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뜸과 가라앉힘의 '달빛연가'와 같은 춤
‘슬픔의 침화’부터 ‘흥겨운 신명’까지 긴 스펙트럼 선봬
시대‧역사의 비극과 궤 같이하는 안무작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등 숱한 수상 경력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무용을 시작하면서 걸음도 무용 스텝으로 다녔다. 콩쿠르가 있는 날이면 그녀의 모친은 떡과 식혜를 가득 준비, 친구들과 지도 선생에게 대접했다. 어머니의 즐거운 뒷바라지가 무용단을 구성하고 후진들을 양성하면서 자기 진화 발전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제자들에게 내리사랑으로 연결되고 있다.
강선영, 정영례, 송준영에게서 사사를 받고 오늘에 이른 그녀는 우리 춤의 선이 가장 아름답고도 처연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안무구성을 한다. 김미숙은 전통에서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 내러티브가 우리 춤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음악과 동작을 연결한다. 소박한 전통미를 바탕으로 하되 질박함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동이 깊어지도록 안무한다.
그녀의 대표 안무작은 『하얀눈물』(2006년 9월), 『회.소』(2008년 10월), 『꽃비』(2010년 5월), 『꽃비는 아프다...』(2010년 4월), 『추원』(2010년 6월), 『그해오월』(2011년 4월), 『푸른가배』(2012년 4월), 『달빛연가』(2013년 7월)를 꼽을 수 있다. 깊은 상처와 슬픔으로 가득한 그녀의 안무작들은 시대와 역사의 비극과 맥을 같이한다.
1. 『하얀눈물』: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데 한을 버리지 못하고 북쪽만 바라보며 꽃을 피웠지만 결코 만나지 못하는 슬픔에 피 눈물을 흘리다가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피를 모두 토해내어 하얀꽃으로 변한다는 ‘여인의 한’을 그린 작품이다.
2. 『회.소』: 아녀자들 놀이의 형식인 ‘가배’와 그로부터 비롯된 슬프고 아름다운 회소곡 그리고 조상께 풍운과 만복을 기원했던 한가위의 ‘강강술래’까지를 각각의 이미지로 설정하여 춤의 언어로 재구성한 전통 패키지로 신명을 불러오는 작품이다.
3. 『꽃비』: ‘꽃은 피어났고 꽃은 떨어졌네. 꽃봉오리째 낙화되었기에 처연한 아름다움 가슴에 남기고...’, 꽃을 모티브로 하여 그 에세이적 단상을 여성적 감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짙은 슬픔이 묻어오는 꽃은, 인간으로 환치되어 슬픔의 심도를 높인다.
4. 『꽃비는 아프다...』: ‘후드득 꽃들이 지던 날…….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주저앉지도 뛰어 나가지도 못한 채…….’, 현재적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도보이는 작품이다. 꽃잎은 처연해서 슬프고 빗발은 검붉어서 아팠던 기억을 춤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5. 『추원』: 옛적 신라의 가배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보태져 그 의미만으로 유산이 되었고 강강술래처럼 원무처럼 푸른 만월처럼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단일한 상징으로 남았다. 이에 대한 이미숙의 해석과 독창적 개성이 드러난 작품이다.
6. 『그해오월』: ‘누구나 그 삶이 꽃처럼 아름답기를 그 꽃이 삶의 절정, 절창이기를 바라지……. 해마다 오월이면 그해 오월, 그해 꽃보다 아름다운 기억이 되살아나네…….’ 시적 이미지로 ‘그해오월’의 슬픔을 기억해낸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7. 『푸른가배』: 가배에서 유래되어 지금의 한가위로 남은 그 고유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우리네 민속놀이,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푸른 만월과 여인의 생명력, 그리고 상생에 대한 상징과 의미를 담아 구성한 작품이다. 강온의 리듬감, 군무의 섬세함이 춤향을 물씬 풍긴다.
8. 『달빛연가』: 달빛사랑은 달빛에 어리는 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환한 달이 떠오르면 가던 길 멈춰 서서 소망과 동경 가득 담아 기원한다. 추운 마음들이 풀리면서 먼 산 둥근달 그리움으로 동그래지는 사람들의 시절 인연이 더욱 깊어지기를 바라면서 추는 춤이다.
