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준 안무, 최영환 연출의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말들의 시간』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춤비평가] 아르코 소극장(6월15일 오후 3시,6시)에서 제4회 PADAF(Play and Dance Art Festival, 연극과 무용 예술제) 국내초청작으로 공연된 이해준(한양대 생활무용학과 교수) 안무의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은 시인 이건청의 시에 연유한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은 2009년 초연 이래, 2013년, 금년 ‘푸른 말의 해’에 무대와 구성인원을 달리하며 새 버전으로 다시 모습을 보였다.
트라우마(심리적 상흔)가 모티브가 된 이 작품은 우리사회에 팽배해진 계급, 자본에 투영된 지적· 사회적 박탈감, 얼룩처럼 빼 내어 소멸시켜야할 소외감, 자신을 잡초처럼 여기는 자기비하 등과 같은 엉클어진 모든 문제들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 내재한 폭력과 갈등으로 설정하고 춤을 전개시키고 있다. 안무가는 ‘춤의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트라우마』, 『의식』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현대인들의 고뇌와 심리를 다각도로 분석, 인간 본성의 순수함을 예증한다.

행위적 풍경은 소외효과를 사용하고, 경험이 많은 춤연기자들은 안무에 적절히 용해된다. 안무가의 반복적 해설과 현대 무용가들의 작업은 가설적 기억을 각인시킨다. 안무가는 주제성 있는 동작을 얻기 위해, 빠른 에너지 흐름과 정적 동작을 요구한다. 플래시의 감시선을 타고 자욱한 포그, 역광의 거북함으로 현대무용의 제의적 동작이 시작된다. 전체 속 독무, 치열함 삶 속에 희소(喜素)가 끼어든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우스꽝스런 군무가 들어 않는다.

안무가는 ‘현대춤의 현대성’으로 복잡한 인간 심리 구조의 상층부를 해부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춤의 답보를 털고, 아픈 기억을 씻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안무작을 통해 소통과 협업의 춤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입증시킨다. 이 작품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의 편견을 희생자에게 투영할 만큼 어리석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춤 작업은 독자적 춤기교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그 존재가치가 있다.

이해준, 강인한 투쟁력으로 현대무용의 변화무쌍한 춤 전투에서 살아남을 예술가이다. 그는 휘몰아치는 강풍 속에서도 평정심을 지키는 안무가로 의리의 소중함과 배려의 미덕을 존중한다. 위대한 철학자, 고수, 장인의 기질은 지극히 단순하다. 엄청난 분량의 연습으로 쉽게 보이는 집중과 고난이도의 기량을 보여준 다는 점이다. 공연시간 내에 시대를 향해 쏟아낼 수 있는 말,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은 우리를 깨우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