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예술진흥원(이사장 이숙재 한양대 명예교수)이 후원한 이번 공연에서 베테랑 춤꾼들의 불꽃 튀는 경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춤과 의식전’ 출신의 작가들은 무용 전반에서 활발한 두각을 나타내며 무용계의 바람직한 지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언급된 안무가들은 기 구축된 현대무용계의 건강한 도전 세력, 혹은 견제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춤은 디스코텍의 분위기를 띄고 있다. 오픈된 무대에서 가면은 수시로 탈착(脫着)된다. 버디댄스(남성 이인무)는 열정과 좌절의 개인사를 탁월한 춤 테크닉에 담아 진솔하게 보여준다. ‘젊은 프로 춤의 향(香)’은 춤 예술가의 불투명 향(向)을 암시한다. 그들의 울분은 거친 호흡 속에 담기고 나비처럼 날아온 도회의 어두움은 그들을 구제하지 못한다.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戱戱樂樂), JoyJoy』은 연행자와 관람객 간의 거리를 좁히며 ‘놀이(인생판)속에서 희롱하며 즐거워 함’ 혹은 ‘한 바탕 신나게 웃으며 즐기기’가 주제이다. 희희낙낙( 喜喜樂樂)이 아닌 사회 비판과 인간 심리를 다루면서 관객과의 소통을 게임처럼 전개시킨다. 욕망, 이성에 억압된 본능, 사회와 닮은꼴인 게임 속에서 인간심리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사용된 네 종류 음악, 암전 상태의 도입부 음악은 궁금증을 유도한다. 길거리 연주음악은 일상적 분위기이지만, 반대로 댄서들은 각기 과장된 동작을 보여준다. 연출자와 사회자 역을 동시에 하는 여자 출연자의 등장이후 1장 음악은 무음의 단점을 보완한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 극의 진행의 묘미와 속도감을 위한 메트로놈 리듬을 따라 점점 빨라지며, 악기가 추가될 때, 다양한 게임을 하는 댄서들이 분위기를 돕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한다.
사회자의 등, 퇴장 이후 나온 2장 음악은 극적 반전을 노린 스크래치, 고저를 넘나드는 전자음으로 어둡고 강렬하게 최대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한다. 엔딩 음악은 도입 음악과 유사하지만 궁금증에 대한 대답, 다른 종류의 궁금증과 생각, 여운을 주는 설정이다. 기준 없이 억눌렸던 감정이나 본성을 터트려보자는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은 자유창작정신을 기리고 있다.
상황은 엄숙함과 파열의 웃음으로 번지고,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성유진, 황영근 공동안무의 『만약에, If』는 사랑에 관한 짧은 몸 에세이이다. 전제는 ‘만약’ 이다. ‘사랑이란’이란 연작 카툰이 떠오르는 제목 『만약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 시제에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간결한 몸 에세이를 담은 작품이다. 무대를 압도하는 큰 키의 현대무용가 두 사람은 느림과 빠름의 균형을 조절하며 여린 감정의 동선을 긴 호흡으로 잘 처리한다.
도입부에서의 가벼운 인사, 서로에 대한 깊은 응시, 긴 선을 타고 연출된 춤은 남녀사이의 미묘한 심리를 현대적 무브먼트로 생략과 잔잔한 전자 리듬에 담는다. ‘만약에’라는 현대적 공간 속의 소파, 완숙한 춤 연기자들은 가변의 다양한 빛의 도움을 받아 커플은 어울림/소외됨, 바름/일탈의 다양한 약속된 게임 같은 상황을 연기해낸다.
오늘 이 시점에서 바라본 중년 남녀의 가을 풍경은 ‘관계’와 ‘주장’의 심리를 몸으로 껴안는 부드러움이다. 유연성을 바탕으로 ‘사랑’을 표현해낸 남녀 이인무는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점점 강렬해지고, 농도는 짙어지고 직조된다. 치유의 사운드, 빗소리는 구름(Rolling)을 불러온다. 다각(多角)의 자세들이 원용된다.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