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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속에서 다시 설 수 있는 '마음의 복원력'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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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속에서 다시 설 수 있는 '마음의 복원력'을 키워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55회)]

삶의 성공·실패는 객관적 조건보다 대응하는 자세에 달려


어려운 일 극복 가능케 하는 힘의 원천은 '심리적 평형수'


[글로벌이코노믹 한성열 고려대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는 두 아버지의 비극(悲劇)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아버지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이고, 또 한 아버지는 생활고를 비관하고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40대 가장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실존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를 불문하고 영화를 시청한 관람객들이 대부분이 공감하고 자신 혹은 자신의 아버지와 동일시(同一視)하는 것을 보면 실존 인물 못지않은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국제시장'의주인공덕수는실존인물은아니지만세대를불문하고영화를시청한관람객들이대부분공감하고자신혹은자신의아버지와동일시하는인물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영화'국제시장'의주인공덕수는실존인물은아니지만세대를불문하고영화를시청한관람객들이대부분공감하고자신혹은자신의아버지와동일시하는인물이다.
두 아버지는 모두 생활고를 겪으며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피란민 덕수씨는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맡으며 온갖 고생을 다 한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까지 나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가장 힘든 삶을 보낸 대표적 직업인 파독 광부와 파월 기술자를 마다않고 다녀온 인물이다. 그 덕분에 내 집을 장만하고 누이동생의 혼수를 마련해주어서 시집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는 말로 미화할 수는 있지만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점은 덕수씨의 부인의 말, 즉 “당신 인생인데 그 안에 왜 당신은 없냐구요?”는 힐난에 가까운 울부짖음에 잘 나타나 있다.

또 다른 40대 아버지는 “빚이 자꾸 늘어나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습니다” “참다 참다가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워져서 더 이상은 못 참는 꼴이 됐습니다”라고 썼다.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고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아버지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두 아버지의 비극적 삶의 공통점


하지만 두 아버지의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경제적이든 다른 이유이든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 대처하는 두 가장(家長)의 대응방식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덕수씨는 자신이 원하던 선장이 될 수 있는 꿈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책무를 완수했다. ‘덕수’ 자신도 본인의 삶이 어려웠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는 부인에게 “나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왜 이 두 아버지의 결말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아버지는 소위 ‘나쁜’ 사람일까? 이 아버지가 쓴 유서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아(딸),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 “통장을 정리하면 얼마간 좀 남을 텐데, 부모님, 장인·장모님 치료비와 요양비로 쓰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글을 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잔인한 사이코패스하고는 거리가 멀다.

요즘 마음의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건강의 여부를 ‘복원력(復原力)’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복원력은 문자 그대로 “원래의 위치나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의미한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원래의 마음의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원력이 강하면 어려움을 당해도 그것을 이겨내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복원력이 약하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쉽게 좌절하고 주저앉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을 할 수 없다.

‘덕수’는 피란길에서 아버지와 헤어지고 어린 나이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공부도 많이 못했다. 파독 광부로 파월 기술자로,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다녀본 적도 없다. 겨우 국제시장의 한 모퉁이에 ‘꽃분이네 집’을 열고 많은 가족을 먹여 살렸다. 반면에 가족을 살해한 40대 가장은 소위 명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나오고 외국계 회사에서 상무까지 지낸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다. 학력이나 경력 등 그 둘의 객관적 조건은 덕수가 훨씬 불우하다. 하지만 결과는 엘리트 가장이 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다.

▲영화'국제시장'속꽃분이네를재현한부스에관광객들이찾아와북새통을이루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영화'국제시장'속꽃분이네를재현한부스에관광객들이찾아와북새통을이루고있다.
삶의 성공과 실패는 객관적 조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건과 환경에 대응하는 주관적 판단과 마음의 복원력에 달려있다. ‘덕수’가 살았던 시절은 그뿐만 아니라 피란민을 포함한 당시의 일반적인 삶이 다 그렇게 곤고한 시절이었다. 그 곤고한 환경 속에서 ‘덕수’는 길에서 생존하는 힘을 키웠다. 아버지로부터 “네가 가장이다”라는 근엄한 사명을 부여받은 ‘덕수’는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큰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체면이나 자존심 등을 내세울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척박한 상황에서 ‘덕수’는 어렸을 때부터 길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어떤 어려움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복원력을 키울 수 있었다.

온실 속 성공적 삶 생활고 못견뎌


반면 가족을 살해한 40대 가장은 객관적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왔고 외국인 상사에 취직하여 상무에까지 오르는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좋은 학벌과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울타리 밖의 거친 현실에 부딪쳤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을 기르지는 못했다. 자존심이 센 그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다시 얻는 데 실패했고, “들어오는 일자리는 눈높이에 맞지 않아” 결국 재취업에 실패했다. 매일 아침 회사를 가는 듯 집을 나섰기 때문에 두 딸도 아버지가 실직했다는 것을 몰랐을 정도였다.

복원력은 또한 가용(可用)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에도 달려 있다. 사회적 지지란 어려울 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덕수’에게는 비록 피란길에서 헤어졌지만 아버지가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항상 어려울 때마다 “네가 가장이다”라는 아버지 말씀이 마음속에 살아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덕수’가 아버지에게 하는 말,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요? 이만하면 나 잘살았지요? 근데 나 진짜 힘들었거든요”는 한평생 ‘덕수’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얼마나 마음속의 아버지가 큰 힘을 주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지지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생활해 온 ‘달구’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로부터 온다. 이 둘은 독일에 광부로도 함께 가고 월남에도 함께 가서 생사고락을 같이한다. 아버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덕수’에게는 친구 ‘달구’로부터 오는 사회적 지지는 어려울 때 의지하고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의 원천이 된다.

복원력을 기를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사회적 지지는 가족으로부터 온다. 비록 ‘덕수’가 어려서부터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그에게는 어려움을 함께해 준 어머니와 부인이 있었다. 삯바느질부터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을 해온 어머니와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고모,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필사의 노력으로 막장에 매몰된 ‘덕수’를 살려낸 부인은 어려움을 이겨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복원력의 중요성은 배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이 잔잔한 물 위를 순풍에 돛단 듯 항해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다. 복원력이 있건 없건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배도 순항을 하기 때문이다. 복원력은 파도가 몰아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나타난다. 이때 복원력이 얼마나 강하냐의 여부는 배의 침몰 여부를 결정한다.

복원력이 있다면 거센 파도와 거친 물결은 비극을 승화시켜 ‘감동’으로 만드는 기적을 만든다. 살아가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항해와 비유할 수 있다. 어느 항해든 예기치 못한 풍파를 만날 수 있듯 우리 삶도 다양한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역경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면 비극은 결국 걸작으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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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