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의 거장 김백봉‧김말애선생에게 사사
인연의 소중함 중시하는 냉정과 열정의 춤꾼
"진지한 몰임‧염원의 결과는 창대하리라" 신조
고운 춤사위로 우리 춤을 빗고 짜내는 '직녀'
진실과 성심으로 부지런하게 춤 일상을 세심하게 채우는 김호은(金湖恩)은 1974년 1월 27일 2남3녀 중 막내로 서울 불광동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장평초등, 휘경여중, 휘경여고, 경희대 무용학과 수석졸업, 경희대 무용학과 석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 석사를 거쳐 동덕여대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년시절부터 가족들이 대화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그녀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온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유능한 사업가인 모친의 영향으로 나이 차이가 많은 형제들에게 자연스레 배우고 익힌 배려와 예의범절에 익숙하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 나의 주장을 펼쳐야 결실로 돌아온다’는 믿음의 현명함이 그녀를 숙성시키고 지혜로운 삶의 도구가 된다.
그녀는 댄스스포츠 국제 심판을 하는 언니에게서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자신의 춤 소질을 발견하고 무용과에 진학, 김백봉과 김말애 교수를 만나면서 새로운 무용세계를 접하게 된다. 그녀는 김백봉, 김말애, 안병주, 박병천에게서 화관무, 부채춤, 장고춤(김백봉류), 옥적의 곡(최승희류), 한국의 인상, 장고춤, 살풀이(김말애류), 만종(조택원류), 박병천의 진도북춤을 사사받는다.
신무용을 잇는 제3세대 무용가, 열두 살에 무용을 시작하여 무용을 통해 꿈과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김호은은 김말애가 이끌어 활발한 활동을 한 경희대 춤타래 무용단 단원으로서 수많은 국내외 무용공연에 참여했다. 신무용의 산실에서 신무용의 대표 작품 ‘화관무’, ‘부채춤’, 최승희의 춤인 ‘옥적의 곡’ 등을 스승 김백봉과 김말애에게서 사사 받아 2002년 첫 번째 개인발표회를 갖게 된다. 또한 김백봉 무용단 활동시 대구무용제(2004년)에 주역으로 출연하며 많은 기량을 쌓게 된다.
김호은은 전통무용과 민속무용을 배우고 익혀 많은 한국창작무용을 안무하였다. 다양한 공연을 통해 무용예술이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무용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 예술경영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무용의 대중화와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적극적 자세였다.
김호은은 경영대학원의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무용학과 후배들에게 무용공연의 체계적 방법과 중요성을 전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후 무용학 박사과정이 신설된 동덕여대에서 2007년 그간의 체육학에서 박사가 아닌 무용학 박사학위 취득의 영광을 얻게 된다. 1999년부터 대학 강의, 2000년부터 계원예고 강사, 2006년 계원예고 한국무용 전임교사로 부임, 지금까지 국내외 무용콩쿠르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입상시키며 대학 진학률 100%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경희대 무용과 재학 시, 1997학년도 무용과 입시 따라하기 시범자에 발탁되어 무용과 지망생들이 그녀의 무용동작 비디오를 보고 시험을 보게 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정확한 동작의 시범을 위해서는 많은 연습의 시간이 절실함을 인지하게 된다. 이후 많은 공연을 통해 무용예술은 아름다운 몸 언어임을 깨닫는다. 그녀는 ‘아웃라이어’의 10만 시간의 법칙을 제자들에게 심어주는 무용교육자로서의 삶은 매우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녀의 대표안무작은 다음과 같다.
1. 『천만년의 빛 숭례문』(2009년 헝가리, 체코 국립극장 공연): 숭례문 화재 사건에 착안, 영원한 숭례문의 부활을 꿈꾸는 안무작이다. 무용수들이 숭례문의 형상을 만들어 불길한 예감을 예고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아름다운 역사속의 숭례문 풍경과 영상으로 작품의 이해를 도왔으며 숭례문의 단청과 와당을 소품으로 활용하였다. 동유럽 이민 2세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2.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2010년 벽강예술관 대극장): 중국 속담에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란 말이 있다. ‘꽃은 열흘을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백일을 한 결 같이 좋을 순 없다’라는 말로 세상살이가 변화무쌍하여 영원한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탄생과 죽음을 땅에 선 나무의 모습으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람으로, 생명력을 가진 나비와 꽃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단순히 인생의 덧없음을 탓하지 말고, 오늘 하루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정진 노력하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3. 『푸르른 기억, 쪽빛에 닿으니』(2010년 벽강예술관 대극장): ‘새로운 길 떠남은 또 다른 만남의 기약이니/길고 잔인한 혹한도 두렵지 않네/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 없어도/우리의 몸짓 쉼 없는 깃발처럼 나부끼리니….’라는 의미가 주류를 이루는 이 작품은 계원예술고의 개교 30주년 축하 안무작품으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주제를 담고 있다.
4. 『동백꽃이 필때에는….』(2011년 벽강예술관대극장): ‘동백꽃이 필 때에는 거센 눈보라도 멈추리라/그렇게 다시 봄은 오리라’를 기초로 김호은의 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녀의 안무작들 대부분은 서정과 서사의 거리가 멀지 않다. 동백꽃의 의미를 부각시킨 이 작품은 춤의 세기와 군무의 역동성 분출이 장관을 이룬다.
