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내적 성찰 통해
사회 고발·비판 담긴 작품
국제적 이슈 무대에 올려
[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 김남진(金南振, Kim Nam Jin)은 1968년 2월 28일 부산에서 아버지 김상기와 어머니 강선이 사이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출생했다. 장산초, 동신중, 동래고, 경성대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파리로 가서 국립 무용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에서 무용교수 디플롬(Diplome d′etat du professeur de la Danse)을 취득했다.
그는 연극에서 출발, 연극배우로 3년간 활동하면서 연출가의 권유로 연극에 도움이 되는 무엇(소리, 무용, 악기 등)을 더 학습하기 위해 시작했던 무용이 그의 천직이 되었다. 우직하게 공부하며 자신의 길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그는 자신의 안무 방법론으로 그 의문들을 춤으로 구성하고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는 다작의 유혹을 거절하고 자기 개성을 춤에 이식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댄스씨어터 창’(Dance Theater CHANG)은 2006년 6월에 설립된 단체로서 한국의 현대무용이 추구해오던 추상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직접적이고 사실적 안무 작업을 추구, 연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진정한 극적 무용 개념으로 관객과 만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추상의 구상화는 기존의 현대무용이 저질렀던 자아도취 현상을 깨는 작업이다.
‘댄스씨어터 창’은 현실감 있고 대중적 주제를 다루면서 보다 사실적 시각으로 작품을 구성, 꾸준히 현대 무용의 대중화와 단체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는 레퍼토리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김남진의 안무작들은 아주 연극적이며,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므로 지혜롭게 첫사랑 같은 소박함으로 추상적 무용에서 벗어나 좀 더 관객과 친화력에 집중해왔다.
김남진은 자신만의 강한 에너지와 개성으로 우리나라 현대무용이 간과해왔던 부드러운 움직임의 무용언어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하고, 한국적인 예술색채를 탐구하여 독창적 현대무용을 창조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한국적 현대무용을 통한 우리 춤의 세계화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외국에서 한국의 현대무용을 알리고 싶어 한다.
그의 대표안무작은 『The Wall』(2006), 뮤지컬 『공길전』(2007), 『Brother』(2008), 『미친 백조의 호수』(2009), 『두통』(2010), 『Passivity』(2010), 『똥개』(2011, 국립현대무용단 안무자베이스캠프), 『봄의 제전』(2014), 『혜경궁 홍씨』(2014), 『EYE』(2014) 등이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작품 속에서 선 굵은 행보로 약자와 그늘진 곳의 아픔을 춤으로 대변해왔다.
예술가와 안무가로서 고발과 비판의식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그의 작품에는 연민이 들어있다. 그의 『The Wall』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과 장벽 등 많은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그 차별의 또 다른 양태, 과거로 회귀한 뮤지컬 『공길전』은 연출가 이윤택과 서울예술단이 만들어낸 영화 ‘왕의 남자’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Brother』는 장애를 가진 동생과 그를 돌봐야하는 형의 이야기로 장애인 가족의 아픔, 고통, 사랑에 대한 것을 통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있는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모든 장애인과 소외된 자는 세계 공통의 공감을 불러온다. 이 작품은 PROTHEATR 2010 모스크바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2010), 제11회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 ‘인기음악상’(2012)을 수상했다.
『미친 백조의 호수』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 인간이라고 단정하고, 춤추는 백조의 가면 속에 삼켜진 환경파괴의 얼굴을 들춰내고 오염되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부산 생명춤 페스티발 대상(2009)을 수상했다. 김남진은 일상의 상식과 범주를 넘어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는 이슈를 무대화하기를 즐겨한다.
『두통』은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아이티 지진 사태를 통해 신의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성찰은 많은 예술에서 즐겨 시도되는 테제이다. 김남진도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질문으로 자신의 내적성찰과 ‘성숙의 문’을 관통하고자 한다. 인간들에게 남겨진 영원한 숙제가 신과의 ‘부름과 응답’이다.
『Passivity』는 인간의 공격성과 강자의 지배, 세상의 폭력과 약자의 피해, 강자와 약자의 약육강식의 세상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인간의 피동성에 관한 연구는 AK21 국제 안무가 육성공연 최우수상(2010)을 수상했다. 『똥개』는 실업은 쉽고 취직은 어려운 세상의 그늘, 실직과 부채 등의 경제문제, 취업전쟁, 경기불황, 중산층의 몰락을 다룬 작품이다.
『봄의 제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봄의 제전’을 바탕으로 한국적 제의 형식을 빌려 현 시대의 모든 재앙과 아픔을 달래고자 하는 현대판 살풀이로서 2014년 BEST작품상(한국춤평론가회)을 수상했다. 『혜경궁 홍씨』(국립극단)는 혜경궁 홍씨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올해의 연극 작품 BEST3에 선정되었다.
『EYE』는 현대문명과 기성도덕, 또 그에 따른 기성세대의 위신을 바라보며 더 이상 성장을 거부하는 주인공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를 닮아있다. 이 주인공을 통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의 아이들과 어른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진 작품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기성세대들의 현실은 참혹한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김남진, 사회의 부조리를 직시하며 혁명을 꿈꾸는 안무가이다. 울분을 담아 표출시킨 춤 행위 하나하나에는 아픔이 채 마르지 않은 상처들로 퀼트를 이루고 있다. 그가 춤으로 행복해질 날은 요원한 것인가? 예술가들이 예술가다운 삶을 영위할 그 날은 없는 것인가? 그들의 행위에 대한 지원 주체의 반성은 없고 이 시대는 예술가들의 소멸을 강요하고 외로운 집단으로 남겨둘 것인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고민과 갈망을 찬찬히 짚어 볼 일이다. 그의 고민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문화 선진국일 것이다. 그의 노고에 위로를 보낸다.
/장석용 객원기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