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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군대는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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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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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군대는 마음에서 나온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47회)]

외부와 단절된 공동생활 자체가 '화'


수직?수평적 관계에서 편하게 대화


불편할 때는 병사들끼리 상담이 '약'


▲병영생활에서스트레스를예방하는노력과함께스트레스를감소시키는방안을동시에병행할필요가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병영생활에서스트레스를예방하는노력과함께스트레스를감소시키는방안을동시에병행할필요가있다.

현역 군인의 최고 계급인 대장부터 시작해서 일병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터져나오는 불미스런 군 관련 사건 사고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거의 모든 20대 남자가 한 번씩은 군복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군이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가 흔들리고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민·관·군의 전문가들이‘병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작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오랜 준비와 숙고(熟考)와 토의 끝에 만들어진 해결 방안이 아니라 단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졸속으로‘방안’이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될 우려도 있다.

낙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안락한 가정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에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요즘 병사들에게 과연 기대했던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요즘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자신만의 방에서 편안하게 생활해 왔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더군다나 24시간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친한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한 젊은이들이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요즘 젊은이들은 실수로 집에 휴대전화를 두고 온 날은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예방과 병행해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사실 삶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는 고통과 고난은 삶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 요소로 인정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에서도‘인생은 고해’라고 가르치고 기독교에서도‘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삶은 고통일수 밖에 없다고 가르친다.

넓은 의미에서 스트레스는 우리 말로‘화(火)’이다. 가정을 떠나 외부와 단절된 채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화’가 나는 일이다. 이 상황은 아무리 생활관의 시설이 최고급이고 동기들끼리 생활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생활환경을 마련해주려고 노력해도 군 생활은‘화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배의‘복원력’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리고 무리한 과적과 평형수의 부족 등이 세월호의 복원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무리한 변침을 이기지 못하고 침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가 항해를 할 때 항상 면경지수 위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세게 몰아치면 배는 좌우로 흔들린다. 하지만 복원력이 좋으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다.

우리 마음도 복원력이 좋으면 일시적으로 흔들린다고 해도 곧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마음의 복원력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화의 양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 즉, 마음속에 화가 많으면 복원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화가 적어지면 복원력은 강해진다. 마음의 복원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진다.

화는 제때 푸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화를 푸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생활에서 오는 화를 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상담(相談)”을 주고받는 것이다. 상담은 문자 그
대로“서로 상대방(相)의 화(炎)를 대화(言)로 풀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같이 생활하는 병사들이 서로 상담자가 되어 서로서로 화를 풀어주는 생활관이 되어야 하고, 병영 생활이 되어야 한다.
▲군인들이수해현장에서복구작업을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군인들이수해현장에서복구작업을하고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누구에게 상담을해 주어야 하는가? 상담은 화가 났을 때, 즉 마음속에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화는‘불’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화를 참는다는 것’은 마음속에 불이 있다는 뜻이고 마음이 타들어간다는 뜻이다. 마음이 타들어가는 병이‘화병’이다. 빠른 시간 안에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상담은 일과 시간 후 생활관이나 기타 조용한 장소에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화를 풀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대는 수평적관계와 수직적 관계가 혼합되어 있는 조직이다. 수평적 관계는 동기들끼리의 관계이고, 넓게 보면 같은 병사들끼리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일차적으로 제일 좋은 것은 병사들끼리 서로 마음이 불편할 때 상담을 해주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요즘 일반 상담에서도‘또래상담’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고, 그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당연히 요즘 학생들은 화도 많이 나는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화를 제때에 풀지 못하면 사고가 난다. 하지만 학생들은 전
문 상담자나 교사와 상담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한 상담이 바로 또래상담이다. 즉 학생들 스스로가 필요할 때마다 친구들을 서로 상담해주는 것이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기 때
문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교사보다 쉽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또래상담에 더해서 전문가나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상담도 필요하다. 학생이 느끼는 어려움 중에 친구는 해결해줄 수 없지만 교사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도 많이 있다. 군대에
서도 마찬가지이다. 동기들끼리는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이지만 상급자나 지휘관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급자나 지휘관은 단지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훈련을 감독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병사들의 마음의 고충을 풀어줄 수 있는 상담자의 자질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상담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동시에 아무나 할 수 없는 활동이기도 하다. 상담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대화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집
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는 가족끼리도 잘 안 되는 것이 대화이다. 그 이유는 말만 할 줄 알면 누구나 대화는 저절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도
일종의 기술이다. 따라서 모든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론을 배울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훈련을 통해 숙련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군 생활에 상담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군 간부의 교육에서 상담자로서의 교육, 즉 병사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교육시켜야 한다. 말만 주고 받고 명령을 한다고 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는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화를 풀어주는 것이다.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에서 편하게 대화를 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저렴한 방법
이다. 지위고하를 떠나 상대방을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 인정하고 업무 이외의 관계에서는 평등한 위치에서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앞으로 우
리 군대가 사고를 줄이고 강군(强軍)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사기는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 제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마음상태이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옛말과 같이 무릇 모든 지휘관과 상급자는 하급 병사들에게 사기를 먹일 수 있어야 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한성열고려대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