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들이 무용수처럼 서있고, 바람에 흩날려 춤처럼 다가오던 강신초등, 황토 흙이 산을 이룬 마을 곁 신월중을 거쳐 기억에 남는 춤을 추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춤이라는 장신구로 치장한 현아는 오빠 김우중과 여덟 살 터울이다. 긴 기다림 끝에 예정일 보다 한 달 일찍 태어난 아이는 토파즈처럼 여러 빛깔로 변신, 모두의 사랑을 받는 건강한 아이로 성장한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부모들은 자식들의 어린 예술적 재능에 감탄하다가 이내 실망하고 만다. 믿음으로 지켜 보다 보면, 숨은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아이 중의 하나가 김현아 이다. 현아는 자신의 견고한 입지를 굳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울림을 주는 춤 연기는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무인(舞人)의 반열에 오르리라 믿는다.
간절한 기도와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 핀 여린 꽃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고, 자신감을 가진 조국에 빛을 보태는 『새장 속 인형』은 얽매인 삶에서 야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라는 스승의 염원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크릿』 은 여성만의 소박한 비밀을 희망의 근원으로 삼고자하는 심리를 ‘밀실 엿보기’같은 기대감으로 전개시킨 작품이다.
중학생이 된 2011년에 ‘내 마음의 크레파스’에 출연하였고, 『중독』으로 다수의 대학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2012년 공연한 『비상, FIy』는 역동적이며 그녀만의 개성을 보여준 춤이다. 서서히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면모를 보이게 된다. 중3이 되면서, 키가 13cm나 크면서 체중도 늘고 사춘기가 겹치면서 방황할 때 마다 스승의 지도와 격려는 보약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부조리의 일면,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준 병폐를 지적한 『중독』, 성장과 도약, 비상을 장맛비 같은 열정으로 풀어낸 『비상』은 끈질긴 연습의 결과물을 선사한 작품이다. 성장의 이면, 예술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버려야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일탈에 대한 욕구는 땀방울로 덮인 자신에게서 보통아이의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방황을 계기로 내적 성숙을 한 현아는 더욱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 중3인 2013년, ‘미래의 나’를 선서한 『꿈이란, Dream and dream』 작품은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고 각오를 다지게 된 작품이었다. 다수의 수상으로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과 오만이 최고치를 달했을 때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미진함을 깨닫고 지금까지 학습한 전 과정을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
동화적 낭만에서 출발한 춤은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의 기능을 한 스승의 조련을 통해, 꿈을 가진 청소년으로 거듭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너른 세상의 춤을 견문하고 직접 부닥치게 한 해외 춤 경연은 춤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의 법칙을 깨우친 스승의 방책 중 하나이다. 이 때 김현아가 터득한 것은 즐기면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현아가 2014년 4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1회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 발레 경연대회의 컨템포러리 주니어부문 금상을 수상하고, 7월 이태리 안토니오 피니 댄스 프로그램 장학생에 선정된 것은 해외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한 것이었다. 인문고생으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11회 서울국제무용대회 은상 수상은 주변을 경악케 하였다.
예고에 진학하지 않고, 춤을 병행하는 것은 혁명에 가까운 모험과 창의력, 진지함, 성실함을 배가시키는 노력을 수반한다. 자유와 사랑을 향해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넘치는 파워와 아름다워야 할 당위성을 입증하기위해 ‘지금’을 차압하고 정진하는 현대무용의 도시적 모습은 대견하다. 현아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은 작은 빙산에 불과하다.
현아가 국제적 스타로 탄생케 한 작품은 아프리카의 자연과 토속적 몸짓을 뮤지컬처럼 모던댄스로 표현한 『람베르나, Lamberna』(안무가: 장 필립 두리, Jean philippe dury), 남자같이 파워풀하고, 강렬한, 도약하는 한 마리 독수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몸짓을 동시에 보여준 『흔적, Trace』(안무가: 최효진)은 가변성의 춤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이다.
김현아의 유연함과 역동성의 시원(始源)은 스승 최효진에게 있다. 최효진은 늘 넘치는 파워와 학구적 자세로 현대무용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녀는 자신을 밀쳐두고 겸손함과 탐구심으로 세상을 살아 온 것이다. 제자 김현아에게서 스승의 흔적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인문고교생의 춤경연대회 에서의 은상은 예고생의 금상 수상보다 더욱 빛난다.
현아는 『흔적』으로 예선을 마치고 본선에서 17개국이 참가한 컨템포러리 주니어 29명, 시니어 44명중에서 주니어 부문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다. 『람베르나』는 현아 춤의 현대적 역동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귀국 후, 안무가 최효진과 수정 작업을 거친다. 이 작품은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은상이라는 짜릿한 결과를 낳게 된다.
방심은 금물이다. 단계를 올라가다 보면, 숨어있는 은둔의 내공정진의 고수들이 철학의 상층을 차지하고 미학적 테두리를 두르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몇몇 전투를 치렀을 뿐, 전장에는 나서지 않았고 전략도 더 치밀해야한다. 스승의 탐(探)과 피를 내 것으로 만들고 더욱 정진해야한다.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여름을 정복하고 미풍의 가운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김현아, 금년에도 세종대 무용콩쿨 고등부에서 대상을 수상한 야침 찬 도회의 현대무용 학도이자 청년예술가이다. 지기를 싫어하고, 활달하고, 명랑하며 친화력이 있는 성격이다. 늘 털털하고 수수하게 보이지만 전갈을 잡을 수 있는 비급(秘笈)을 연마한다. 꾸준히 기본기를 더 잘 다져 국내외적으로 더욱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이 시대에 이런 천재 춤꾼이 존재한다는 것은 조국의 문화자산이며, 우리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