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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고운 춤결…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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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고운 춤결…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춤꾼

[춤밭을 일구는 사람들(72)] 장현수(안무가, 국립무용단 훈련장)

'춤, 춘향'서 보여준 짙은 연기와 처연한 슬픔


카리스마 넘치는 '팜프 파탈'의 매혹적 몸짓


한국무용의 전통과 창작 통해 새 경지 개척


그녀의 안무‧출연작 춤미학의 최상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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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춘향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장현수(張賢洙), 그녀를 먼발치에서 십년 남짓 지켜보았다. 정적 속에 상기되는 정서, 『춤 춘향』에서 춘향역의 짙은 연기 인상은 그녀가 출연한 모든 작품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덮고 넘치는 빛나는 공명으로 번진다. 순수, 청정, 무심으로 빚은 그녀의 예작(藝作)들은 처연한 슬픔에서 빛나는 광휘(光輝)의 견고한 무성(舞城)의 띠를 두르고 있다.

1973년 4월 21일 출생의 장현수는 버들가지에 피는 솜털처럼 상처받기 쉬운 섬세한 심성을 소유한다. 그녀는 바람결에 따라 주변과 반짝이며 흔들거리며 세월을 엮을 것이지만 웃음과 기쁨 이면의 슬픔을 헤아리는 지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나 미인들 곁에는 허수의 사내들이 끼고, 정상의 자리는 언제나 견제 받고, 시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춤,춘향이미지 확대보기
▲춤,춘향
달빛 미소를 뿌리며 가볍게 던지는 그녀의 말솜씨에도 세간의 마음을 흔드는 미진(微震)을 감지케 한다. 영혼을 울리는 그녀의 춤, 찬사들이 별들로 쏟아져도 그녀는 늘 겸손한 모태(模態)를 견지한다. 그녀의 움직임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순식간에 허물어뜨리고, 이성주의자들의 촘촘히 짠 논리들을 헤집어 놓는다.

치명적 사랑의 바이러스를 소지한 팜므파탈(femme fatale)이거나 세상을 정화하는 능력을 지닌 요정, 고혹적 예술혼을 지닌 무녀(巫女), 그 어느 것도 그녀를 묘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녀가 춤으로 달아오를 때, 숱한 시들이 상상으로 떠올랐다가 춤이 끝나면 멸(滅)한다. 그녀를 논함은 우주에 대한 리버럴 휴머니즘을 논하는 것과 같다.

인동 장씨, 뜨거운 여인들의 현현(現晛), 달빛에 매화가 꽃을 피울 것 같다. 그녀의 프레임은 꽃이 되고, 여인이 되고, 그림이 된다. 바람이 불어 그녀를 앞세우면 그네가 춤을 추고 꽃들이 노래한다. 그녀는 미소만 지으면 된다. 옛 청초(淸楚)의 전설은 먼 바다를 넘나든다. 굳이 현철의 ‘봉선화 연정’의 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그녀는 도자(陶瓷)의 과정을 거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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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해바라기
그녀를 ‘팜므파탈’의 오브제로 삼아 장안의 담론으로 삼겠다는 의도는 불손이라고 쳐도 기꺼이 ‘불나비’가 되기를 청하는 시절인연들은 즐비하다. 추운 날을 잡아 춤열로 녹이고 다 같이 웃어보자는 심사는 장현수 다운 발상법의 하나이리라. 호사가들의 눈에 포착된 장현수, 팜므파탈 이면의 장현수는 동짓달에 나신(裸身)의 즐거운 신문(身問)을 당해야한다.

『춤 춘향』에 중독된 나로서는 그 해독제가 장현수가 추는 춤이 되었으니, 민망을 감출 수 없다. 그녀가 연분홍 치마를 입고 봄바람에 휘날리든, 소복에 나부끼든, 희토류를 얼굴에 칠하든 그녀의 춤결이 고운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만 그런지, 동지한설에 작심하고 상제한 ‘팜므파탈’을 다시 음미해보고 세인들 모두가 평가를 내려주었으면 한다.

▲신들의만찬이미지 확대보기
▲신들의만찬
다섯 살 때, 할머니의 권유로 무용을 하게 된 뒤, 전통예고(현 국악예고),서울예대 무용학과, 예원대 무용학과, 중앙대 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예술학석사에 걸친 학력과 2005년 제12회 무용예술상 연기자상, 2009년 무용평론가 비평가상, 2010년 제18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부장관 표창) 등의 깔끔한 수상은 그녀에게 무한한 도전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장현수는 부친의 강력한 반대로 잠시 춤을 접기도 했다. 춤을 향한 열정은 춤을 전공하면서 여러 스승들로부터 춤 정신을 배우고 무용수로서의 테크닉과 안무자의 길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필터링하게 된다. 그녀는 춤을 음미하면서 노련하고 현명한 고민 해결책은 학문연마에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대학 졸업 후, 분주히 현장을 찾아다니며 춤 감상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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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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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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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송범 선생 퇴임공연에서 받은 감동과 인연은 1996년 국립무용단에 입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입단 초, 키 큰 단원들과 체격 차이로 인해 다소 위축되었지만 춤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훈련뿐이라는 각오로 다른 단원보다 일찍 새벽 연습에 매진했다. 계절의 맛나는 향은 그녀의 사양으로 빗겨가고, 그럴수록 그녀의 춤은 맛이 짙어갔다.

