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듯 빛나는 존재로
변화무쌍한 세상을 관조
잔잔한 물결로 감동 이어가
장혜주(張惠稠)는 1984년 12월 아버지 장병완과 어머니 양정수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왕북초등, 숙명여중, 서울예고, 이화여대 무용과 학사, 석사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예술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서 예술 전반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의 궁극적 지향은 무용을 기반으로 한 예술 발전, 크로스 오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녀는 없는 듯 빛나는 존재로 조용히 자신을 갈무리하고, 바쁜 춤의 여정을 젖은 이슬의 정갈함으로 씻어내면서 여유있게 희망의 풍경을 써내려가는 춤꾼이다. 그녀를 뒷받침하는 자신감, 느린 흐름의 시냇물과 빠른 흐름의 바람의 촉수를 찾아내는 감수성으로 변화무쌍한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는 자신의 춤을 숙성시키는 기본적 품성의 모습이다.
무수한 잔걸음의 신비로 그녀를 사로잡았던 토슈즈의 발레의 대한 강렬한 인상은 초등학교부터 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무용가를 어머니로 둔 그녀는 또래 친구들이 춤추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부모님을 졸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발레를 시작한다. 조금, 조금씩 익힌 춤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오늘 날의 장혜주를 만들었다.
험난한 춤 예술가의 삶을 너무나 잘 아는 그녀의 어머니는 '호기심으로 스쳐가겠지’하는 생각에 춤 학습을 승낙한다. 바이올린 학습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춤꾼의 ‘끼’가 도출되고 그녀는 힘든 내색없이 인내심을 발휘, 도도히 흐르는 춤꾼의 '피‘, 유전인자를 갖게 된다. 중3까지 춤의 기본인 발레를 배우게 된다. 내적 상태의 잔잔한 여유는 통찰하는 춤을 추게 만든다.
초등생 시절, 서울발레시어터 수석 연은경으로 부터 발레, 중학생 때 국립발레단 주역 김애정, 중2때 최혜정으로부터 현대무용, 중3때 박진수로 부터 콩쿠르 작품을 받게 된다. 그녀는 현대무용을 접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신체 움직임과 표현방식이 있음을 습득한다. 서울예고에서 현대무용을 선택하고 전임 이혜원은 그녀를 동아무용콩쿠르에 출전시켜 금상을 수상시켰다.
그녀는 이화여대에서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조은미 교수로 부터 배웠고, 조 교수와 성미연의 도움을 받아 동아콩쿠르를 준비하며 현대무용에 대한 애착이 더욱 생겼다. 대학원 졸업 후 어머니의 은사이자 우리나라 현대무용계의 대모인 안무가 육완순의 역작 『예수그리스도 슈퍼스타』에서 막달라 마리아역을 맡아 춤을 추면서 무대 위에서의 즐기는 춤에 눈을 뜨게 된다.
무용가 최승희를 기리는 2007 ‘최승희 춤축제’(홍천)에서 최승희 최초의 현대무용 처녀작 『세레나데』를 재구성하여 추었고, 2010년 같은 축제에서 최승희 복원작품 육완순 재안무작 『학춤』을 추었다. 남겨진 사진 몇 장만으로 재구성하여 복원해낸 춤은 자신의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어야 했고, 공연예술의 동영상 기록이 절실히 필요함을 그녀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비, 걸음』의 주역으로 열연했던 그녀의 안무 대표작을 살펴보자. 『1+1=1』 『1:1.42』, 『멱』, 『Doubleㅁ』의 제목이 암시하듯 혜주는 자신의 안무작에서 춤의 과학적 접근, 현대적 감각과 간결한 구성으로 엮은 인간의 사랑, 오심 뒤에 밝혀지는 진실, 인간의 무지에서 빚어지는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낯선 곳 같은 생각의 이지적 상상을 견실하게 구축한다.
『1+1=1』(2013)은 대전시립무용단의 '사랑' 주제의 기획공연 초청작이다. 한 가지 주제를 네 명의 안무자가 자기의 방식과 개성대로 풀어낸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아닌 완벽한 하나가 된다'는 류시화의 시 '외눈박이물고기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같은 곳을 향해 믿음, 소통, 배려, 열정으로 사랑을 일구어 가고자하는 소박한 여성의 심리를 표현해낸다.
『1:1.42』(2012)는 2012무용문화포럼 선정 '안무가 시리즈' 우수작이다. 올림픽 펜싱경기 '신아람사건'에 모티브를 얻고 '시간'을 주제로 담은 작품이다. 당시 심판의 1초를 분석해본 결과 실제 시간은 1.42초였다. 그 시간 속에 진실을 표현한다. 숫자 42의 발음 '사이'에 맞게 시간과 시간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와 '시간의 소중함'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멱』(2011)은 구제역 발발 당시를 구상하여 만든 작품이다. 모다페 국내 초청작의 인상, 감염된 돼지들을 구덩이에 살아있는 채 매장 시킨다. 꺽꺽대는 돼지들의 절규, 머리부터 꼬리까지 사람에게 다 내어주는 돼지가 그들이 잘못한 벌을 대신 받는 것에 대한 죄책감, 고사상 위의 돼지머리는 무지한 사람들을 향한 돼지의 조소다.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작품이다.
『Doubleㅁ』(2011)은 24시간이라는 똑같은 시간을 저마다 달리 배분하여 생활하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 온 두 사람이 모든 경계를 허물고 한 곳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는 내용이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 혼잡한 틈에서 두 사람이 춤춘다. 국적도, 신체도, 사용하는 언어도 무엇 하나 소통하는 것이 없다. 한국과 일본의 춤 2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