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네 개의 나이테를 갖는 『바비레따』, 2011년 제10회 춘천아트페스티벌의 제작으로 춘천거주 30~50대의 다양한 여성들과 10여회의 워크숍 기간을 거쳐 『당신은 지금 봄내에 살고 있군요』 라는 20여분 가량의 작품을 올리게 된 것이 시원(始原)이다. 이 작품은 2012년 1월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로 시작하여 해마다 버전을 달리해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반란의 또 다른 징조, 관람료는 감동 후불제이다. 관객이 공연에 대해 감동한 만큼의 금액을 관람 후 자유롭게 현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7~8월 일반인 대상 워크숍 참가자들이 회차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 작품은 가족의 재회, 서로에 대한 격려와 사랑, 타인에 대한 배려, 자신을 성찰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따스한 온기로 가족 같은 포근한 분위기, 아줌마들의 그윽한 정(情)을 연출한다.
이 작품의 연희 형식은 개방형 틀을 유지한다. 무용수와 배우, 관객들이 서로 인사하며 어울림의 시간을 갖는다. 이미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인사에 이어 출연자들의 연령대에 유행했던 추억의 가요를 노래하고 이는 춤으로 연결된다. 친근해진 관객 서로는 시간과 장소를 함께 나누는 ‘우리’가 된다. 노래, 춤, 이야기가 함께 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웃고 떠들며 춤추는 좀 더 솔직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무용수는 자신만의 춤색깔로 진솔하게 지금의 자기를 말한다. 가족, 헤어짐, 용서에 관한 고백의 서(序)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암전된 상태에서의 하늘을 보며 누워서 ‘별헤는 밤’의 연출은 추억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춤을 통한 의식의 시간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 무엇이 하나일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워크숍 참여자들이 어색하지만 춤을 만들어 보인다.
이들의 진솔한 춤과 이야기는 춤, 열정, 희망으로 하나가 되어 다시 어울림의 시간이 되고, 지금 이 시간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뜨겁게 춤을 춘다. 춤추는 여자들,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자신을 만난다. 춤을 통해 돌아본 나는 여전히 정열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이다. 자신감을 회복한 여인들은 두려울 것 없는 당당함으로 여행의 플랫폼에서 세상으로 날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젊지 않지만 화사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늦여름에서 초가을 무렵의 찬란한 계절에 비유, ‘바비레따’라고 한다. 세 명의 무용수와 한 명의 연극배우, 연주자 한 명이 이끌어가는 이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삶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몸’과 ‘춤’을 매개로 질문하며 찾아간다. 관객들은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추는 적극적인 감상 경험을 하게 된다.
<바비레따>는 춤, 음악, 연극, 토크 등이 뒤섞여 있는 ‘혼종’ 공연이다. 다름과 차이를 모두 감싸 안는다.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서로의 몸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서로가 함께 한다는 것의 가치를 찾아간다. 안무자들은 타인과의 춤 경험을 통해 얻고, 느끼는 새로운 가치가 공연장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회, 그리고 세상을 전염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프로젝트그룹 ‘춤추는 여자들’의 여인들은 30여년 가까이 무대 작업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어느 틈엔가 소모적 환경 속에 지칠 무렵에 그들은 춤이 가지는 순기능에 대해 고민해왔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두 손을 잡고, 함께 이야기 하고 춤추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여 배우, 무용가, 음악가 등 중견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공연이 이런 형태라면 이 공연은 확장되고 지원받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