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사람이면 행동 먼저
원만한 대인관계 갖기 어려워
자아의 힘도 경험-훈련 필요
고통 감내하는 힘 길러줘야
한 사람의 성격이 성숙한지 미성숙한지 여부를 가리는 제일 간편하고 정확한 판단 기준은 “대인관계(對人關係)” 양상을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숙의 여부가 판명된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미성숙할수록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감정에 따라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이런 행동이 미성숙한 이유는 현재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여건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성질대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전문용어로 ‘행동화(行動化)’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나 청소년기에 고착된 사람들이 미성숙한 행동을 자주 보인다. 감정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양심(良心)’에 의해 인도되어야 한다. 양심은 특정 사회의 규범, 도덕이나 관습이 내재화된 것이다. 양심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양심의 판단에 따라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자아(自我)’가 가지고 있다. 양심이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해도 그 판단대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자아가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자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미성숙한 행동화를 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미성숙한 행동을 많이 하는 이유는 감정이나 욕구의 세기에 비해 양심과 자아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양심이 아직 덜 발달됐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단 자체도 정확하지 못하다. 또한 자아가 아직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록 틀린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대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심리적 성숙은 신체적 성장(成長)과 달리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나이에 걸맞게 신체의 변화를 겪는다.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제2차 성징(性徵)’을 나타내고 어린이의 몸에서 벗어나서 생식(生殖)이 가능한 어른의 몸을 갖기 시작한다. 이런 생물학적 변화는 신분이나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의 모든 청소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성숙의 잣대가 되는 자아의 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에 의해 커진다.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어린이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들이 있는 반면에,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젓한 어린이가 있는 이유이다. 자아는 욕구와 감정을 참는 훈련을 통해 강해진다.
어머니가 시장에 가면서 어린 자녀에게 사탕 세 개를 주면서 “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사탕을 먹지 않으면 세 개를 더 준다”는 약속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대개 어릴수록 어머니가 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사탕을 먹는다. 자아가 약해서 먹고 싶은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시장에서 돌아오자 세 개를 더 달라고 떼를 쓴다. 이 때 어머니가 떼에 못 이겨 사탕을 준다면 자녀는 자아를 키우지 못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엄정하게 약속을 상기시키고 다음에 똑같은 상활을 만들어 반복하다보면 어느 날 자녀는 어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사탕을 안 먹고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보상으로 세 개를 더 받는 기쁨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 자녀는 욕구를 자제하는 자아의 힘을 키우는 동시에 보상의 기쁨을 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부모의 품에서 귀엽게 자라나는 손자녀가 응석받이로 성장하면서 버릇이 없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경우 자아의 힘을 키울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성숙은 고생을 경험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괴로움을 통해 이루어진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인생을 논(論)하지 말라”는 말의 뜻도 고통 없이는 성숙도 없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라는 옛어른들의 말씀도 집을 떠나 고생을 해보아야 철이 든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고통을 모르고 ‘마음고생’을 안 하게 양육해서 결국 자녀를 미성숙하게 성장시키는 것과 비록 풍족하지 못해 고생은 시키지만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주어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좋은 자녀교육일까? 우리 사회에는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성인아이’들이 많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성적을 더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더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이코노믹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