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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관통하는 시선으로 방향 상실한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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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관통하는 시선으로 방향 상실한 나를 돌아보다

김주빈 안무의 『형체불명』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춤비평가] 김주빈, 탁월한 춤연기로 미완의 대기(大器)로 일찍 낙점되었던 그가 최근 두리춤터 포이어 무대의 크리에이티브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형체불명』은 춤과 카메라, 즉 세상을 꿰뚫어보는 또 다른 시선으로 자신의 짧은 일생을 ‘환영, 기억과 흔적을 담은 춤’으로 선보인 춤이다. 방향성 상실에 따른 자신의 고민은 관객들로부터 엄숙한 공감과 반향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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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안무의『형체불명』
조인호, 김주빈이 풀어가는 현대무용은 닐스 프람(Nils Frahm)의 여러 곡을 믹싱하여, 놀이같은 독특한 형식과 방법론을 구사한다. 복면을 쓴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무대에서 등장하며,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대는 행위는 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오만과 과오처럼 비쳐지던 반복적 행위는 그 원인에 귀기울이다보면 긍정적 수긍의 몸짓임이 밝혀진다.
자신의 춤 인생에 대한 부끄러움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 그러나 그의 행위는 모두 카메라에 담겨있음을 시인한다. 객석의 관객들(카메라에 담긴 피사체)에게 지속적으로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장면을 기록하며 사진을 출력한다. 낭랑한 목소리와 유려한 감정의 소유자로 기대를 받았던 그가 존재하지만 정체불명으로 인지되는 참혹한 현실이 번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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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안무의『형체불명』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행복한 기억, 슬픈 기억,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기억들,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대한 기억 등 다양한 기억들을 안고 산다. 그 기억에 대한 회상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무대의 전반부는 기본 조명을 깔고, 관객들과 분리되지 않고 오픈 형식으로 진행된다. 슬픔을 털고 자신을 드러내는 후반부조차 자신의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자신없어한다.
김주빈이 보는 춤은 그 자체가 실제이고 현실이지만, 춤이 끝나고 남는 이미지는 허구이고 가상일 수 있음을 그는 인식하고 있다. 재빨리 현실로 돌아가야 하지만, 현실의 무게는 녹녹치 않은 폐쇄회로처럼 닫혀있다. 음악도 없이 건조하게 진행되는 전반부의 행위는 마른 눈물의 흔적이다. 비극 내에서 그가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때 슬픔은 강도를 더한다.

안무가가 보는 세상은 프레임 안에 담기는 피사체처럼 스쳐가고, 끊임없이 다른 시선과 부닥치게 된다. 머물 수 없는 예술가들의 슬픈 사연이 밝혀진다. 남의 입을 빌어서 자신을 투영시키는 영상은 즉각 효력을 발생하고 동시에 진행된다. 보다 밀도 높은 형이상학적 테제로 카타르시스를 꾀했던 김주빈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빗겨나간 듯 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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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안무의『형체불명』
후반부에 김주빈은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흐린 조명 속에서 드러난 그는 소통을 원한다. 조인호와 하나가 된 김주빈, 그들은 극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띄운다. 섬세한 감성으로 접근한 이 작품은 보다 많은 춤 동작을 원하는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류의 많은 작품들은 사연을 쌓아놓고, 결론부에 한방씩을 터트린다. 결론, 그는 정체불명이 아니다.

삶은 계란, 더미, 더미 시리즈: , (Input, Output), 더미 시리즈: ()같은 안무작에서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었던 김주빈은 문명의 이기와의 싸움에서 바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더욱 버려야 할 때, 그는 깨달을 것이다. 그가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는 진정한 용기는 전위적 춤이 아니라 오직 춤의 기교가 빛나는 춤으로 정면 승부를 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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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안무의『형체불명』
안무가이자 춤꾼인 김주빈은 무용문화포럼이 선정한 안무가시리즈, 두리춤터 테마가 있는 한국춤 시리즈 제10테마 소극장춤으로 보는 한국춤의 흐름’, 임학선댄스위 창작무대 Creative Stage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춤들보다 진정성 있는 작품들로 춤의 상부에 착지, 기존 춤판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김주빈의 웃음이 있는 차기작을 기다려본다.

/장석용 춤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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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안무가
안무가 : 김주빈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임학선댄스위 정단원

수상경력


제 44회 동아무용콩쿨 한국무용 일반부 창작 금상.
제 50회 전국신인무용콩쿨 한국무용 일반부 창작 은상.
제 9회 서울국제무용콩쿨 Creative Ethnic Dance, Senior Male 3rd Prize.
제 42회 동아무용콩쿨 한국무용 일반부 창작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