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천(天)·숨결: 기선제압, '오방의 북소리'는 삼단으로 짜여 진 대형 북들의 울림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오방색이 주조가 된 의상과 리듬에 맞춘 무용단의 현란한 몸놀림이 훈련의 강도를 가늠하게 한다. 소리로 연결된 고무(鼓舞)는 선도된 사물의 흥에 탄력을 받은 듯 거침없는 질주 본능을 보이며 하늘에 울림을 상제한다. '동서남북 사방의 기운이 중앙으로 모아지면서 하늘이 열리고 인간과 만물이 하나 되니 희망찬 미래의 도약을 꿈꾸는 웅장하고 힘 있는 몸짓의 소리사위가 넓게 펼쳐진다.' 고무는 이동하면서도 연주의 너울 여운을 남긴다.
화답이라도 하듯 여성들의 '장고놀이'는 9인무는 연두색 저고리와 진홍의 치마를 두르고 장고를 메고 등장한다. 장고로 보여줄 수 있는 소리와 춤을 자신감을 갖고 초록소리를 쏟아낸다.
2장 '자연(自然)·숨결': 무위자연, 사랑을 불러오다. 깊은 밤, 산허리에 앉은 한량, 시원하게 대금으로 자신의 심사를 연주해내면, 푸른 하늘에 밝은 달이 애처롭다. '학과 한량의 몸짓', '대금연주에 따라 학과 선비가 대화를 하듯이 춤이 시작된다. 또 다른 세계의 태동을 알리는 상징적인 무대로 가득하다.' 푸른 도포에 갓을 쓴 한량, 학의 형상을 한 선비와 춤을 춘다. 학춤의 그윽한 품위와 깊이감을 유지케 해주는 조명, 단출하지만 한량은 부채 하나로도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듯하다.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 대목, 단아한 소중함의 가치를 소지한다.
'부채춤'은 한량무의 부채를 연상시키고 이음새를 연결한다. 다섯 명 네 그룹의 부채춤꾼들의 연기와 솔로가 선도하는 춤은 부채에 그려진 목단의 기품에 화사함을 선보인다. 가변의 부채는 전통의 향기를 흩뿌리며 떨림과 진법의 다양한 묘(妙)를 선사한다. '우리나라 무용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창작무용으로 화려한 부채를 들고 산과 꽃, 파도, 나비 등 지구상의 여러 가지 자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춤이다.' 부채들이 전체 연결되는 부분에서 부채춤은 화려함의 절정을 이룬다. 그 뜨거운 열정의 힘으로 사랑은 피어난다.
'사랑가'는 두엣 춤의 환상적 호흡과 연기를 보여준다. 솔로에서 연결된 듀엣은 '달빛아래 춤'의 환상을 자아내며 행복에 겨운 커플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녹음으로 이어진 소리는 빈틈없는 춤과의 완벽한 조율을 보여준다. '한국 전통음악 중 판소리 춘향가의 주인공인 이도령과 성춘향의 사랑을 그린 대목으로 무용화한 작품으로 남녀 간의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춤이다.' 발레와 오페라, 우리춤과의 비교를 가능케 하는 레퍼토리다. 우리 춤의 끈적끈적한 사랑 분위기가 묻어나도록 연출된 '사랑가'는 우리 민족 정서의 우수를 과시한다.
'사랑가'의 질퍽한 분위기는 '교방입춤'의 교태와 기술로 절정으로 몰아간다.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과 여러 형태의 발 디딤새가 섬세하고 우아한 춤이다. 또한 절도 있는 손놀림은 미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대중적 우리 전통 춤 중에서 교태미의 최상은 '교방입춤'이다. 배경 막에 비친 대나무 숲, 교방 연인들의 원색 치마, 저고리가 시선을 휘어 감고, 여인들은 춘흥(春興)에 겨운 시적 서정을 표현한다. 그 틈새에 사내가 날아들고, 피리 소리 떠돌고 먼 그 시절의 드라마가 쓰여 진다. 꽃들의 하루는 바람에 흩어지고 선비의 독무는 밤을 불러온다.
휘영청 둥근 달에 '강강수월래'가 시작된다. 청, 적 치마의 구분으로 나뉜 두 단(團)은 소리, 사위의 조화로 손, 발의 움직임과 능수능란한 진법으로 군무의 일체감과 미학의 상위를 넘나든다. 특히 인간 다리를 넘어가는 장면은 '순응의 미'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우리나라 춤 가운데 유일하게 손을 잡고 추는 춤으로 원무(圓舞)를 기본으로 하고, 중간에 여러 놀이가 삽입된다. 왼손을 앞으로 하고 오른손을 뒤로 돌린 자세에서 왼손으로 앞사람의 오른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뒷사람의 왼손을 잡아 원형을 만든다. 잡을 때는 손가락을 오므려서 상대방의 손가락과 얽어 쥐게 된다.' 협동의 미덕과 익살스런 연희성이 돋보인다.
3장 '地·숨결' :타오르는 열정, 만방에 떨치다. '두드락 드림'은 타악의 묘미로 수미쌍관의 묘를 보여준다. 두드림에서 시작하여, 두드림으로 연결시키는 구성이 예사롭지 않다. 솔로 드럼과 타악 오인은 현대리듬으로 전통에 빠진 관객들을 현대로 이끌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우리의 전통장단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웅장하고 빠른 리듬과 장단으로 미래지향적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땅의 기운을 깨운다.' 심장을 두드리는 울림, 영혼을 잠식한다. 이동으로 개인의 묘기를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 어울림으로 흥을 배가시킨다.
'동방의 빛·한국의 소리', 태고를 불러오다. 성(城) 위의 대북, 함성과 함께 북들의 연기가 펼쳐진다. 북의 이동, 조율, 기합으로 세기(細技)에 이르는 장기를 쏟아 붇는 힘은 연습에 기인하리라. '자연의 소리, 바람, 구름,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기운이 땅과 혼과 기를 부르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하늘과 땅과 그리고 사람과의 어울림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소리의 화합으로 표현한다. 의정부시립무용단의 다양한 북소리, 장고소리와 두드락의 빠른 장단이 어우러져 신명을 더하고 바라춤과 두드락과의 조화가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꿈꾸는 작품이다.' 매끄러운 연기와 작은 울림에서 큰 울림으로 연결되는 타악은 작은 숨결을 일깨운다.
각 북들이 모여 '회룡의 비상'을 알린다. 북들의 합주, 스틱들이 전진을 가리키고,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청마의 질주를 암시하고, 열정으로 가득한 붉은 빛 열정, 정열의 부채, 붉은 꽃잎 흔들리며 '소리사위'의 장을 닫는다. '전진하는 우리의 밝고 힘찬 기운이 온 세상에 울리고 이로써 하나 되니 희망찬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힘은 숨결처럼 뻗어나가 비상을 꿈꾸며 희망으로 탄생한다.' 변방에서 울리는 북소리, 희망을 엮어내다.
이미숙이 이끄는 의정부시립무용단은 변방의 무용단임에도 자신감으로 뭉쳐진 무용단이다. 『귀천』에서 보여준 빼어난 창의성은 정기공연에서도 그대로 연결된다. 넉넉지 않은 재정에도 최상위 기량을 보여주는 각고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회룡의 비상'은 무용단의 발전과 비례한다. 의정부의 힘을 보여준 의정부시립무용단의 잘 짜인 레퍼토리, 안무와 연출, 연기력, 조화, 어울림의 소리사위, 춤사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