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六) 신의 신1) 인간으로 태어나 붓다를 완성한 ‘사람 속으로’, 신2) 싯다르타 탄생의 ‘일곱 걸음’, 신3) 왕궁에서 출가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신4) 깨달음에 이르는 모습의 ‘그리고 해탈’, 신5) 부처의 십대 제자의 이름인 ‘열 개의 이름’, 신6) 부처의 열반을 다룬 ‘궁극의 열반 니르바나’는 장엄 소나타에 버금가는 흥분과 감동을 추출한다.
나는 발원문에 ‘나눔과 비움의 미학’이 실현되기를 빌었다. 이렇게 쓴 발원문들이 서까래에 연결된 끈처럼 무대에 걸리고 춤은 시작된다. 안무가 신은경이 『메시아』로 예수의 탄생과 부활에 이르는 과정을 기독교식으로 해석하고 발레로 엮을 때, 황미숙은 현대무용으로 부처의 탄생에서부터 핵심인 ‘해탈’을 거쳐 열반에 이르는 춤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황미숙은 해마다 버전이 다른 새로운 붓다를 만난다. 그녀가 꼽는 주인공 두 명, ‘2대 붓다’ 오창익은 섬세하면서도 역동적 연기로 ‘새로운 붓다’삼기에 충분했고, ‘세상의 모든 아픔’을 보다듬는 '관세음보살' 역의 이윤희의 디테일한 미적 표현도 뛰어났다. 작은 깨달음에서 오는 안무가는 열여덟 명의 무용수를 온전한 불자로 변신시켜 의미를 부여한다.
이 작품은 각 부문별 예술감독과 담당자들이 불심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입부의 정각원 신도들의 탑돌이와 대단원 열반 신에서도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대명과 법찬의 독경, 해각의 서체, 해선 스님의 만다라 의식 등이 그것이다. 작곡가 임진영은 불경 주제의 음악을 양약기와 조우시킨다. 다양한 군무는 기도도량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명량』의 영화감독 김한민과 『붓다, 일곱 걸음의 꽃』의 예술감독 황미숙은 다 같이 전쟁과 평화를 통해 이 시대의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모색하고 있었다. 황미숙은 부드러움 속에 역동성을 추구한다. 두 감독의 느낌으로 공유하는 시대의 아픔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안무가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만다라 같은 춤의 소통을 공유하고자 한다.
『붓다, 일곱 걸음의 꽃』은 흔치않은 공력의 무법(舞法) 정진의 성과물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 속에서 느림의 깊이를 논한 작품은 현대 도시인들의 텅 빈 가슴에 마음의 양식을 보시하는 일이다. 이 작품은 울림을 주는 올해의 작품, 발화(發話)와 담론의 대상이 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다음 붓다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황미숙, 그 존재감은 다년간의 수학, 여러 수상과 행적으로 밝혀진다. 현자의 모습으로써 안무가 작업과 아울러 현대음악을 즐기는 파격적 붓다의 변신, 장발의 붓다가 화를 내고, 현실에 짜증을 내는 보통 인간의 붓다를 춤으로 묘사, 사회적 이수와 파란을 일으켜 주길 바란다. 이제 그녀는 역발상의 주인공이 되어봄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