5. 『옥호루 그날의 이야기』(2012년 미국 3‧1절 기념 초청공연작품, 뉴저지 버겐펙 극장, 2012년 3월 1일 퀸즈커뮤니티 극장): 명성황후의 이야기로 옥호루의 마지막 밤을 묘사하며 어둠속에서 피어나는 민족의 혼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국으로부터 3‧1절 기념공연으로 초청받아 많은 질곡의 역사를 세심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6. 『아리랑, 그 희망의 어울림!』(2013년 포은아트홀대극장):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을 기념하여 만든 작품이다. 정선아리랑만을 등재에 여러 번 올리려다가 실패하고 한국 전체의 아리랑을 올려 등재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김호은이 착안한 아리랑, ‘화합의 어울림’이란 주제로 춤으로 풀어 안무한 작품이다.
7. 『상사별곡』(서재원, 제42회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 창작부문 은상 수상작): 그리운 님의 이별 노래를 한국춤으로 해석하여 안무하였다. 제목에 나타난 주제를 고결한 춤사위로 세련된 연기로 감동을 준 작품이다.
8. 『장한애가』(추서현, 제43회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 창작부문 금상 수상작): 양귀비와 현종의 비극적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한 여인의 죽음 직전의 마음을 안무한 작품이다. 춤사위의 깨끗함이 돋보이며 주제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9. 『사막의 꽃』(이민우, 제10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창작무용부문 1등 수상작): 제10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전통부문에서도 1등을 수상하여 계원예고의 기량을 과시함): 사막의 강렬한 태양아래 작은 꽃의 생명력을 안무한 작품이다. 키가 작은 남학생을 사막의 꽃으로 비유한 작품으로 외국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10. ‘카시아무용단과 함께하는 천원의 행복한 무용여행’(포은아트홀 대극장): 카시아무용단 전 장르의 무용작품을 펼치는 정식 창단공연으로, 그 동안 꾸준히 활동하였던 장르별 공연을 총망라 하여 경기도 시민과 함께하는 ‘천원의 행복한 무용여행’이란 타이틀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였다. 공연의 수익금과 사랑의 쌀 화환은 양평군 개군면에 위치한 정신지체 장애인 요양시설인 ‘토기장이’에 기부하였다.
김호은의 대표출연작은 2002년 5월 개인발표회 제1회 김호은의 춤- “자운영 춤길의 첫 단장” (국립국악원 우면당),2004년 4월 개인발표회 제4회 김호은의 춤-“4월 청아한 춤길의 단장” 안무(바탕골예술관), 2005년 4월 개인발표회 제5회 김호은의 춤 안무, 출연(남산 팔각정), 2005년 10월 청계천복원기념 새물맞이 행사 김호은의 풍경이 있는 춤 안무(세종문화회관 분수대), 2005년 10월 평안남도 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대향연 안무(국립극장 달오름 극장),2007년 9월 개인발표회 제10회 김호은의 춤- 腺․扇․旋등을 공연 (국립국악원 예악당),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오두산 통일전망대, 운현궁 등 대중에게 한국춤을 알리는 재능기부의 “김호은의 춤”공연을 하였고, 2008년부터 젊은 세대를 대표로 하는 초청공연 다수와 2013년 7월 김호은카시아무용단과 함께하는 신무용여행(두리춤터)에 걸쳐있다. 금년 8월에는 성암아트홀 기획공연 ‘카시아무용단과 함께하는 전통춤의 향연’이 예정되어 있다.
김호은은 경희대 우등상 수상 수석졸업의 실력으로 다수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2006년 2월 중국심양 ‘한국주간’ 기념행사 초청공연 등 다수의 해외공연을 치러내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교육자로서 ‘춤이란, 스승과 제자 사이를 생명나무처럼 이어가는 넓은 예술의 공간, 그 존재성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예술’임을 실감하고 있다.
김호은은 춤을 통해 예의를 배웠고, 춤을 통해 몸의 언어를 익혔다며 자부한다. 그녀의 학생들이 춤을 통해 소통하며, 춤을 통해 정신을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덕목과 바른 마음자세를 이어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녀는 춤꾼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도(道)와 예(禮)를 중시하며 춤의 정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참된 스승의 모습으로 갖추어 나가길 희망한다.
김호은, 달빛으로 도자를 빗는 마음으로 고운 춤결로 우리 춤을 빗고 짜내는 직녀다. 간월(看月)의 부드러운 촉수는 그리움을 향하고 있고, 곧은 심성은 곧은 춤을 만들어 낸다. 리듬감을 탈취한 춤들은 빛의 흐름에 관계없이 홍옥으로 찬연히 빛난다. 그녀의 춤들은 슬픔을 씻어내고 늘 우리 춤의 빛나는 광휘(光輝)로 다가온다. 그녀의 춤, 신무용의 새로운 문화원형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김호은(한국무용가, 계원예고 한국무용전공 교사)
김호은카시아무용단 예술감독
무용학 박사(PH.D)
문화예술경영학석사(MBA)
무용학 석사(BA)
계원예술고등학교 한국무용전공 교사
(사) 우리춤협회이사
(사) 무용문화포럼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