입단 2년차, 부친의 사망으로 네 자매 중 장녀인 그녀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고, 무용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은 더해갔다. 장현수 춤의 진정성이 빛나 보이는 것은 슬픔을 겪은 자의 눈물과 자기 극복의 땀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쓰러져도 놓지 않으려는 『팜므파탈』의 가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검은 피를 토해낼 것만 같은 한대수의 노래와 연결된다.

끝까지 이 악물고 정진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그녀를 성실한 무용수로서 우뚝 서게 만들었고, 『Soul, 해바라기』,『춤, 춘향』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몸짓과 표현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국립무용단의 주역 무용수로서 인정받게 된다. 우연히 접한 춤이 인생의 전부가 되었고, 떼어 낼 수 없는 한부분이 되어버렸다.

파멸에 이르는 치명적 독성을 지난 ‘팜므 파탈’, 50년대 후반, 까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불려진 범죄/스릴러 영화들의 경향과 특징을 분석하면서 생겨난 용어에서 차용한 허접한 제목을 장현수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비빔해 독창적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용기는 차가운 겨울비를 몸소 껴안고 가겠다는 심사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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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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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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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이미 장현수는 ‘운명의 여인'이다. 『춤, 춘향』에서 정조는 그녀를 외우하지만, 『팜므파탈』에서 그녀는 사건들을 통해 주인공과 관계를 맺게 되고, 유혹하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주인공 사내를 점점 더 깊숙이 사건의 혼돈 속으로 휘말리게 한다. 국악관현악단 불세출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준비해 둔 놀라운 결말, 주인공을 파멸시킴을 암시한다.

『Soul, 해바라기』에서 그녀는 크로스오버의 오묘한 분위기를 현대적 감정에 클래식한 품격을 유지하며 분위기를 타는 전형적 여인상을 보여준다. 흔들리는 여인에 대한 심리묘사는 계절을 스쳐가고, 그녀는 요염의 해바라기로 태어난다. 약간 낯설면서도 실험적 공간에 적응하며 부대끼면서 그녀는 변신과 변주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장현수의 안무작들은 깊고, 짙고, 이름다우며, 허허로움에서 오는 허탈감과 세상을 희화하는 풍자와 코믹함이 곁들어 있다. 감정의 기복이 크며, 활동반경이 넓어서 근접할 수 없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자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한국무용의 위대한 전통과 창작을 통한 무한의 경지를 개척해 나가고자하는 그녀는 자연광에 비친 봄 풍광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불혹의 봄바람은 그녀를 아름답게 휘감을 것이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그녀는 만찬이 끝난 다음의 쓸쓸함과 가식적 수사의 허망을 간파해야한다. ‘나’라는 간화선으로 고도의 진지성을 유지할 때, 성숙의 데코럼은 그녀의 편이 될 것이다. 순교의 심정으로 자유에게 던지는 그녀의 몸 외침은 울림으로 번지고 있다. 맛깔스런 그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팜므파탈이미지 확대보기
▲팜므파탈
장현수, 그녀의 몸짓이 주축이 된 안무작, 출연작은 춤 미학의 최상위를 보여준다. 열일곱을 바라보는 그녀의 춤탑 위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녀의 춤 길을 환하게 밝혀줄 스승은 문사철에 관한 ‘책’이다. 종교와 문학에 관한 책들이 그녀의 어두운 밤길을 환히 밝혀줄 것이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춤 세상을 밝게 할지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장현수 약력


▲장현수국립무용단훈련장이미지 확대보기
▲장현수국립무용단훈련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국립무용단 훈련장

-2010 제18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화부장관표창

-올해의 연기상 수상

■ 장현수 주요 출연작 및 안무작


- 주요 안무작: 『검은 꽃』, 현대 춤 작가 12인전 『피노키오에게...』, 『암향』, 『아야의 향』, 『바람꽃』 등

- 주요 출연작: 『이차돈의 하늘』, 『신라의 빛』, 『춤, 춘향』, 『Soul 해바라기』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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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2000 나흘간의 춤 이야기 ‘사인사색’ 출연

2000 『신라의 빛』 출연

2001 『춘당춘색 고금동』 출연

2002 『춤 춘향』 출연

2003 『바다』 출연

2003 『비어있는 들』 출연

2003 ‘우리시대의 무용가’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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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2002년 8월- 대화가 있는 무대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아야의 향』안무 및 출연

2003년 9월 우리시대의 무용가2003 –홀로걷는 춤 『암향』안무 및 출연

2003년 12월 국립무용단 기획공연 –동동2030 『바람꽃』안무

2004년 11월 리을무용단 정기공연 - 타고남은재 2 『법』 출연

2005년 3월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미얄...』 미얄 역 출연

2006년 3월 오늘의 무용가 초대전 - 『철근 꽃』 안무 및 출연

2006년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Soul,해바라기』 조안무 및 주역

2007년 춘천 페스티벌 -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안무 및 출연

2007년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 『춤춘향』 춘향 역 출연

2008년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 선정 - 장현수의 『검은꽃』

2008년 현대춤 작가12인전 -『피노키오에게....』안무 및 출연

2008년 아트프런티어 페스티벌공연 안무 및 출연

2009년 제92회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춤극『가야』조안무 및 출연

2010년 1월 국수호의 춤극 『명성황후』민비 역 출연

2010년 2월『검은 꽃』 안무 및 출연

2010년 2월 국가브랜드 『춤춘향』 -캐나다 ‘밴쿠버’, 뉴욕 ‘링컨센터’, 춘향 역 출연

2012 『도미부인』 조안무

2013 『신들의 만찬』 출연

2013 『그대, 논개여』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