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기억 속 어느덧 그가 새겨진다
자신의 정체성 찾는 춤 작업
관객과 소통 중요하게 여겨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 박종수(朴宗洙, Park Jong Su)는 아버지 박상규와 어머니 김진순 사이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1977년 11월 12일 부산 영도에서 출생했다. 어렸을 적부터 수학여행, 운동회 등 장기자랑을 즐기는 그에게 어머니는 무용을 권유했다. 부산예고, 부산대 무용학과를 거쳐, 대구시립무용단에 정착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부산예고, 부산대, 대구 가톨릭대, 계명대에서 춤을 가르쳐 왔다.
그가 춤을 출 때는 나는 호랑이와 같고, 평상시는 분홍빛 비둘기 눈을 닮은 청년이다. 레몬 향이 스치는 그의 이야기는 슬픔을 삼키며, 세상의 비밀을 미리 알아버린 성숙의 결이 담겨있다. 그의 춤은 수맥이 통하듯 간결하고 시원하다. 우매할 정도의 박종수의 풍부한 춤은 연습량을 넘어 익살이 담겼고 그리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그의 스승들은 곽선영, 성은지, 정귀인, 안은미에 이른다. 돌출과 전위의 춤 숲에서 박종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부산과 대구를 아우르며 안무가로서보다는 춤꾼으로 영남 현대무용의 징검다리가 된 그는 ‘초월’과 ‘비상’보다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화두 깨우치기’에 골몰하는 춤 철학자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대표 안무작들은 여러 갈래에 걸쳐 있다. 황옥(黃玉)의 진한 숙성의 춤에서 열정의 붉은색의 푸른 꿈에 걸친 낭만적 초기작들은 사계에 걸친 일화들을 춤으로 표현했다. 데뷔작 『Four Seasons, 70분』은 그의 고운 심성이 곱게 담긴 작품이다. 두 번째 개인공연 붉은색의 여러 가지 의미들을 춤으로 표현한 『RED, 70분』은 색의 변주로 그를 이해하게 된다.
천성적으로 춤의 잔잔한 이야기꾼 박종수는 세상의 모순들을 우주 외계인이 내려와 바로잡으려 하다 인간들에게 물어 가는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모순, 거짓말……. 1, 30분』 『모순, 거짓말…….2, 30분』로 익살 끼를 발동시킨다. 그는 춤에서의 돌파구로 무파(舞波)의 격랑에 휩싸이지 않고, 부드러운 흐름에 자신을 위탁하는 현자(賢者)의 지혜를 터득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남성무용수 18명과 대구시립무용단 남자단원 12명이 참가한 대구 M-Members 창단 공연으로 남자들의 삶의 화려함과 희로애락 등을 춤으로 표현한 『남자라는 이유로, 70분』은 도도하게 흘러내려온 대구의 남성 현대 춤이 명목만 유지된 채로 있다가 대구에서도 현대 춤이 살아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었으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종수는 남성무용수 단체 대구 M-Members 두 번째 정기공연을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추억을 남기는 법, 그 추억들을 모티브로 한 『발자국을 남기다, 70분』, 대구 시립무용단 단원 해설 춤으로 초등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고 힘든 세상이라는 모티브로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문제점들을 고발한 『어머님. 당신은 만족하시나요?...,30분』을 통해 자신의 외연을 확장한다.
대구 시립무용단 단원 해설 춤으로 스마트폰의 중독을 표현한 『작은 상자속의 메아리, 30분』, 대구 창작춤 공연 작품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어려움들을 목발을 짚고서 춤으로 표현한 작품인 『만세삼창, 20분』, 대구 창작춤 공연으로 세월은 흘러가지만 정체된 시간과 공간들을 춤으로 표현한 『시간, 공간, 정체된……., 30분』은 그가 현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작품이다.
그는 대구 국제무용제 초청작으로 고인이 된 동료 단원 윤경호를 추모하며 연골육종이라는 희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윤경호의 인생, 기억나는 단어들을 엮어 춤으로 표현한 『pain, 30분』을 자신의 대표 안무노트에 집어넣는다. 그는 경쾌한 리듬 속에 자신을 던지고, 늘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접한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그에게 깨우침을 주는 에너지원이다.
박종수는 안무를 구성할 때, 오브제나 세트 색깔, 움직임 하나하나에 내용들을 접목시키고, 관객들이 이해하도록 연기적 요소들, 가요, 팝송 등을 잘 배치한다. 그는 관객들과 소통을 우선순위로 놓는다. 진지함 속에서 오락적 요소들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을 짠다. 자극적 내용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내용들을 작품에 채워 넣는다.
박종수의 앞으로의 희망은 달빛을 향하여 높이 기원의 손을 쳐드는 것이다. 이 늠름한 모습의 사나이가 이제까지의 고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춤에 관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는 영국 에든버러,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멕시코, 독일 등 많은 나라에 공연을 다녔다. 그는 춤 인식에 대한 변화와 영남 현대 춤의 발전을 간절히 희구한다.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무용인생을 30편 정도로 나눠 소설로 쓴 적이 있다. 그의 치명적 실수는 스물여섯의 나이로 대구시립무용단 공연, 『만세삼창』 에 오른 발목을 다친 상태로 출연한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며 무모하게 출연하는 것은 자신과 무용단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몸을 잘 가꾸는 일 자체가 춤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박종수,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 지역의 든든한 춤꾼이자 의지의 한국인이다. 극기하며 일어서는 불굴의 자세는 봄날의 두릅나무 같다. 사계절에 걸친 그의 춤에서 자라의 행방을 묻는 것으로 자신의 병풍을 두른 무대는 역경을 극복한 찬란한 기록이다. 이제 그는 ‘겨울바다’로 가서 한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는 자신과 견주어 보아야 한다. 희망이 보일 것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