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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쫓아하면 50점은 되겠지…친구따라 강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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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쫓아하면 50점은 되겠지…친구따라 강남 간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36회)]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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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분명한 상황서도 자기 속마음과 다른 결정


남에게 인정받고 배척당하지 않으려는 심리작동


집단원 만장일치 결정할 때 동조압력 제일 커져


우리처럼 '관계중심' 문화에선 동조율 더 높아져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어느 단체나 조직에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잘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사람이라고 다소 경멸조로 놀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확고히 가지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라고 훈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개인의 성격으로 돌리기보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을 ‘동조(同調)’라고 부른다. 이 현상의 핵심적인 부분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따라한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동조 현상은 유행(流行)이다.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등이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이 유행인데, 이렇게 하라고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 행동 등을 따라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동조를 할까?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대답은 “필요한 정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나 지식이 없으면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대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은 숲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버섯들 중에서 어느 것이 독버섯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먹는지를 눈여겨보고, 먹으면 따라 먹고 먹지 않으면 안 먹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처음 가보는 뷔페식당에서 어리둥절해서 우왕좌왕 하기보다는 익숙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따라서 하면 큰 실수를 면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동조는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치러지는모든선거는거의100%의찬성률을보이고있다.북한이지난3월9일김정은체제이후처음으로치르는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를앞두고경기파주오두산전망대에서바라본북한황해북도개풍군일대마을이한산한모습을보이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북한에서치러지는모든선거는거의100%의찬성률을보이고있다.북한이지난3월9일김정은체제이후처음으로치르는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를앞두고경기파주오두산전망대에서바라본북한황해북도개풍군일대마을이한산한모습을보이고있다.
그렇다면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있을 때는 동조를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동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철수는 이번 여름에 친한 친구 몇 명과 휴가를 함께 가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산으로 캠핑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갈 친구들과 휴가 장소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이 다 바다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마지막으로 철수에게 “어디로 가고 싶으냐?” 물었을 때 자신도 바다로 가고 싶다고 속마음과는 다르게 대답했다. 우리는 보통 살면서 이런 종류의 동조를 많이 한다.

사회심리학자 애쉬(Asch)가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조실험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는 5명의 대학생들을 탁자에 둘러앉게 하였다. 그리고 너무나 쉬운 문제를 내고 돌아가면서 크게 정답을 대도록 하였다. 너무 쉬운 문제였기 때문에 두 번을 반복해서 하는 동안 모든 학생들이 다 정답을 크게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세 번째에는 같은 종류의 쉬운 문제인데 처음 대답하는 학생이 틀린 답을 크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학생도 틀린 답을 크게 말하도록 했다. (물론 이 네 명의 대학생들은 실험하기 전에 틀린 답을 하도록 지시를 받은 학생들이다) 이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분명 정답을 알고 있는 다섯 번째 학생의 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과연 정답을 이야기할지 여부가 이 실험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학생들은 약 35%가 틀린 답을 말했다. 즉 동조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론 동조를 안 한 학생도 있고, 처음부터 동조를 한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이런 테스트를 세 번 되풀이하는 동안 평균 한 번씩은 동조를 하였다. 실험이 끝난 후 동조를 한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답을 물어보면 다 정답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정답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왜 동조를 할까?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같은 집단원으로 수용받기 원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좋아하고 같은 편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다른 편으로 간주하고 배척한다. 이런 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개진해서 배척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비록 정답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동조를 하여 오답을 한다. 즉 정답과 집단의 인정과 수용과 맞바꾸는 것이다. 또한 실생활에서는 상사나 동료에게 동조를 안 했을 경우, 승진이 안 된다든지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실제적인 처벌이 따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애쉬의 실험의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이 실험이 끝난 후에도 서로 만날 필요가 없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참가자들은 비록 동조를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를 받거나 심리적인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동조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처벌과는 무관한 상황에서도 동조를 한다면, 만약 동조를 안 했을 경우 실질적인 제재나 처벌이 주어지거나 심한 비난과 따돌림을 받은 상황에서는 동조의 압력이 훨씬 커진다는 점이다.

동조현상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점은 ‘만장일치(滿場一致)효과’다. 애쉬의 실험에서 보듯이 자신보다 앞서 모든 집단원이 만장일치로 한 가지 답을 내놓은 경우 동조 압력이 제일 커진다. 하지만, 만약 집단원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다수와 다른 답을 내놓는 경우 동조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른 답을 내놓는 경우 동조율은 평상시보다 1/4로 떨어진다. 즉, 만장일치가 깨질 경우 동조 압력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여기서 흥미 있는 점은 그 이탈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어린이가 다른 답을 내놓은 경우에도 동조율은 떨어진다.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안데르센의 ‘임금님은 벌거숭이’라는 동화가 이 점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진실을 말한 뒤에야 어른들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친구들과휴가장소를의논하는과정에서다른친구들이다산으로가는것이좋겠다는의견을개진하면자신은바다로가고싶은속마음과는다르게동조하는현상을보인다.이미지 확대보기
▲친구들과휴가장소를의논하는과정에서다른친구들이다산으로가는것이좋겠다는의견을개진하면자신은바다로가고싶은속마음과는다르게동조하는현상을보인다.
독재국가에서 왜 지극히 소수의 반대 목소리를 그토록 잔인하게 말살하려는지 그 이유도 바로 이 ‘만장일치효과’의 취약성 때문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독재자에게 반대하는 것을 묵과할 경우 국민들의 독재자에 대한 동조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독재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62년 북한에서 치러진 의원선거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100% 투표율에 100% 찬성률을 보였다. 지금도 북한에서 치러지는 모든 선거에서 거의 100%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발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예는 독재국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002년 사담 후세인의 독재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100%의 찬성이 있었다고 선전하였다.

우리나라처럼 ‘관계중심의 문화’에서 더욱 동조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에서보다 더 강하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각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발달시키고 자유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문화에서 애쉬의 실험에서 보듯이 제일 주체적인 대학생마저도 35%가 동조를 한다면 우리 문화에서는 더 많은 동조를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6월 4일 우리는 지방선거를 치른다. 각종 선거 때마다 지역에 따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정해져 있고, 그 정당의 후보는 월등히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되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이는 인물을 보기보다는 속해 있는 정당을 보며 투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경향의 배후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인정을 받으려는 동조의 심리가 깔려있지나 않은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인정(人情)에 끌리거나 다른 사람의 인정(認定)을 받기 위해 동조하는 것보다 정말 국가와 지역을 위해 ‘선공사후(先公私後)’의 정신을 가진 정치가와 행정가를 뽑을 때 꽃피게 될 것이다.

▲한성열고려대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