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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지역 기반 전통 춤의 진면목 선보인 천년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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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지역 기반 전통 춤의 진면목 선보인 천년의 몸짓

김근희 총연출, 경기검무보존회 주최

‘역사를 몸짓으로 이어가는 이들의 향연’이란 부제가 붙은 김근희의 공연(2014년 9월26일 오후 7시 구리 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은 경기검무보존회 주최로 성대히 거행됐다. 총연출 김근희(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보유자, 전 대진대 무용예술학부 교수)는 전통춤과 창작무를 아우르며 춤 조형술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가 구리에 정착하고 나서 대규모로 꾸린 춤판은 척박한 구리지역에 단비를 뿌리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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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골,마을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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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골,마을사람이야기
그녀는 경기검무를 기본으로 깔고, 전통에서 창작무에 이르는 다양한 춤을 선보임으로써 구리지역에 무용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소중한 제()를 올린 셈이다. 춤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에 맞는 춤 접근 방법론 개발과 무용인구의 저변확대는 지역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기본이다. 그녀는 문화적 소양 함양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띈 무용작품들을 선보였다. 무형문화재 작품들을 친숙하게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는 지역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이날 공연된 작품들은 춤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온 김근희가 선별한 태평무, 무상, 그 새벽녘, 고춤, 경기민요, 경기검무, 교방입춤, 창작무 감자골, 마을 사람 이야기로 짜여 있다. 이번 춤은 독무, 제자들과의 군무, 강원도립무용단과 한국국악협회 구리시회의 찬조출연으로 잔치분위기였다. 전통과 창작의 차이 인식, 전통을 원형으로 한 변주의 가능성, 독무에서 군무에 이르는 배합의 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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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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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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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검무
김근희가 춤춘 중요무형문화재 제92태평무강선영이 예능보유자다.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이 춤은 김근희가 자신의 개성을 담아 제자 강연진, 임영랑, 박은진, 강미선, 김가온과 춤추면서 지역 발전을 염원하며 천년의 몸짓의 시작을 알렸다. 의젓하면서 경쾌하고, 부드러우면서 절도 있게 분위기를 몰아가며 관객을 압도한 춤은 손사위와 발 디딤새 등 구성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전통 춤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무상신무용 계열에 속한다. 이 춤은 김근희가 20대에 별세한 모친의 죽음을 겪고 그동안 추구해온 삶의 실체가 허망함을 참회와 회환을 담아 엮은 작품이다. 삶의 허무함을 모티브로 한 회상은 자신을 직시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작품으로 엮어진다. 이 작품의 춤사위들을 김근희의 심상에 걸린 상념을 음미하여 강연진, 김가온이 그 분위기를 차분히 그려내며 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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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입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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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입춤
초청공연인 창작무 그 새벽녘은 강원도립무용단 안무가 김영주의 안무작이다. 김명규외 19명이 출연한 이 작품은 민족의 역사위에 민초들의 삶과 서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을 해온 안무가의 지역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으로서 메밀꽃 필 무렵의 감동과 봄 봄의 순수를 읽어내게 하는 춤의 개성을 보여주었다. ‘밝은 달 환하게 빛나고, 달그림자 맑은 초가을 날, 낮은 삶 보듬고 내 삶은 별자리임을 춤으로 보여주었다.

박은진, 강미선, 김가온이 군무로 추어낸 고춤은 붉은 열정을 담아 가녀린 여인들이 잘록한 허리에 몸에 부대낄 정도의 커다란 장고를 비스듬히 걸러 메고 여러 장단으로 변화되는 음악에 맞추어 까치걸음, 돋음새라는 독특한 걸음걸이로 가볍게 발을 옮기면서 가볍게, 때론 힘차게 도약하며 무대를 장악하고 아주 흥겹게 풀이한 작품이다. 추는 이의 구성과 분위기에 따라 묘미를 달리하는 장고춤은 이들만의 독특한 춤깔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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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벽녘
춤판에 빠져서는 안 되는 소리를 제공한 한국국악협회 구리지부(지부장 이숙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전수자) 민요공연은 경기민요 가락에 담은 태평가’, ‘양산도’, ‘밀양아리랑’, ‘한강수타령’, ‘뱃노래’, ‘자진뱃노래를 이번 김근희 공연에 헌정하였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소리꾼의 구성과 지원 등 어려운 여건에서 생존해온 이들의 공연은 존재 자체에 고마워하는 여러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본 게임에 해당되는 경기검무오랜 역사를 가진 검무의 변형 춤 중의 하나이다. 경기검무 예능보유자 김근희와 언급된 제자들이 모두 출연, 군무로 보여준 춤은 영상과 조명의 도움을 받아 그 테크닉과 춤에 대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활달한 기상, 강한 기질이 배어있는 이 춤은 경기검무의 높은 예술성과 역사성을 보여주었다. 이 춤은 변주와 다양한 무대구성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다분한 있는 춤임을 과시하였다.

▲무상이미지 확대보기
▲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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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교방입춤은 그 자체로 매력에 빠지게 하는 츰이다. 김근희의 독무는 김근희의 애교와 춤 해석을 보여주었다. 여인의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여인의 자유를 갈망을 담고 있다. 정재(呈才)풍의 품격과 서민풍의 소탈함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보랏빛 유혹을 담고,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멋과 흥을 드러낸 음률에 맞추어 정감을 표현해낸 김근희 춤은 시공을 초월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낸 역무(力舞)였다.

창작무 감자골, 마을 사람 이야기는 강원도립무용단이 선사한 서정무(抒情舞)이다. 이선우외 22명이 출연한 이 작품은 강원도를 상징하는 감자골을 앞세우고, 그곳 사람들의 옛 이야기를 사랑에 담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따스한 인정과 수려한 자연을 간직한 고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춤은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이번 공연의 뜨거운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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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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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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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이번 공연에 출연한 강연진(서울시전통무용연합회 이사), 임영랑(성심대, 한성대, 광운대 강사), 전영선(안산무용협회 안산부지부장), 박은진(전 정동예술단), 강미선(경기검무 전수자), 김가온(안산 티움 예술제 경기검무 대상)은 모두 다년간 전통 춤을 추면서 이론을 공부한 경기검무를 전수한 춤꾼들이다. 예인의 길에서 당당한 춤꾼이 되기를 다짐한 이들이 주축이 된 춤은 김근희 춤의 빛나는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케 해준다.

경기검무보존회는 경기검무의 체계 확립과 보존, 전승교육, 공연을 통한 경기검무 대중화를 꽤하여 왔다. 이번 공연은 구리지역이 본산이 되어 경기검무가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한국 전통 춤 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경기검무보존회경기검무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예술의 활성화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지역 시민들과 함께 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경기검무 예능보유자 김근희, 그녀의 천년의 몸짓은 날아오르는 학의 몸짓이었고, 고고한 단청의 세월을 읽어내는 작업이었다. 가을바람을 곁에 끼고, 재 넘어 춤판을 연 김근희의 춤들은 감동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모두가 가족이 되어 즐기고, 흐뭇하게 춤판을 떠난 사람들은 김근희의 다음 공연을 기다릴 것이다. 춤의 변방 구리에서 대규모로 알차게 치러진 공연은 지신밟기에 해당되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