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vs 목적: 믿음 動機따라 내?외재적 종교인 분류
편견: 외재적 종교인>비종교인>내재적 종교인 順 충격
단순히 종교를 가지는 것은 성숙한 삶과는 상관없어
믿는 이들 "난 왜 종교를 가졌나" 철저히 자문해봐야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종교와 성숙한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연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종교와 성숙한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가?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종교적인 생활을 하면 성숙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과연 경험적인 연구의 결과는 이 같은 가르침을 지지해주는가? 이런 질문들은 종교와 인간의 삶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종교심리학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하지만 쉽게 해답을 내릴 수 없는 당혹스러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삶에 대한 일관된 철학’을 갖도록 교육하고 동시에 그 철학의 내용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는 제도로 ‘종교(宗敎)’를 꼽았다. 그렇다면 종교인(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종교인(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는 이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종교의 유무와 편견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종교들의 가르침은 “사랑” “자비(慈悲)” “어질음(仁)” 등 그 용어는 다르지만 결론은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종교적 가르침을 배우고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종교인들이 비종교인보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더 사랑할 것이고, 당연히 편견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는 “종교인이 편견이 적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하였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종교인이 오히려 비종교인보다 흑인, 부랑자, 성매매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더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심한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 결과가 종교와 성숙한 삶과의 관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면 과연 종교를 가진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으며, 종교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과 화목한 관계를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데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이 당혹스러운 결과를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는 동기에 대해 연구하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행동의 이면에는 그 행동을 하게 만든 동기(動機)가 있다. 예를 들면,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으려는 노련한 수사관은 그 행동을 할 만한 동기가 제일 강한 사람부터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한다.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재적(內在的) 동기’다. 만약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보람 있고 의미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면 이를 내재적 동기라고 부른다. 한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라면 이 학생은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재적(外在的) 동기’다. 만약 어느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그 행동을 통해 외부에서 오는 보상(보상)을 얻으려하거나 혹은 외부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를 외재적 동기라고 한다. 한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보상)’이라든지 또는 ‘부모의 꾸지람(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종교적 행동의 이면에도 다른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그 행동을 하게끔 하는 동기가 있다. 올포트는 종교인을 대상으로 종교적 동기를 측정하여 ‘내재적 종교 동기를 가진 종교인(내재적 종교인)’과 ‘외재적 종교 동기를 가진 종교인(외재적 종교인)’을 구분하였다. 내재적 종교인은 종교를 “보람있고, 즐겁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 믿는다. 이런 사람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동기를 종교에서 찾으며,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를 내면화시키고, 그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올포트는 이런 사람들을 “종교를 사는 사람들(They live in religion)” 이라고 불렀다. 외재적 종교인은 종교를 “위안을 주니까, 친구를 사귈 수 있으니까, 중요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까” 믿는다. 즉 종교를 통한 보상의 획득과 처벌의 회피가 큰 이유가 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종교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포트는 이런 사람들을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들(They use religion)”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종교와 편견과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중요한 발견을 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내재적 종교인의 편견이 제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외재적 종교인의 편견이 제일 심하고 비종교인이 중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 성향과 성숙한 삶을 나타내는 다양한 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일관된 결론이 나왔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단지 종교를 가진다는 것이 성숙한 삶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동기에 의해 종교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느냐 하는 것이 성숙한 삶을 사는데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종교적 행위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또는 얼마나 오랫동안 종교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다는 어떤 종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올포트는 미국에서 연구했기 때문에 주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천주교인과 불교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일관되게 나왔다. 이는 어느 특정 종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종교 간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종교집단과 그 종교의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교리적인 차원에서 그 종교의 이단성(異端性)이나 그 종교지도자의 사이비성(似而非性)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종교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그 교리의 건정성과 그 종교 지도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그 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평소의 생활 모습 등을 자세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철저히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진실한 대답이 성숙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는 종교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종교를 이용하고 있는가?”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