 발표하게 된다.

정태진의 대표 안무작은 『삶의 공전』, 『여모-그들의 구원』, 『노을이 지나가는 자리』,『회전(흐르는 시간처럼…….)』등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아름답게 삶을 일구고자하는 심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그의 작품세계를 읽어내는 핵심이다. 늘 부족하다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당차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그도 예술계 전반의 치명적 약점인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는 능력 있는 예술가군(群)에 속해있다.

『삶의 공전』은 인간 삶의 생성에서부터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감내하는 삶의 본질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삶의 순환’을 지구의 공전과 비유하여 ‘제1장 / 지구인-우리 삶의 탄생, 제2장 / 만남과 사랑, 제3장 / 고통 그리고 욕망, 제4장 / 공전- 다시 처음으로’의 전체 4장으로 나누어진다. 인간은 일생동안 존재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의 욕망은 결국 한줌 흙으로 공회전 한다. 삶은 공전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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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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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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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정태진은 『삶의 공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순환을 은하계의 무수한 행성들이 공전하듯이 표현한다. 무수한 행성들을 인간으로 은유하여 지구라는 별에 살게 된 인간의 생성에서부터 소멸까지의 과정을 사랑과 욕망으로 그리고 자연의 법칙으로 그려낸다. 자신이 민들레나 질경이 같다고 생각하는 그는 붉은 벽돌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유로움으로 자신을 달래며, 매일 대구에서 창원을 오가는 ‘열정의 삶’을 살아간다.

『여, 모(女, 母)―그들의 구원』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고찰을 다룬 작품이다. 가부장적 구조 하에서 벌어지는 한국식 가정 폭력과 여성의 ‘피곤한 삶’을 현대적 시각으로 엮은 이 작품은 정태진 특유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력이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정태진은 ‘바른 가족’의 탄생과 모든 가정의 화평을 기원하고 자신의 가족을 위한 다짐을 보여준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한 이 작품은 구원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창작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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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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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전
『노을이 지나가는 자리』1, 2는 삶에 대한 자세와 각오, 그 흔적을 노을에 비유하고 만든 작품이다. 태진의 품성이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후대의 평가를 위한 것은 아닌지만 자신이 머문 자리가 아름다웠으면 하는 겸허한 각오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호흡, 조화로운 연결, 움직임과 공간 배치, 서정적 음악과 밸런스,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은 표정 연기들, 디테일한 동작들이 작품의 서정성을 강화하였다.

안무작 『회전(흐르는 시간처럼.....,)』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한 작품이다. 무한의 우주에서 한 점 인간은 삶의 무상과 허무에서 적극적 의지로 극기하며 고행한다. 긴 우주의 역사에 걸린 동정, 희망, 행복, 쾌락, 사랑, 절망, 고통, 고독, 이별에 관한 정태진의 창작 춤 에세이는 다양한 테크닉과 방법론으로 발광(發光)하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삶의 윤회를 상징하는 원형 무대 셋을 두고 남․여 무용수들은 삶의 굴곡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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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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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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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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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모
태극의 탄생, 음양의 조화 속에 사랑은 깨달음을 추구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서 살고 사랑하며 성장해 나가는 본질적 과정을 통해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 새롭게 윤회하여 태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 삶의 생성에서부터 만나고 헤어지며 감내해야 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사랑의 과정을 통해 삶의 고통과 경험 등의 순환을 원이 도는 것에 비유하여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제1장 “탄생, 그 험난한.....,”, 인간세상의 모든 사랑을 그려낸 제2장 “삶속의 사랑”, 인간세상에서 말과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피해를 받는 것을 표현한 제3장 “삶속의 고통”, 자기 자신의 깨달음에 이르는 제4장 “삶의 회전”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소리와 보디 페인팅 된 몸 등으로 시선을 끌며 시작된 작품은 ‘거울 이미지’를 두고 관객을 향해 ‘여러분의 삶은?’하며 질문을 던지며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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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정태진, 선승의 여유와 여린 감정을 소지한 그는 바람이 이는 대로 휩싸이지 않고, 바람에 맞설 줄 아는 무사다. 태어난 곳에서 떠날 줄 모르는 텃새를 닮아있다.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는 춤밭을 일구며 살 천상 지역 춤꾼이다. 세월이 가도 남아있을 정태진은 사막의 모래바람도 무서워하진 않을 ‘대담’을 소지하고 있다. 일렁이는 어는 날, 바다내음이 이는 먼 남쪽, 그의 춤이 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춤이 원숙해지기를 기다려본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