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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물들은 왜 다보스포럼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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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물들은 왜 다보스포럼을 찾을까?

지구촌 이슈 논의‧네트워크 형성‧아이디어 구하기 위해 몰려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세계경제포럼(WEF) 제44차 연차 총회(일명 다보스 포럼)에 참석, 코리아세일즈에 들어갔다. 다보스포럼은 지구촌의 가장 뜨거운 이슈들이 논의되고 해결책을 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가장 강력한 발언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곳이다.

국가수반은 물론 재계와 학계, 문화계 최고의 거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곳, 다보스포럼을 집중 해부한 책이 나왔다. 다보스포럼에 교수요원으로 지난 6년간 초빙되고 이 포럼의 한국미래어젠다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국회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공동으로 펴낸 '다보스 이야기'는 다보스 포럼을 안과 밖에서 조명한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우선 스위스 제네바의 조그마한 휴양지 다보스는 매년 1월이면 2500여 명의 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수십 만 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들이거나 1년 이상을 기다려도 만날 수 있을까 말까한 세계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빌 게이츠, 조지프 스티글리츠, 제프리 삭스 등 국제기구의 수장, 국가수반에서부터 세계적인 기업의 CEO, 노벨상 수상학자들이 다수 포함된, 정치‧경제‧사회‧문화계를 쥐락펴락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제44차WEF(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일명'다보스포럼'참석을위해다보스에도착한박근혜대통령이21일저녁(현지시각)벨베데레호텔에서열린'2014한국의밤(KoreaNight)'행사에참석,내빈들과박수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제44차WEF(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일명'다보스포럼'참석을위해다보스에도착한박근혜대통령이21일저녁(현지시각)벨베데레호텔에서열린'2014한국의밤(KoreaNight)'행사에참석,내빈들과박수치고있다.
일명 다보스 포럼으로 더 유명한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발전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거물들이 왜 불편한 교통편과 숙박 시설을 마다하지 않고 심지어 거금의 회원비까지 부담하며 다보스를 찾을까?
저자들은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우리로서는 포럼이 이제 더 이상 무관심해도 좋은 대상이 아니다"면서 "한국의 국익과 한국인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해야 할 ‘국제무대 중의 국제무대’다"고 말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다보스포럼의 주최 측이었던 이재영 의원이 회고하는 ‘안에서 본 다보스포럼’이다. 유럽 경영인들이 경영기법을 논하던 심포지엄에서부터 시작된 포럼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와 욤 키푸르 전쟁 등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경제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빙하기 시작하며 다루는 주제를 넓히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일익을 담당한 역사를 훑고, 1년 내내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며 크고 작은 회의로 운영되는 포럼의 진행 방식과 완벽한 진행을 위한 최고의 조직 체계를 설명한다.

또한 기업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공급자‧협력업체‧국가‧사회 등의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WEF 회장 클라우스 슈밥의 일명 ‘다중이해관계자 이론(Multistakeholder Theory)’이 바탕이 된 지식 기반의 플랫폼으로 세계의 문제를 논의하여 조직 구성과 토론 방식, 지식 창출과 실질적인 영향력을 도출하는데 혁신을 이룬 것을 포럼의 성공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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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지난 5년간 패널로 참석해온 문정인 교수가 쓴 ‘밖에서 본 다보스포럼’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포럼 참관기를 한데 모은 글들로 당시 세계를 뒤흔들었던 주요 이슈가 다보스포럼이라는 장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논의됐는지,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어젠다는 무엇이 있었는지, 국제정세와 나라들 사이의 세력 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존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철학에 위기가 오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던 시기라 최근 급변한 세계정세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글이다. 시장과 이윤을 우선시하고 복지 등을 하위에 두는 자본주의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과정과 세계경제의 새로운 기준을 의미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는 패러다임 등장, 그에 따라 중국을 필두로 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부상으로 서구에서 BRICs와 아시아로 세력이 전이되고 있는 국제 정세의 흐름, 그리고 시장과 국가, 국제 공조로도 경제 위기를 막지 못해 포럼의 분위기마저 침체됐던 시기를 거쳐 2013년 미국, 유럽의 경기 회복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을 근거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모습 등이 그려진다. 최근 국제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축약하며 통찰한 장이라 할 수 있다.

3부는 두 저자의 대담을 담은 것으로 다보스포럼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한 장이다. 날카롭고도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통해 1, 2부에서 못 다한 핵심적인 메시지들을 갈무리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의 네트워킹, 1년 내내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검증에 검증을 거쳐 나온 정치‧환경‧사회를 망라한 의제들, 유엔이나 G20과 같은 국제회의에서도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기 쉬운 공공의 문제를 다차원적이고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 그리고 패널과 관객이 모두 전문가들이자 정책 입안자와 행정 실무자들이기에 그 논의 속에서 나온 올해의 전망과 처방에 대한 의견은 세계를 뒤흔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 등이 거물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동기임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다보스는 명사들의 네트워킹 형성과 다음 한 해의 세계를 보는 전망의 공유, 창의적인 시각과 이를 실행하는 능력 같은 여러 요소들 사이에서 민감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에 오늘날의 위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