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동화』는 우주적 관심사가 된 불교설화 ‘목련존자 지옥순례기’를 모티브로 하고, 목련의 효행(孝行)을 정석으로 풀어낸다. 목련은 자신을 유기한 모친을 구출하기 위해 지옥으로의 대장정을 감행한다. ‘버림’, ‘받아들임’의 함수관계에서 피는 ‘사랑’의 공연예술화는 글로벌 콘텐츠와 상설공연 가능성을 확증시켰다. 국내·외 관광객, 전 연령층, 전 가족 대상의 이 작품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자막도 제공했다.
현대적 감각의 ‘목련의 파란만장한 지옥모험담’은 역동적 퓨전 음악의 발광(發光), 멀티미디어에 연계된 만화 캐릭터 창출, 애니적 상상력을 가미, 융복합공연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의정부 문화의 힘’이 된 공연은 이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광향유 상품으로 각인된다. 지역사회의 우호적인 호응, 예술단체 간 공동창작활동으로 창출된 작품은 지역문예회관 최초의 상설 공연 가능성의 물꼬를 튼 쾌거다.
스토리가 있는 공연예술은 그 역할에 충실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혼돈에 휩싸인 세상, 흉측한 외모로 태어난 탓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성장한 목련은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의 배경은 독사들이 득실거리는 지옥, 온몸이 불타고 있는 한 여인이 목련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른다. 꿈을 기이하게 여긴 목련은 꿈을 읽을 줄 아는 무녀를 찾아가 꿈 속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무녀와 함께 지옥으로 떠난 목련은 불의 지옥(화탕지옥), 물의 지옥(업강)을 지나며 험난한 여정을 겪는다. 그러던 중 무녀가 물에 빠지게 되고 목련은 무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낸다. 가까스로 칼의 지옥을 피해 도망가는 목련과 무녀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염라대왕에게 쫓기게 되고, 그들은 무사히 지옥을 통과, 어머니를 만나며 해피엔딩으로 춤은 종료된다.
『꽃의 동화』는 전자매체시대에 예술 상호 간 교류, 장르 간 경계 허물기 혹은 건설적 수용, 가상적 상상이 전통과 만나 변화와 소통의 창구를 찾아간다. 머물지 않고 도도한 흐름 속에 변형을 가한 춤은 독립 장르적 특징과 ‘만남’의 순환에서 오는 텔레파시, 그 이후 감각의 신선한 새로움을 선보인다. 재 너머 춤판, 현실과 꿈속에 쓰인 이미숙의 ‘꽃의 동화’는 풍경 너머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숙, 비장의 카드로 떠오르는 춤꾼이자 안무가이다. 그녀가 직조한 작품들은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녀의 춤집엔 늘 동화같은 정겨움이 산다. 온몸으로 써 낸 그녀의 감각적 에세이, 『꽃의 동화』는 그녀의 눈물이자 땀이다. 그녀는 현대와 어울리면서도 전통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지역 춤판을 일구면서 맞춤형 춤과 예술작품의 승격을 동시에 가져오는 혜안을 소지하고 있다.
『꽃의 동화』가 시절인연을 만나 훌륭하게 성장하였으면 한다. 의정부시립무용단의 테크닉, 통큰 교류력, 가족적 어울림, 즐거움을 뿌릴 수 있는 단체의 여유, 이슈를 만들어 내는 창의력, 모두가 훌륭한 자산이다. 지속적 창작의 소스로서 기능할 작품의 바람직한 전범(典範)이 된 이 작품이 다양한 연구로 보정작업을 거쳐 지역을 넘어, 국가 브랜드로서의 품격과 흥미를 갖추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