한국무용가 김미숙은 전통 춤 안무와 출연으로 제13회 전국무용제 금상을 수상한 이래 제16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광주무용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와 안무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녀에게 춤바다의 거친 파도와 잦은 풍랑은 그녀를 더욱 단련시켜 페리도트의 진한 빛깔이 빛고을의 보리밭 서정으로 번지게 하는 촉매가 되어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창작무 『하얀 눈물』,『꽃비』,『그해 오월』, 오페라 『가면무도회』,『돈 죠바니』등의 안무로 수십 개에 이르는 안무상과 지도상은 그녀의 지도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장르를 오가며 분주히 몸으로 생각하는 그녀는 『달빛 연가』에 이를 때까지 지존의 품위와 동양적 미덕을 견지해왔다. 겨울을 여름으로 바꿀 줄 아는 그녀의 행보는 추신수의 여름을 버금간다.
여느 무용수랑 같이 중국, 일본, 하와이, 쿠웨이트, 필리핀 등과의 해외공연과 교류를 통해 우리춤 활성화에 기여했다. 금년 자신의 춤 개성을 보여준 『달빛 연가』와 제39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장원에 이르는 그간의 공로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무용부문 올해의 ‘심사위원선정 특별예술가’로 선정되는 영광으로 연결되었다.
그녀는 우애와 성실로 단원과 친구, 후학들과의 화합과 소통을 추구해 왔으며, 작품에 대한 연구와 치밀한 분석으로 춤격을 상승시켜왔다. 전통무에 대한 같은 작품,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추어왔던 그녀는 무용계가 발전하는 것이 음악, 서사, 노래, 패션, 춤사위, 무대미술 등 문화 예술계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작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무용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직‧간접적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미숙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수없는 연습을 통해 워킹 라인을 암기하듯 그녀는 매사에 궁극의 완벽함을 생각한다. 완벽하기 위해서 성실하고 진솔한 삶을 추구한다. ‘춤은 정신의 동작이자, 그것을 통한 육체의 그림이다.’ ‘사람이 진실 되지 않으면 감동의 춤사위가 나올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상을 대하며 정진한다.
김미숙은 2004년부터 자신의 본격적 활동 시기로 선정하고 자신의 춤 연대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출타 첫해, ‘태평무’같은 전통춤 출연과 자신의 안무작들을 상제하면서, 광주 세계민속예술축제 개막공연 안무 및 출연, 광주 세계민속예술축제 비엔날레공연 안무 및 출연, 강숙자 오페라 ‘가면무도회’ 안무 및 출연, 신나는 예술여행(완도군), 광주 한국춤 연구회 “춤 일곱 색깔” 등의 정기공연을 치러내는 사역을 담당했다.
해마다 일상적 공연들을 해오면서 2010년대 들어 김미숙은 2010년 제15회 호․영남 페스티발 안무, 광주 세계光엑스포 빛고을 예술문화마당 초청공연 안무, 광주 세계光엑스포 빛고을 예술문화마당 초청공연 안무, 제8회 김미숙의 『꽃비』안무, 광주예총 주최 “찾아가는 문화 활동” 안무, 제40회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금상, 일반부-은상 수상자 안무, 제19회 전남 무용제 축하 공연, 한국-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초청, 2011년 제16회 호․영남 페스티벌 안무, 제25회 한국무용제전 『그해 오월』 공연, 세계 춤의 날 공연, 제6회 빛고을 청소년 춤 축제 공연, 한국 중국 교류 공연, 디자인 비엔날레 개막 축하 공연, 세계 김치 축제 축하 공연, 2012년 제26회 한국무용제전 『푸른 가배』 공연, 여수엑스포 부대행사공연, 신명의 우리가락 “떠오름” 공연, 제21회 전국무용제 개막축하공연, 제7회 빛고을 청소년 춤축제 『미운아기오리 세상 밖으로...』 공연, 2013년 우리가락 우리마당 『무등산의 태동』,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공연, 제9회 김미숙의 『달빛연가』, 제22회 전국무용제 개막축하공연에 이르는 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녀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수상으로 나타나 있다.
김미숙, 그녀는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무용을 여성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슬픔의 침화’에서부터 ‘흥겨운 신명’과 ‘달빛 연가’를 빚어내는 긴 스펙트럼의 안무가이자 우수한 춤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자다. 그녀가 바라는 행복은 그녀의 춤이 자신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다. 숙성된 그녀의 춤이 앞으로 날개를 달았으면 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김미숙 조선대 무용과 겸임교수 약력
조선대학교 이학박사
조선대 무용과 겸임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광주 한국춤연구회 회장
하나무용학원장
사)한국무용연구회 상임이사
사)한국무용협회 광주광역시지회 한국무용 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