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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일상화' 시대…절실한 '상담의 생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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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일상화' 시대…절실한 '상담의 생활화'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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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과 사고들


세월호로 자식잃은 부모들 두고두고 '마음의 고통'


'화' 풀고 마음 복원력 회복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

"'예방이 우선' 학교교과에 상담과목 반드시 포함해야"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을 당한 1995년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 그리고 151명의 부상자를 낸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5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사망한 2013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그리고 금년에는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9명과 직원 1명이 사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필두로 현재 사망자 275명과 실종자 29명을 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비탄에 빠트린 세월호 전복사고 등 대형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뉴스를 보기 겁이 날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경기안산지역고교생1000여명과시민들이지난9일안산문화광장에서세월호희생자들을추모하는촛불문화제를열어노란리본모양의카드섹션을만들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안산지역고교생1000여명과시민들이지난9일안산문화광장에서세월호희생자들을추모하는촛불문화제를열어노란리본모양의카드섹션을만들고있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재난도 많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병마에 시달리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을 교통사고나 화재로 잃거나 여름철 피서지에서의 익사 사고로 잃는 등 수많은 사건과 사고에 접하게 된다. 심지어는 안전한 인도(人道)로 걸어가다가 광고판이 머리 위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재난 외에도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든지, 예상하지 못했던 이혼을 당한다든지, 증권 등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등 예상하지 못한 불행을 당하기도 한다. 대형 사건 사고이든, 개인적인 사건 사고이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그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재난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예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재난을 당했을 때 이에 현명하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요령을 평상시에도 익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각급의 학교에서나 언론매체들도 효과적으로 몸에 닥치는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훈련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심페소생술(心肺蘇生術)을 배운다. 길을 가다가 앞서가는 사람이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쓰러진다면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페소생술을 시작하여야 심장이 멎은 환자가 정상 상태로 소생할 수 있다. 또는 심장마비처럼 격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이 당하는 크고 작은 화상을 몇 번은 경험하게 된다. 이 때 5분정도 흐르는 찬물에 상처를 식히는 화상에 대처하는 응급처치 요령을 익히고 있으면 더 큰 고통을 경험하지 않으며 큰 흉터를 남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대처 방안을 미리 익혀야 하는 영역은 심장마비나 화상처럼 몸의 재난만이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듯이 졸지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몸이 아프기보다는 마음에 큰 재난을 당했다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마음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분노와 비탄과 절망감, 그리고 죄책감 등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결코 몸이 아파서 겪는 고통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어제까지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를 잃은 생존자들도 종류는 조금 다를 지라도 다들 마음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온국민이 마치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마음 아파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과 구조와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한동안 각종 마음의 고통으로 괴로워할 것이고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식의 시신을 확인할 때마다 절규하며 혼절하는 부모를 옆에서 계속 지켜보아야 하는 젊은 경찰들도 유가족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그러나 한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릴 것이다.

▲지난4월13일서울강남구코엑스에서열린2014정신건강박람회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부스에서관람객들이한국연극치료협회관계자들과함께연극심리상담을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4월13일서울강남구코엑스에서열린2014정신건강박람회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부스에서관람객들이한국연극치료협회관계자들과함께연극심리상담을하고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실정은 겨우 몸의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도에 멈추고 있다. 학교나 사회단체에서도 심폐소생술을 알려주고 시범을 보이고 직접 실시하는 정도의 교육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 매체에서도 앞다투어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병들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건강식이나 치료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몸의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마음의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하고 계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모든 배는 파도와 풍랑을 만나고 흔들리면서 항해를 한다. 하지만 복원력(復原力)이 있다면 배는 잠시 기울기는 하지만 결국 다시 평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풍랑이 아니라 흔들림을 이기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복원력의 유무(有無)다.

종종 항해에 비유되는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90년 가까이 살아가는 동안 아무런 불행이나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삶은 고해(苦海)와 같다”는 말이 있겠는가. 따라서 가능하면 미리 불행과 고통을 예상하고 피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불행과 고통의 풍랑을 이기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복원력을 키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화(火)를 내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화를 참으라”고 조언한다. 이는 ‘화는 나쁜 것이다’는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치 “열(熱)”이 몸에 이상(異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귀중한 신호이듯이, 화는 우리 마음에 무엇인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똑같이 귀중한 신호다. 우리는 열이 나는 사람에게 “열나지 말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열은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해열제를 먹고 열을 내린 후에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가 나면 먼저 화를 가라앉히고 그 이유를 찾아 치유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화를 낼 때도, 화를 내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핀잔을 주기 전에, 먼저 화를 풀게하고 그 이유를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화는 ‘불’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마음에 불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녀가 말썽을 피우면 어머니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마음에 불이 생겼기 때문에 타들어가는 것이다. 예전에 부인들은 남편에게 “당신이 내 속을 썩이는 바람에 속을 뒤집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아마도 시커멓게 숯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종종 했다. 마음이 불에 다 타버려서 재가 되는 것이다.

마음의 재난은 결국 화, 분노, 절망, 죄책감 등 격렬한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따라서 마음 속에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 이를 잘 해결하는 방법을 평상시에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유사시에는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가라앉혀서 빨리 마음의 불을 끄고 마음이 화상(火傷)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의 재난에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상담(相談)”을 주고 받는 것이다. 상담은 문자 그대로 “서로 상대방(相)의 화(炎)를 대화(言)로 풀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온 국민이 상담자가 되어 서로서로 화를 풀어주는 사회, 마음이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몸이 병들었을 때는 의사나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이미 심하게 병들었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마음의 병 역시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화가 날 때마다 서로 상대방의 화를 풀어준다면 화를 쌓아두어서 생기는 ‘화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전 국민이 기초적인 상담의 원리와 기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에 수준에 맞는 ‘상담’ 과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상담의 생활화” 이것이 많은 사건 사고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받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하고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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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