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서를 소지하고 흥행성과 예술성 양방향의 전형을 추구하는 이 작품은 칠석이면 생각나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하늘과 땅’, 남·여로 설정하고, 진실한 사랑의 존재를 전개시킨다. 무용을 기본 틀로 잡고, 연극, 음악을 불러들여 장르 허물기, 콜라주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별무리의 축복을 염원하는 사랑은 ‘기다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연출한다.
기다림을 표현하는 남자무용수가 무대를 채우기 시작한다. 흐르는 눈물과 떨어지는 빗방울, 어디선가 나타난 남자는 흐느끼는 그에게 우산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메인 곡이 불러진다. ‘내사랑 어디에’는 이번 공연을 위하여 작사, 작곡된 음악이다. 반복적으로 사용된 이 곡은 관객들에게는 호기심, 무용수와 연기자들에게는 주제를 쌓아가는 효과를 부여한다.
해설을 대신하는 노래에 주제는 담겨져 있다. ‘내사랑아 어디 있는가/ 구름뒤에 숨어 있는가/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거리에 긴 한숨 애써 여미네/ 내사랑아 어디 있는가/햇살 속에 피어나는가/ 잡힐 듯 잡힐 수 없는 거리에 멀어져가는 내 사랑/ 그 사랑 찾아 오늘도 그 향기 찾아 내일도/ 꽃잎처럼 피어날 우리의 계절의/벅차오름이여 뜨겁게 안아줄 내 사랑이여’
현대무용의 다양한 갈래를 확인시키는 무대에서 남성 2인, 여성 2인의 무용수는 외침의 공허함 속에 파생된 침묵의 시대에서 나름대로 울타리를 만들어 생존하고 있음을 알린다. 그들은 내면에 존재했던 사랑과 기다림의 감각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 시작한 사랑, 외면당하며, 흔들리며 시간은 흘러간다. 그들은 사랑은 분명 ‘있음’를 확신한다.
박보경, 김준영, 박다은, 이정윤, 윤희섭이 사랑의 요소가 되어 명랑 희소(喜笑) 댄스극으로 만든 김지영 안무의 『은하수를 아시나요』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서는 춤이다. 김지영은 사람들의 우울을 벗겨내고 직설화법과 춤의 교훈적 기능을 사용한다. 소극장 무대에서 이 작품은 춤 예술의 품격을 최대한 고려하며 조심스런 장르 허물기를 시도한다. 부드러운 발레 리듬에서 빠른 물살과 같은 현대무용의 거칠음을 조율해내며 잘 견디어 내고 있다.
김지영, 발레블랑의 화사(華事)를 담당했던 발레리나, 그녀가 현대무용에 과감히 띄어들어 자신의 정체성에 손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무대화 해온 그녀의 또 다른 변신, 이 작품은 고독, 사랑, 희망에 걸친 조금씩 웃음을 불러오는 조미료가 첨가되어있다. 관객들의 피로를 빼기위한 대중모드는 ‘은하수’라는 희망과 꿈을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