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 ‘시체’라는 언어의 불협(不協)이 만들어 내는 희극적 상상의 원천을 바탕으로 작품 『우아한 시체놀이』는 『블랙스완』이 『백조의 호수』의 고정 이미지를 전이(轉移)시킨 방식을 차용한다. 장(場) 사이의 화려한 시각적 비주얼은 제목 인식의 고정관념부터 허물어 버린다.
지식체의 일원임을 밝히고자하는 안무가의 갈망이 춤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형이상학적 회화와 정신분석학적 분석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성을 거부하고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표현을 강조하면서 우연성을 드러내는 그녀는 자신의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곽영은은 19세기말 파리의 ‘모르그’에서 모티브를 찾는다. 익명의 시신이 구경의 대상으로 변한 참혹한 비상식적 현실을 오늘의 우리사회와 자연스럽게 대비시키면서, 이와 유사한 일련의 현상들을 비논리적이고 낯설게 한 여러 이미지들로 착각하게 만든다.
초현실주의의 미니 안무가는 칙칙한 시체안치소의 분위기를 떠나 시적, 서정적 ‘춤 깔’로 무한 상상의 즐거움과 유쾌한 춤을 설계한다. 그 춤은 밝고 순수하다. 기존 질서에 깔려있는 비합리와 비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저항은 현상을 왜곡하고 희화시킨다.
곽영은의 상상력의 확장, 시체안치소라는 비현실적 상상의 공간에서의 유희는 이미 이성을 벗어나 있다. 순수에서 파생된 비구상은 돌파구를 찾아 도피하고 싶은 현존의 것들, 꿈과 상상으로 연결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장르 간의 유기적 결합이 시도된다.
『우아한 시체놀이』는 최대한 의식이 배제된 상태에서 흐르는 움직임의 형상화, '전치(轉置)'의 ‘해부대'(解剖臺)는 무의식의 세계를 들추어내며 열린 영역의 한 부분을 이룬다. 초창기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방법론과 그 오브제, 대상물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널 부러져있다.
19세기말, 군중들은 볼거리를 갈망했고, 시체 확인을 위해 공개된 시체안치소에 수만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신원확인이라는 인간의 일차적 의무는 젲혀두고, 품위를 중시한다는 인간들의 자극적인 구경거리로 변질되었다. 시체와 시체구경꾼 간의 관계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현대의 비정상 인간들도 갖은 매체와 방법으로 구경거리가 되는 모든 대상물들을 진열하고, 상품화시킨다. 잔인하고, 기괴할수록 마성(魔性)을 감춘 선량들의 먹이가 된다. 볼거리 제공자와 향유자가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잔혹한 유희를 즐기며 인간의 광기가 발동되고 있다.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가변력을 갖춘 춤 연기, 꿈과 현실의 구분하며 판타지를 창조하는 조명, 반전과 역발상을 창출하는 사운드와 영상, 이 모든 것을 이미지화 시키는데 성공하며,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주제에 밀착되는 안무의 이 작품은 음미할수록 감칠맛이 돈다.
곽영은은 『사막기행』 ,『북어』 ,『달팽이뿔』 같은 의식 있는 작품들로 안무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녀는 내면에 잠재해있는 분노를 자연스럽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지면서 자신을 숙성시켜야 한다. 거북한 제목으로 교훈적 창작 자세를 견지함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